뒤바뀐 몸과 머리

영원한 인간 수수께끼

토마스 만


제8장


 

바로 그 순간 한 목소리가 공중으로부터 들려왔다. 다름 아닌 만물의 어머니 모성의 여신 데이비의 음성이었다. 낮으면서도 엄한 목소리였다.

 

너 잠깐만 그대로 있거라. 어리석은 것 같으니라고. 내 아들 녀석 둘이 흘린 피로 족하지 않더냐. 그런데 내 나무를 절단해서 내 형상을 닮은 네 몸을 까마귀밥으로 만들려고 하다니. 더군다나 지금 네 몸속에 귀여운 옥동자가 자라고 있는데. 아마 바보 얼간이같이 네가 잘 모르고 있었겠지. 여자의 생리에 관해 뭐가 뭔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네가 그래도 모르겠다면 좋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보 거라. 죽든 살든 말이다. 네가 스스로 목매달아 죽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그러나 내 신전 앞에서는 안 된다. 네가 어리석은 탓으로 귀한 생명이 당장 멸해 세상 밖으로 없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는 없다. 세상의 수많은 돌팔이 철인과 도사들이 지껄이듯이 인간의 존재가 병이라서 욕정과 욕망을 통해 한 세대로부터 또 한 세대로 그 병이 전염된다는 엉터리 수작을 내 앞에서 부려서는 안 돼. 어서 당장 네 목에서 그 흉측한 올가미 썩 벗어버리지 못하겠니. 내가 네 귀뺨을 때리기 전에

 

그러자 시타가 황공무지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간신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거룩하신 여신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겠어요. 그렇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제 몸속에서 옥동자가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는지 몰랐어요. 핏기 없는 장님 병신자식인 줄만 알고 있었어요.”

 

그건 걱정 마라. 첫째로 그건 바보 같은 여자의 미신이고 둘째로 정말 핏기 없는 눈먼 병신자식이래도 내가 성하게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네 말 좀 들어봐야겠다. 아주 훌륭한 내 아들 녀석 둘이 왜 어째서 그토록 끔찍하게 피를 흘리게 되었는지 사실대로 고백 하거라. 내가 다 알고 있는지 네가 모르지 않겠지. 그러니 아무 것도 숨기지 말고 죄다 말해 보거라.”

 

거룩하신 여신님, 그들은 서로를 죽여 버리고 저를 이렇게 절망에 빠뜨렸어요. 저 때문에 둘이 다투다가 그만 같은 한 칼로 서로의 목을 쳐 잘라버렸어요.”

 

바보 같은 소리, 그만 둬. 너같이 단순한 여자나 그따위 허튼 소리 할 수 있지. 내가 말해 주지. 그들은 경건하게 그리고 남자답게 차례로 스스로의 목숨을 내게 제물로 바친 거야. 그들이 왜 그랬겠어, 누구를 위해?”

 

그러자 시타가 울기 시작한다. 흐느끼면서 그녀는 대답한다.

 

아이고 맙소사, 거룩하신 여신님, 알아요. 제 죄를 고백할게요. 그러나 어쩔 수 없었어요. 아무리 피할 수 없는 일이었어도 그건 불행임에 틀림없어요. 너무도 운명적인, 제가 이런 말을 써도 용서해주신다면.”

 

이 말까지 하고 그녀는 몇 번 크게 흐느껴 운다. 그리고 나서 말을 잇는다.

 

