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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산 보라색
시베리아 찬 공기 공습한 오늘
어디로 가나
주금산 등산로에서 만난
구부정한 지팡이
허리 한번 못 펴고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누군가는 길을 가고
누군가는 까치밥이 되어주고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길을 잃은 무지개 하나
떨고 있었다
[시작노트]
시베리아 추운 바람이 공습한 날 산을 간다. 주금산에는 참나무에 기생하는 약성 좋은 말굽버섯 있다는데 누군가는 아직 그 버섯을 찾고 있을까. 오늘같이 추운 날에는 말굽버섯 누구와 소근 대나. 글쎄, 산을 오르는 일은 나를 홰치는 일, 날개 잃은 보라색 새 한 마리 가고 있었다.
[시인 류기봉]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