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몸과 머리

영원한 인간 수수께끼

토마스 만



12

 

달이 차고 때가 되자 시타는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사마디라 지었는데 수집해 모았다는 뜻이다. 관습대로 악귀를 쫓는다고 어린애 머리에 소똥을 얹고 소꼬리를 머리위로 흔들었다. 어린애 부모(이 부모란 말이 이 경우에도 맞는다면)의 기쁨이 대단했다. 애가 핏기 없이 창백하지도 않고 눈 먼 장님이 아닌 것을 보고. 살빛도 검지 않고 흰 편이었다. 엄마 쪽을 닮아서인지는 몰라도. 그런데 이 어린애가 크면서 아주 심한 근시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좀 은밀히 민속신앙 미신이 그 뜻을 이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고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래서였을까 사마디는 눈먼 애란 뜻의 안다카라는 별명을 갖게 되고 점차로 본명보다 이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심한 근시로 그의 영양처럼 부드러운 눈이 엄마의 눈처럼 매력적이었다. 어떻든 그는 엄마를 많이 닮아 그림같이 예뻤다. 슈리다만은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이 어린애가 엄마 젖을 먹으면서 날로 사랑스럽게 자라는 동안 슈리다만의 모습은 점점 옛날로 되돌아간다. 그럴수록 시타는 남편에게서 더욱 더 정나미가 떨어지는 반면 저 멀리 있는 난다가 보고 싶어진다. 이 어린애를 갖게 해준 애기아빠는 난다라고 느끼면서 그 몸이 또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진다. 그에게 예쁜 애기도 보여주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된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사실대로 말도 못하고 고민하던 중에 마침 슈리다만이 장사 일로 얼마동안 집을 떠나있게 되자 시타는 그 틈을 이용해 난다를 찾아가 보기로 결심을 한다.

 

봄날 이른 새벽 동도 트기 전 하늘에 별들이 총총한데 네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아무도 모르게 집과 마을을 빠져나온다. 여행길에 먹을 음식자루를 등에 지고.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모자를 돕는다. 남편과 아빠를 찾아간다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스럽고 귀여운 어린애를. 이들이 들리는 마을마다 사람들이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했다. 어린애에게는 갓 짠 우유를. 때때로 인심 좋은 농부들이 이들 모자를 소달구지에 태워주기도 한다.

 

이렇게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시타는 단카카 숲에 도달한다. 그런데 그 곳의 은둔 생활하는 성자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고 한다. 난다가 어디 있는지. 그러나 귀엽고 기특하다고 먹을 것도 주며 어린 사마디를 안아주는 인정 많은 그들의 부인들이 성자들 몰래 알려준다. 어디에 난다가 있다고. 성자들의 세계도 다른 인간세계와 다를 바 없다. 서로 시기, 질투, 경쟁하면서 헐뜯고 험담하기는 매일반이다. 듣기로는 남서쪽 멀리 고마티(牛江이란 뜻)강가에 있는 숲속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 난다는 목욕하고 침묵을 지키는 일 외에는 별다른 금욕이나 극기행동도 하지 않고 과일, 곡식은 물론 가끔씩 새도 잡아먹으며 산단다.

 

그러니 다른 은둔자들이 볼 때 그는 도를 닦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세상을 멀리하고 사람들을 피해 혼자 조용히 지내는 다른 의미의 은둔자였다. 성자가 되기 위해 금욕 수도하는 은둔자가 아니고. 그가 있다는 고마티강까지 가려면 이레가 걸리는 먼 길이었다. 가는 길엔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 산적들이 나온다는 산길과 호랑이와 뱀들이 있다는 골짜기를 잘 피해가는 일 말고는. 아마 필시 사랑의 신 카마가 행운의 여신 슈리, 락슈미와 더불어 시타와 사마디 이 모자순례자의 길을 안내하며 이들을 보호해주었으리라. 시타가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가듯이.

 

이들이 고마티강에 도착한 것은 풀잎에 맺힌 이슬이 햇빛에 반짝이는 아침이었다. 꽃이 피어있는 강가를 따라가다가 들판을 지나 숲에 다다른다. 붉은 나무에 핀 붉은 꽃들로 불타오르는 숲만 같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찬란히 눈부시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둘러보니 조그마한 초막이 하나 시타의 눈에 들어온다. 그 뒤에 한 남자가 도끼로 나무를 패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의 팔은 옛날 시타가 처녀 때 하늘 높이 그네 태워주던 그런 팔이었으나 그의 코는 염소 코가 아닌 뾰족한 것이었다.

 

난다!”

시타가 기뻐 외친다.

난다, 보셔요. 당신 보러 온 시타라고요.”

 

그 순간 그는 도끼를 내던지고 시타에게로 달려온다. 얼마나 수많은 날과 밤을 두고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그대가 정말 날 찾아왔단 말이오. 시타, 내 사랑하는 아내여! 얼마나 많은 꿈속에서 날 찾아왔듯이 이제 정말 이렇게 찾아왔단 말이오. 이게 정말 당신이오. 내 사랑하는 시타. , 이게 꿈이요 생시요. 믿을 수 없구려. 한없이 아름다운 내 여인이여! 그런데 이 아이는 누구요?”

 

우리 결혼 첫날밤에 당신이 제 몸속에 넣어주신 당신 씨의 열매지요. 당신 몸이 아직 난다의 것이 되기 전에 말이에요.”

 

이 아이의 이름은?”

사마디인데 안다카라고 더 많이 불러요.”

그건 또 왜?”

너무 근시라서 그래요. 제 앞 세 발자국 거리 밖에 못 봐요.”

 

이렇게 시타는 대답한다. 난다와 시타는 애를 초막에서 좀 떨어진 풀밭에 데리고 가 거기서 꽃과 열매를 갖고 혼자 놀게 한다. 그러는 동안 두 연인은 망고꽃향기 속에서 새소리에 장단 맞춰 미친 듯이 서로를 끌어안는다. 그야말로 황홀하게.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2.22 11:11 수정 2018.12.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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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