제가 시집을 가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는 것이 더할 수 없는 불행이고 비운이었어요. 말할 수 없이 무지한 소녀가 아무 것도 모르고 집안일이나 하다가 결혼해 남자를 알게 되자 즐거운 어린애가 독 있는 열매를 따먹은 것같이 딴 사람이 되었어요. 그 달콤새콤한 맛이 제 몸속에 깊이 잠들어있던 관능적 감각을 깨워주었어요. 그 다음부터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계속 받게 되었고 더욱 더 불이 일듯 살아나는 간절한 욕구를 잠재울 수도, 채워지지 않는 그 욕구불만을 달리 풀길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순진무구하던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지요. 그 누구한테나 그럴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어린 시절에는 제가 남자를 몰랐었기 때문에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남자생각에 괴로워하지도 않았으며 남자에 대한 아니 남성의 신비로움에 대한 호기심도 열망도 없었지요. 아무 뜻 없이 남자에게 농도 걸고 멋 부리고 맵시내면서도 남자의 우람하고 건장한 팔, 다리와 가슴통을 볼 때 얼굴을 붉히거나 가슴이 콩콩 뛰는 일이 없었고 온몸에 사무치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느껴보지 못했었지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어요. 남자의 신체 전부가 제게는 아무 것도 아닌 시절이었어요. 저는 말하자면 아직 개봉되지 않은 책과 같았으니까요. 그러던 제게 한 젊은이가 나타났어요. 납작코에다 까만 눈의 그림처럼 잘 생긴 남자였어요. 그의 이름은 난다라고 했어요. 우공복지 마을에 사는.

 

마침 태양신 축제가 열리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 태양신을 섬길 처녀 태양녀로 제가 뽑혔는데 그런 저를 이 낯선 젊은이가 해에 가 닿을 만큼 하늘 높이 그네 태워주었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제 몸이 더워졌었다면 제 몸에 와 닿는 햇빛과 바람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 외엔 다른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껏 열심히 절 그네 태워준 데 대한 감사표시로 버릇없이 장난스럽게 그의 코를 한번 비틀어 꼬집어주었었지요. 그런 뒤 얼마나 지났을까 일 년 쯤 이었을 거예요. 뜻밖에 그가 저를 찾아오지 않았겠어요.

 

그의 친구 슈리다만을 대신해서. 부모님이 좋다고 청혼에 응하셨어요. 그때는 좀 느낌이 달랐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부터 제 불행이 싹트기 시작했나 봐요. 저를 아내로 안을 딴 남자를 위해 그가 제게 청혼할 때부터 말이지요. 제 눈엔 난다뿐이었어요. 결혼 전에도 그랬고 결혼잔치 중에도 그리고 결혼 후에도 그는 언제나 늘 제 앞에 있었어요. 물론 밤중에는 아니고요. 밤에는 남편인 그의 친구 슈리다만과 같이 잤으니까요. 결혼식을 올린 날 밤 꽃침대에서 신랑이 잠겨있던 제 몸의 옥문을 열고 제 순결에 종지부를 찍어주었지요. 신랑으로서 당연한 권리행사를 한 것인데 제가 뭐라 하겠어요.

 

또 제가 제 남편이 된 사람을 사랑하고 받들어 공경하지 않을 아무 까닭도 이유도 없었지요. 제 주인이고 남편인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만큼 제가 나쁜 여자는 아니에요. 사랑하는 것뿐 아니고 그를 높이 받들어 존경했어요. 그러면서도 저는 회의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가 정말 저한테 맞는 남자인가? 저를 아내로 맞아 아무 것도 모르고 냉담한 불감증의 처녀를 한 관능적으로 감미롭고 신비로운 성에 눈뜬 여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남성인가 하고. 그러기엔 그가 너무 고상하고 지적이며 정신적인 것 같았으니까요. 육체적인 행위는 언제나 그에게 걸맞지 않게 비속하고 수치스러워 보였어요. 마치 그가 타락이라도 하게 되는 것 같이. 그러니 저로서도 성적으로 흥분한다는 것이 제가 추한 여자로 전락하는 거처럼 느껴졌어요.

 

, 영원무궁하고 전지전능하신 여신님,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방금 제가 다 고백한대로 사정이 그러했습니다. 꾸짖으실 것은 꾸짖어 주시고 벌하실 것은 벌해주십시오. 욕망이나 욕정이란 제 고귀한 남편 슈리다만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의 머리뿐만 아니라 그의 몸하고도 거의 상관없었지요. 그렇지만 여신님께서도 인정해주시리라 믿어요. 사람에게 있어서 머리나 생각 못지않게 몸과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을. 저기 굴속에 그토록 가엾고 처참하게 그의 머리로부터 떨어져 있는 몸은 어떻게 사랑의 의식과 절차를 치르고 밟아야하는지 조차 몰랐어요. 제 몸과 마음을 그는 사로잡지 못했어요. 제 성욕과 정욕을 일깨워주긴 했어도 채워 잠재워주진 못했지요. 여신님, 제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당신의 피조물인 제 몸속에 일깨워진 관능적인 욕구와 갈망을 만족시키고 풀길이 없었어요. 제 온 몸의 갈증을 가실 길이 없었지요.

