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체 카마, 보츠와나 초대 대통령 이야기

영국 백인 여성과 '오직 사랑뿐'


사진 = 영화 '오직 사랑뿐' 포스터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사람으로 영국의 에드워드 8세가 있다면 아프리카 보츠와나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1921-1980)의 사랑도 세기의 로망스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칼라하리사막의 보츠와나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파리 투어를 하러 가는 나라 정도로 일반인들은 기억한다. 보츠와나의 원래 국명은 '베추아날란드' 왕국이었다. 국가의 존속을 위해 스스로 영국의 보호령을 자처했던 베추아날란드의 왕위 계승자 세레체 카마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유학시절이었던 1947년 세레체 카마는 영국의 어느 댄스 파티장에서 운명처럼 한 여인을 만났다. 이곳을 찾은 백인 여성 루스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은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험난한 길이었다. 세레체가 흑인이고, 루스가 백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영국 정부가 나서 두 사람의 결혼을 방해한 것이다. 당시 영국에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 법으로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금지했고 일부 영국인들은 흑인을 철저히 무시하고 멸시했다. 


베추아날란드의 사정도 세레체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세레체는 바만와토 부족의 차기 추장이어서 귀국 후 같은 부족 여성과 결혼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세레체 대신 섭정을 하고 있던 작은아버지는 전통을 무시한 조카의 행동에 실망하고 영국정부와 합세해 그를 축출하려 했다. 백인 부인을 단념하거나 부족 땅을 포기하고 고국을 떠나라고 압박을 가했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마침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도입하려던 이웃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의 외교적 위기도 불러왔다. 남아공 총리는 그들의 결혼을 비난하면서 영국이 결혼을 용인할 경우 영연방 와해를 각오하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루스의 사무실로 고위급 특사를 보내 “아프리카에 건설된 대영제국을 무너뜨리려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세레체는 임신한 루스를 남겨둔 채 런던으로 불려가 족장 지위를 포기하라는 협박을 받았다. 세레체가 이를 거부하자 영국 정부는 5년간 국외 추방 명령을 내리고 두 사람은 헤어질 위기에 놓였다. 


금지된 사랑 때문에 망명생활을 해야 했던 카마는 1956년 귀국 후 왕위 포기를 선언했다. 대신 최초의 민주선거를 제안하고 국명도 보츠와나공화국으로 바꾼 후 민주국가의 첫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후 1남 3녀를 낳으며 세기의 사랑을 이어갔고 그 아들 중 한 명이 2015년 한국을 방문했던 이언 카마 현 보츠와나 대통령이다.
 

불합리한 시대와 제도의 위협 속에서도 사랑을 지킨 아프리카 보츠와나공화국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와 아프리카 최초 백인 퍼스트레이디 루스 윌리엄스의 로망스를 다룬 영화 ‘오직 사랑뿐’이 화제다. 2016년에 제작된 'A United Kingdom'이 우리나라에서 '오직 사랑뿐'으로 소개되었다.

 


이정민 기자
작성 2019.04.01 12:10 수정 2019.04.01 12:1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정민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