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선생님' 호칭 논란, 단어는 죄가 없다

서울시 교육감 조직문화혁신 TF의 아쉬움

 




201918일 다소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 또는 교육청의 구성원 사이 호칭을 '~'이나 '~'으로 통일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시행되면 학생들이 교사에게 '~'으로 부르는 것도 용인된다. 이는 충격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나쁜 의도에서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 방안'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시한 방안이다. 직급과 직위로 나누는 호칭 문화, 복장 문화, 위계적인 관계 문화를 혁신하려는 조희연 교육감의 강한 의지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게 한다. 과연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이 추구하는 무조건적인 탈 위계 및 탈 권위가 좋은 것일까? 이는 착각이다. 물론 당연히 지나친 위계 및 권위는 탈피되어야 한다. 다만 학교라는 공간적 특성상 무조건적인 탈 권위는 경계해야 한다. 이는 교육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학교에서 교사는 학습자들을 이끄는 본보기가 되는 어른의 표상이다. 어른은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아이들을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소 권위와 위계가 필요하다. 조희연 교육감이 추구하는 권위와 위계의 붕괴는 본보기가 되는 어른으로의 교사역할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더 무너트릴 수 있다.

 

또 다른 의문은 호칭을 부르지 않는 것만으로 과도한 위계적 관계문화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호칭 제한이 본질적 해결방안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위계적 분위기의 해소는 단순 용어의 사용 여부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구성원들 간의 자발적 관계 증진이 필요한 사안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유구하게 쓰였다. 다만 같은 호칭을 쓴다 해도 과거의 '선생님'과 달리 오늘날의 '선생님'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호칭이 아닌 관계 증진이 더 중요함을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호칭 제한은, 개개인의 자발성보다는 호칭으로 개개인의 사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울교육을 책임지는 조희연 교육감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번 조직문화혁신방안에는 유용한 개선안도 많다. 실제 교육현장의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개선안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여름철 반바지와 샌들을 허용하는 복장 개선, 다과와 명패 등을 없애는 의전 개선, 퇴근시간 인사하지 않기, 연가사용 활성화 등의 개인생활 보장 등의 개선안은 실제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사항이다.

 

교육현장에서 불필요한 제한을 타파해 폐쇄적인 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이러한 개선안들이, 호칭 논란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 방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족과도 같은 호칭 논란을 서울시교육청에서 잘 해결하고 진정으로 교육현장에 필요한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


양동규 기자 dkei8282@naver.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1.11 09:01 수정 2019.01.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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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