 

그런데 날이면 날마다 난다가 제 앞에 있었어요. 낮에도 눈에 띄고 저와 제 남편이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저녁에도 늦도록 저는 그를 보았지요. 결혼한 후로 비로소 남자를 남성으로 볼 줄 알게 된 여자의 여성적인 눈으로. 그러다 보니 망측하게도 이상야릇한 호기심이 생겼고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라 꿈까지 꾸게 되었어요. 제 남편이 슈리다만이 아니고 난다였었다면 그는 어떠했을까? 어떻게 저를 안아주고 사랑해주었을까? 슈리다만같이 말은 잘 못하고 아는 것도 많지 않지만 여자를 황홀하도록 즐겁게 해주는 일에서만큼은……. 그러다간 저 자신도 모르게 소스라쳐 저 자신을 나무라고 타일렀지요.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몹쓸 계집 같으니라고. 제 남편을 마음속 생각으로 배신하며 죄짓는 일이라고. 이것이 언제나 늘 계속해서 반복되었어요.

 

제 딴에는 애써 그 가능성조차 부인하고 부정하려 했지요. 제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말이나 행동이나 그의 생긴 얼굴과 몸의 생김생김부터가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난다인데 그런 남자가 어떻게 더 낫거나 여자를 더 만족시켜줄 수 있겠는가라고. 그러나 아무리 잊으려고 발버둥 쳐도 아무 소용없었어요. 그의 색정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가득 차있어 제 몸이 또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미치도록 기쁘게 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믿음이 날로 시시각각으로 제 몸과 마음 구석구석으로 파고들더군요. 정말 미칠 지경이었어요. 아무리 뿌리쳐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더더구나 그가 늘 제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그와 슈리다만은 잠시도 서로 떨어져 못사는 절친한 사이였으니까요.

 

두 사람은 모든 면에서 그렇게 정 반대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나 봐요. 난다를 온종일 보다가 밤에는 그의 꿈을 꾸었어요. 어쩌다가 그의 몸이 제 몸에 살짝 닿기라도 하면 제 온 몸이 짜릿하게 제 피부의 촉각이 모두 곤두섰지요. 전신이 오싹하도록 기쁘고 너무도 행복해서. 검은 털이 난 그의 탐스럽고 멋진 두 다리로 걷고 움직이는 그를 보면서 그 다리로 저를 장난스럽게 그리고 정열적으로 휘감는 것을 상상하노라면 막 어지럽고 제 가슴이 터질 듯 흥분해 두 젖꼭지에 이슬이 맺히듯 말랑 꼿꼿해졌지요. 날이 갈수록 나날이 그는 더 매력적이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에 그가 절 그네 태워주었을 때 제가 어떻게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를 볼 수 있었고 그의 몸에 바른 겨자기름 냄새를 아무 자극이나 유혹도 받지 않고 맡을 수 있었는지 참말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이제 그는 제게 있어 저 신비로운 매력의 간다르바 시트라라타 왕자이고 아름다움과 젊음이 넘치는 사랑의 신, 비쉬누의 제8신 크리쉬너에 다름없었으니까요.

 

이러한 상태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그날 밤 슈리다만이 제 몸에 가까이 오자 저는 슬픔에 얼굴이 창백해졌었고 저를 신부로 끌어안는 신랑이 슈리다만이 아닌 난다라고 상상이라도 하기 위해 눈을 꼭 감았었지요.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어요. 일이 그 정도에서 끝났어도 좋았을 텐데요. 그렇지가 않았어요. 너무도 간절히 난다를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절절한 절망의 순간 저도 모르게 난다의 이름을 신음의 속삭임소리로 부르게 되었어요. 그러니 슈리다만도 알게 되었지요. 첫날밤 신랑의 품에 안긴 신부가 찾는 남자는 자기가 아닌 난다임을.

