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작가의 인명풀이] 한국인의 이름 (8)

두리와 다래




많은 사람들이 두리라는 이름에 대해 1,2,3 수의 개념으로 알고 있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의미로 이름을 지었을 수도 있지만 본래는 그게 아니다. 다래라는 이름은 머루와 같이 산에서 나는 열매라고만 생각하는데 역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아득한 옛날 을 가리키는 말이 있었으니 [/tar] 정도로 재구된다. 삼국사기에는 미사달, 매시달, 가지달, 식달, 공목달, 오사함달같은 지명이 많이 실려 있는데, 이들 지명에 쓰인 []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은 마을을 뜻한다. 그리고 그 마을에 사는 사람도 []이라고 불렀다. [][]처럼 발음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를 두고 [/]이 서로 부전(浮轉)되었다는 표현을 쓴다.

 

[, , ...] 등이 인명조성어로 분화되면서 통달한 사람, 경지에 이른 사람의 의미를 지닌 말로 쓰이게 된다. 옛날에는 “~라는 이름이 굉장히 많았다. 백제의 연돌(燕突)’목도루(穆度婁)’, 신라의 흠돌(欽突)’이 바로 []을 사용한 이름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石乙伊(석을이)”라고 표기된 이름이 많이 실려 있는데, 石乙伊(석을이)는 우리말로 [돌이]라 부른 이름을 그렇게 적은 것이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石乙을 합쳐 이라는 한 글자로 만들어 쓰게 된다. ‘()’은 한국인이 만든 한국 한자다. 중국어나 일본어 사전에는 없는 글자다. 바둑기사 이세돌의 이름을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표기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어 []을 일본어식으로 연진발음하면 [도오루]가 된다. 일본에도 토오루(とおる)”란 이름이 많은데, 한국의 과 똑같은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인명에 쓰인 []stone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인명의 []은 똘똘하고 똑똑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돌쇠stonesteel의 의미를 지닌 이름이 아니다. 돌이나 쇠처럼 단단해지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이 아니라는 말이다. []은 똘똘하고 똑똑하다는 뜻이며, []는 하늘처럼 높은 것을 가리키던 원시어소 [/sor]에서 받침소리가 탈락하여 인명조성어로 분화된 말이다. [돌소돌소이돌쇠]가 된 것이다. ‘돌쇠란 이름이 아주 좋은 뜻이다 보니 너도나도 많이 지어 너무 흔해지게 되었고, 싸구려 영화에 마님과 돌쇠란 이름이 많이 등장하면서 졸지에 하인의 이미지로 굳어진 것뿐이다.

 

인명에 많이 쓰이던 []의 흔적은 꾀돌이, 짠돌이, 베돌이, 악돌이, 묵돌이같은 말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은 쉽게 부전되었으므로 [돌이/둘이]도 쉽게 부전되었다. “둘이(두리)”라는 이름은 바로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본래는 2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었다. ‘둘선, 둘영, 둘녀같은 이름에 쓰인 둘()의 뜻을 알고자 한자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과 같은 말이고, 똘똘하고 똑똑한 사람이란 뜻이란 걸 알아두시기 바란다.

 

[/]의 음도 쉽게 넘나들었다. ‘영달, 병달, 진달, 순달같은 이름에서 보듯 []은 이름에 아주 많이 쓰였다. 한자 달()이 지닌 뜻도 통달하다이기 때문에 한자에 완전히 흡수되어 버렸고 이제는 본래 우리말 이름이었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을 연진발음하면 [다라, 다리, 다루...]와 같은 식이 된다. 백제 다루왕(多婁王)의 이름에 쓰인 [다루]와 신라 아달라왕(阿達羅王)의 이름에 쓰인 [달라]가 그것이다. “다래라는 이름도 바로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통달한 사람, 경지에 이른 사람이란 뜻이다. ‘키다리, 꺽다리, 늙다리에 쓰인 [다리]도 같은 어원에서 분화된 말이다.

 

[/]도 쉽게 부전되었다. 예전에는 []이 들어간 이름도 많았다. ‘곱단, 향단, 금단, 실단같은 이름이 많이 있었다. []을 연진발음하면 [다나]가 된다. ‘다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꽤 많이 있다. [다내][]을 연진발음한 형태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他乃(타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아주 많이 나온다. 한글 창제 직후인 1449년에 간행된 사리영응기란 책에는 타내라는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데 타내라는 이름의 동명이인이 4명이나 실려있다. 일본어 타네(たね)자식, 후손이란 뜻인데 같은 어원에서 분화된 말이다. 한국인의 인명 [타내]도 훈차하여 적을 때는 자식, 종자를 뜻하는 한자 ()으로 썼다.

 

신라의 인명 중에 동타천(冬陀川)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이 [동타내]라 불렀던 이름을 그렇게 차자하여 적은 것이다. 일본어로 타네(たね)가 후손이라고 했으니 아주 귀한 자식이라는 뜻의 이름을 짓는다면 미타네(みたね)”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없더라도 쓴다면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어에서 미()는 임금이나 부처님처럼 높은 존재에게 덧붙이는 경칭접두어로 쓰인다. 그래서 임금의 딸을 미코(みこ)라 하고, 아주 귀한 자식을 미사키(みさき)라 한다. 한국어 새끼의 고어는 삿기인데 [삿기]가 오늘날의 한국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말로 많이 쓰이지만, 일본에서는 아주 예쁜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미달이라는 이름을 잘 짓지 않는다. 잘은 모르겠지만 수준 미달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여겨져서 기피하는 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미달이란 이름은 그런 뜻이 아니다. [미달] 혹은 [미단]이라는 이름은 일본어 미타네(みたね)와 마찬가지로 임금의 딸, 즉 공주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었다. 공주처럼 고귀한 사람이란 뜻에서 지은 이름이 미달이었다. 그러니까 혹시 미달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있으면 자신의 이름에 대하여 긍지를 가지시기 바란다.

 

[/]은 음이 쉽게 부전되었다. [미달/미돌]도 쉽게 넘나든다. 일본 여성들은 미도리(みどり)”라는 이름을 많이 쓴다. 한자로는 () () () 등으로 쓰는데, 그 이름이 지닌 의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자가 지닌 뜻 그대로 초록색을 의미하는 이름인 줄로만 안다. 그렇지 않다. 일본인의 이름 미도리(みどり)”는 바로 한국인의 인명 [미달]과 마찬가지로 공주처럼 귀한 자식이란 뜻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나 []이 들어가는 이름을 잘 짓지 않는 편이다. 이름에도 유행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이름도 너무 흔해지면 꺼리게 된다. 50~60년 전에는 영수, 영철, 영숙, 정숙같은 이름이 최고 인기였다. 출생신고 이름 순위에서 단연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한자 풀이를 해보면 더없이 좋은 이름이다. 하지만 너도나도 다 그렇게 짓다 보니 너무 흔해졌고, 싫증이 나게 되었을 것이다.

 

요즘은 민준, 지후, 서연, 민서등이 인기 1, 2위를 다툰다. 하지만 이들이 자라서 학교에 가고 사회에 나갈 때쯤이면 같은 이름이 너무 많아 기피하는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몇십 년 더 지난 후에는 지금은 촌스럽다고 기피하는 삼돌이나 미달’, ‘곱단같은 이름이 다시 인기 있는 이름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1.14 10:40 수정 2019.01.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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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