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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 속의 OK
마을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겼다
방치했던 자두나무에서
팔십오 만원 나왔다고 이선기 형 입이
귀에 걸렸다
형은 쥐눈이콩 다섯 봉지, 파 한 단
무말랭이를 들고
형 이름이 박힌 매장에 냈다
이웃들과 나눠먹던 보리수, 앵두
산에서 따온 표고와 느타리는
로컬푸드 에서 OK
농민이 직접 농산물 값을 정해서
OK
겨울에도 OK
OK OK OK
바구니 속에 어느새 OK가 가득하였다
[시작노트]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칠레산 포도는 약 20,480㎞,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약 9,604㎞를 이동하여 우리 소비자에게 옵니다.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과일에 농약, 왁스 등 화학물질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국내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농민들은 목청이 터져라 신토불이를 외쳤고, 그 중심에 로컬푸드가 있습니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입니다.
우리 마을 이선기 형의 작목은 포도입니다. 형의 이름이 붙은 매장에 자두, 살구, 파, 콩, 배추, 무말랭이는 가외수입 입니다. “겨울에도 고정 수입이 있으니 정말 좋다!” 형의 근심이 줄어서 저도 좋습니다.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