 

제가 처음부터 결혼의 서약을 깬 여자임을. 아아, 이를 어떡하죠. 그런데 그 후 때때로 자다가 저는 꿈속에서 잠꼬대까지 하게 되었으니 슈리다만이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그가 얼마나 깊이 상처받고 몹시 고민하는지 침울한 그의 우울증과 저를 멀리하는 그의 기피증이 말해주었지요. 첫날밤 이후로 슈리다만은 두 번 다시 제 몸에 손끝도 대지 않았으니까요. 난다도 물론 저를 건드리지 않았지요.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고, 그러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맹세코 그도 저처럼 늘 강한 유혹을 받고 있었음에 틀림없지만, 친구와의 의리와 우정 때문에 그 유혹을 물리쳐왔어요. 그리고 저도 그랬어요. 제 말을 믿어주세요. 영원한 어머니 여신님, 정말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설혹 난다가 유혹에 못 이겨 아무도 모르게 제 침실에 들어왔다 해도 저는 제 주인이고 남편인 슈리다만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난다를 방밖으로 내쫓았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제게 남편이 없었다는 것이에요. 우리 세 사람이 다 말하자면 극도의 금욕, 극기, 자제상태에 있었다고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제 친정나들이 길을 떠나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우주만물의 어머니 당신의 신전까지 오게 되었어요. 여기에 도착하자 슈리다만이 잠시 당신의 신전에 들어가 기도하고 오겠다고 하더니 그의 번뇌와 고뇌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의 몸과 머리를 떼어놓고 저를 이처럼 비참한 과부로 만들어 논 것이에요. 극기의 극심한 곤욕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죄인인 저에 대한 선의에서 저를 위해 그는 자기 자신을 희생시켜 제물로 당신께 바친 거예요.

 

너그럽고 은혜로우신 여신님, 용서하고 들어주세요. 사실은 그게 아니고요. 그가 스스로의 목숨을 당신께 제물로 바친 것이 아니고 저와 그의 다정한 친구 난다 우리 두 사람에게 바친 것이었어요. 서로 간절히 사모하고 갈망하는 두 남녀가 평생토록 즐겁고 행복하게 같이 진짜 부부로 살아보라고. 육체의 쾌락과 기쁨을 한껏 맛보면서. 그런데 말이죠. 친구를 찾으러 당신의 신전 동굴 속으로 들어간 난다가 제물로 희생된 슈리다만의 두 동강 난 시체를 보고 자신의 목을 쳐 그의 몸과 팔, 다리 쓸모없도록 만들어버린 거예요. 맞아요. 쓸데없게요. 아무 소용없게 되어버린 제 목숨 그 더욱 소용없도록. 이제 남편도 친구도 없어진 저 역시 제 머리가 없어진 거예요. 머리 없는 몸만 남았어요. 이와 같은 제 불행이 전생에서 제가 지은 죄 때문이겠지요. 이제 제 말 다 들으셨으니 제가 이승의 제 삶을 끝내야 한다고 보지 않으셔요? 여신님이여!”

 

그러자 천둥치는 음성으로 여신이 말한다.

 

당치 않은 소리 그만 둬. 네 탐욕스러운 호기심에서 아주 평범한 난다를 네가 신격화했던 거야. 세상에는 그와 같은 팔, 다리 가진 녀석 수도 없이 많아.”

 

그러고는 좀 부드러워진 음성으로 여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딱도 하지. 만물의 어머니인 내가 보기엔 육욕이란 것이 애처롭기 그지없어.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너무 대단한 것으로 여긴단 말이야. 어떻든 질서가 있어야 해.”

 

갑자기 그 목소리가 거세진다.

