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정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일기는 개인의 기록이자 자신만을 위해 쓰는 글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당시 상황을 살필 수 있는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가 대표적이다. 이순신은 한 시대에 큰 획을 긋고 간 영웅이지만, 조선 후기에 울산지역에 살았던 평범한 농민이 기록한 일기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심원권 일기' 이야기다.
울산에 사는 심원권은 20세가 되는 1870년부터 83세로 사망할 때까지 64년 동안 일기를 썼다. 이 기간에 부모님 상을 당한 3일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15일 마다 시장에 나가 물가를 조사하여 기록하고 있다.
1870년대 한 되에 2~4전으로 시작한 쌀값은 1900년대에는 최고 16전까지 급등한다. 1892년 11월30일, 심원권은 모든 재화의 가격이 오르고 곡물가격이 높아지는것을 보고 흉세(凶歲)라고 한탄한다. 그는 80여 평생 서울은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대도시라고는 오직 대구에 간 것이 전부일 뿐이다. 일생을 자기집 반경 4㎞ 내에서만 활동한 사람이 남긴 이 일기가 조선후기 경제사 연구에 아주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