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산책] 에띠엔느 질송

철학과 신

신과 그리스 철학(1)

서양 문화사의 출발점은 그리스다. 논리, 과학, 예술, 정치는 물론이고 자연신학까지도 그리스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시기에 신에 대한 철학적 관념이 분명하지는 않았다. 스토아학파의 탈레스는 물에서 모든 사물이 생겨나고 다시 물로 돌아간다고 했다. 탈레스는 물을 제1원리, 원소 또는 실체라고 규정했다. 그는 다시 모든 사물에는 신들이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로 다른 두가지의 진술이 어떻게 철학적 조화를 이룰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탈레스의 주장을 철학적으로 조화롭게 이해하려면 물이라는 물질과 신성이라는 개념을 동일시하면 된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 학자가 있었다. "탈레스에게 물은 하나의 신일 뿐만 아니라 최고신이다. 달리 말하면 최고신 또는 우주를 창조한 신은 하나의 신적인 힘, 즉 물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탈레스 자신도 물이 신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최고신의 존재도 그는 언급한 적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세계는 자연적인 원소인 원질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탈레스처럼 물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런 명칭 자체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며 원질 또는 제1원리가 물, 불, 공기, 무한자 또는 선이라고 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모든 사물은 신으로 가득 차 있다고 단정한다. 이런 주장의 결론은 탈레스의 물이 신들 중의 하나이며 그 중에서 가장 큰 신이라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주장들이다. 이런 주장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내린 해석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방법은 철학사를 쓰는데 가장 나쁜 것이며, 오히려 철학적 의미를 그르치는 길이다. 

죤 버어네트
(1863-1928)는 "모든 사물이 신으로 가득차 있다는 말을 중시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의 뜻은 밀레토스학파의 탈레스나 그의 제자들은 '신학적인 사변을 한 흔적이 없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탈레스가 세계는 신들로 가득차 있다고 말할 때, 그가 진정한 신을 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단순히 어떤 물질적이고 자연적인 힘, 즉 사물의 제1원리인 물과 같은 힘을 의미했던 것이다. 탈레스의 제자인 아낙시만드로스가 제1원리를 무한자로 보고 그 무한자는 신과 같은 것이라고 한 것과, 아낙시메네스가 공기를 그렇게 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물이나 무한자 또는 공기를 예배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신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버어네트는 이런 비종교적 용어의 사용은 그리스철학의 전 시기에 걸친 특색이라고 분석한다. 모든 사물은 신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어떤 사물에도 독단적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탈레스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 후대 철학자들의 해석에 기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스인들에게 그리스어를 가르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기원전 5세기에 살았던 그리스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신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시대에 저술한 저작들을 읽는 것이다. 그 속에는 그리스인들이 신이라고 부른 것의 기원과 성질, 기능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호메르스가 있으며, 헤시오도스도 있다.


이정민 기자


이정민 기자
작성 2018.11.24 23:09 수정 2018.11.2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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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