진실로 나는 무질서 혼돈이야.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질서를 잡아야 해. 따라서 무엇보다 결혼의 신성함은 불가침이어야지. 아무래도 좋다고 내 너그러운 성품으로 용납하다가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망이 될 테니까. 특히 너로 말하자면 봐줄 수가 없어. 이 소동 난장판을 친 데다가 그것도 모자라 갖은 건방진 소리까지 하다니. 네 말이 내 아들 두 녀석이 스스로를 제물로 내게 바친 게 아니라 한 녀석은 제 목숨을 네게 바쳤고 또 한 녀석은 제 친구 녀석한테 바쳤다고 했는데 그런 불손하고 불경스러운 말이 어디 있어? 그 말의 사실 여부는 그만 두고라도. 네 말 가운데 진실이 있을 수도 있지.

 

어떤 한 행위가 복합적인 동기에서 일어나는 만큼, 매사가 그렇게 똑 떨어지게 분명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슈리다만이 제 목숨 바친 것이 전적으로 내 자비를 구해서만은 아니었어. 그 자신이 얼마나 분명히 알고 있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실제로 너 때문에 당하는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거야. 그리고 난다의 희생은 어차피 그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어. , 이제 두 녀석이 다 피를 내게 바쳤고 내가 그들의 제물을 별로 받고 싶지 않으니 내가 만일 되돌려 주면 네가 앞으로는 더 좀 네 처신을 잘 할 수 있겠니?”

 

아이고, 거룩하고 자비로우신 어머니 여신이시여!”

감격한 시타가 눈물로 울부짖는다.

 

그렇게만 해주실 수 있다면, 이 끔찍한 일들이 없었던 것처럼 남편과 친구를 되살려 제게 돌려주실 수만 있다면 제가 더 이상 다시는 망령되고 망측한 꿈도 꾸지 않겠으며 고귀한 인격의 슈리다만이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어요. 그렇게 해주시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먼저 대로 되돌려주시기만 한다면 정말 말로 다할 수 없이 고맙겠어요.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기기 전에 제가 슬프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두 남자의 참혹한 시체를 당신의 신전 안에서 보고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토록 비참한 말로가 피할 수 없이 온 것이었다고.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을 돌이켜 주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무슨 소리야. 그럴 힘이 내게 있음을 네가 의심이라도 한단 말이냐? 그런 일을 내가 정말 할 수 있느냐고? 그보다 더한 일도 난 수없이 해왔다. 내가 말하건대, 네가 내 동정을 살 자격은 없지만 난 너와 네 뱃속에 있는 어린 것 그리고 내 신전 속에 나자빠져 있는 두 녀석을 다 가엾이 여겨 네게 일러주는 것이니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를 잘 들어라. 당장 네 목매려던 그 덩굴올가미 네 손에서 내던져버리고 내 신전 동굴 속으로 들어가거라. 들어가서는 정신 똑바로 차려 까무러치거나 훌쩍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두 녀석 머리를 몸통에다 끌어다 다시 맞붙이거라. 그리고 칼로 잘렸던 자리를 칼날로 쓰다듬으며 내 이름을 불러 축복을 빌어라. 내 분신인 전쟁의 여신 두르가나 창조와 파괴의 여신 칼리 또는 그냥 데이비라고 아무렇게 불러도 다 괜찮다. 그러면 두 젊은이 목숨이 되살아날 것이다. 내 말 알아듣겠니?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너무 성급하게 머리와 몸통을 맞붙이지 않도록 해라. 머리와 몸통이 서로 끌어당기겠지만, 흘린 피가 제 자리로 되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요술이나 마술처럼 일분이면 다 된다. 내 말 잘 들었지? 그럼 어서 달려가거라. 제대로 잘해야 한다. 당황하여 허둥지둥하느라고 얼굴을 등 쪽으로 뒤통수를 앞가슴 쪽으로 갖다 붙이지 않도록 해라. 세상의 웃음거리 만들지 않도록. 알았지? , 그러면 어서 가거라. 내일까지 기다렸다간 너무 늦게 된다.”

 

 

 

 

 


서문강 기자
작성 2018.11.23 11:32 수정 2018.11.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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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