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돌아오다(고향으로)

카랄지브란

 




돌아오다 (고향으로)



  

한 시대를 밝게 비춰 줄

한 낮의 태양처럼 떠오른

알무스타파 바다물결 타고

가을철의 첫 달인 9월에

내 고향 섬으로 돌아왔다.

 

배가 섬에 가까이 가자

고향에 마침내 돌아오는

벅찬 감격으로 숨찼다.

 

바닷물에 젖은 목소리로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보게 우리 태어난 섬을.

하나의 수수께끼 노래로

한데 모아 놓은 곳을.

 

숨 쉬듯 부를 우리 노래

 

저 수수께끼 땅덩어리로.

그렇다면 하늘과 땅 사이

뛰고 나는 우리들의 가슴

향불처럼 불사르지 않고

그 어찌 이 노래 부르며

그 어찌 이 수수께끼를

우리 풀어볼 수 있을까.

 

삶의 바닷길 가는 우리

참으로 자유롭고 싶다면

우리도 안개로 변해야지.

 

마치 저 하늘의 별 구름

아무 형체도 없이 떠돌다

해와 달이 되기도 하듯이

우리도 태초의 안개 되어

우주 만물의 맨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지.

 

깨어지고 부서지며 또한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면

어찌 하나의 물방울인들

하늘로 오를 수 있을까.

 

파도처럼 우리 노래하고

파도처럼 바닷가 찾지만

우리 노래 들어줄 사람

그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부서지는 파도라면 어쩌나.

 

그러나 이런 노래야말로

혼과 넋 불어 넣어주고

삶 빚어주는 것 아닐까.

 

이 때 한 선원 말하기를

 

선생님 그리던 고향 섬에

돌아왔는데 그 어이하여

슬픔으로 녹아 없어져야

한다 말씀하시는 겁니까.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자유로움과 안개에 대해

내가 이제 말하지 않았나.

 

또 다른 선원이 말하기를

 

보십시오. 저 둑에 모여든

선생님 마중 나온 무리를

 

말없이 무리를 바라보며

알무스타파 눈을 감는다.

 

내가 무엇을 갖고 왔나.

먼 곳으로 사냥 갔다가

세월이란 화살만 모두

다 쓰고 그 아무 것도

잡아 오지 못하였으니.

 

그러나 내가 쏜 화살들

쫓아가 보지 않았으니

그 화살들 어디 갔는지

나 비록 알 수 없어도

하늘 무지개 세웠겠지.

 

눈을 뜨고 그의 주위로

둘러 서있는 선원들에게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스승이 되기에 나는 아직

너무도 많이 모자란다네.

이슬 같은 슬기 얻으려면

한 포기 풀잎이나 또는

한 줌 흙에서 찾아보게.

 

배가 드디어 둑에 닿자

그립던 고향 땅을 밟고

고향사람들을 만나 보며

알무스타파 가슴 속으로

제 자신에게 물어 말한다.

 

내가 노래하겠다 했었나.

난 다만 삶의 피리 되어

그 피리 내는 소리되리.

 

이때 그의 옛 어릴 적

소꿉동무 카리마가 그를

반겨 맞이하며 말하길

 

열두 해 동안이나 그대는

우리로부터 떨어져 있었고

우리 그대 그리워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카리마를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며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열두 해라 했나요 카리마

난 내 그리움의 길이를

별들이 돌아가는 세월로

가늠하고 재지 않았어요.

사랑이 향수에 젖게 되면

시간의 눈금이 다 녹아서

자로 쓸 수 없게 되지요.

 

영겁을 두고 떨어져 있는

연인들 사이를 맺어주는

영원한 순간이 있나 하면

그리워하는 생각 다함이

이별이란 망각 아닌가요.

그러니 이런 뜻에서라면

우리는 헤어진 적 없지요.

 

무리 가운데 한 사람이

슬픔에 대해 물어 보자

알무스타파 말해 가로되

 

아름다움은 나타나 보이기

그 이전부터 아름다웠고

진리는 드러나 밝혀지기

그 이전부터 진리였듯이

생명은 모든 생물들보다

더 오래 되고 영원하리.

우리는 아무 소리 없이

잠잠히 있다 할 때에도

숨 쉬듯 언제나 노래하고

우리는 잠을 잘 때에도

쉬지 않고 꿈을 꾸지요.

우리는 넘어질 때에도

늘 높이 우뚝 서 있고

우리 눈물 흘릴 때라도

기쁘게 환히 웃음 짓고

우리 몸 종 노릇 해도

우리 맘 자유로울 뿐.

 

때때로 삶을 저주하지만

이는 우리 스스로 삶의

얼굴 찌푸리는 것이리오.

덧없고 부질없다 하지만

삶은 끝없이 뻗어있지요.

깊고 높고 멀리 있어도

삶은 우리 가까이 있고

우리 그림자의 그림자도

삶의 얼굴에 다 비치며

우리 숨소리 메아리조차

봄 여름 가을 겨울 되어

생명의 노래로 변하지요.

 

우리 눈물과 웃음까지도

삶의 숨소리 바람소리로

다 삶이 속삭이는 소리.

삶의 노래는 그 아무나

귀머거리 벙어리도 듣고

함께 즐겨 따라 부르며

눈이 먼 장님이라 해도

알아보고 삶을 반기지요.




 



 

 

 

 

 


서문강 기자
작성 2019.01.06 14:22 수정 2019.01.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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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