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드림의 싫존주의] 왜 한국의 젊은이들은 술게임을 할까


필자는 8년여 동안 홍대 앞 술집 및 게스트하우스업에 종사하면서 한국청년들의 음주문화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이 벌이고 있는 각종 술게임이 점점 고차원화 되어 가고, 또 다양해져 간다는 사실이었다.

게임에 임하는 그들의 각오는 자못 비장하다. 어떻게든 나를 제외한 다른 이에게 술을 먹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미 이들의 게임은 단순히 재치를 요하는 수준을 넘어서 고도의 순발력과 기억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낙오되는 이는 단시간에 많은 술을 마시게 되고, 자연스레 봉인해제 된다.

필자가 확인한 술게임의 근원적인 목표는 바로 이 '봉인해제'다. 이 나라에서는 소위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자신을 감추는 것'이다. 함부로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고, 자신의 개성을 뽐낸다 하는 것은 가히 금기에 가까운 영역이다. 학교든 회사든 겉으론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행해지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린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착한 척, 성실한 척, 수수한 척, 평범한 척, 참한 척 등의 갖가지 '척'을 통해 한껏 개인을 위장한 채로 살아간다. 이것은 그들이 솔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함이다.

이들의 각종 '척'들을 사람들은 술자리를 빌어서 벗겨내고자 한다. '평소 무거운 가면 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좀 편히 내려놓으세요.' 식으로 조곤조곤하게 다가갈 법도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런 배려 있는 태도를 배우지 못했다. '마시고 죽자'며 흉기로 위협하듯 술을 부어대고, 그렇게 서로 봉인을 풀고서 형동생이 되고, 풀지 말아야 할 인간의 도리라는 봉인까지 풀고서는 싸움을 하고, 다음 날이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척을 한다.

한편의 꽁트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기 표정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현대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블랙코미디다. 술게임은 바로 그러한 서사를 담고 있다. 술이 들어가야만 비로소 '내면의 목소리'를 꺼낼 수 있는 사회. 이 나라엔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를 외칠 수 있는 곳이 술집 밖에 없다.

강드림


 


다르게살기운동본부 본부장

강드림역사기념관 관장

대한돌싱권익위원회 위원장

비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2.26 12:27 수정 2018.12.2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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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