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경고와 주의를 받은 교감과 교사를 위한 변명

분쟁과 다툼을 버리고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가길 바라며

 



613일 서울시교육청은 학적변동서류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해 대통령 손자의 이민을 유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교사와 교감에게 주의와 경고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사실 이러한 처분은 교사와 교감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처분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사가 서류제출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생년월일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은 숨겼지만, 학년과 반, 번호, 외국 이주사유, 이주국가 도시 등은 남겨둬 다른 정보가 있으면 누구의 정보인지 유추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청하지 않았던 부동산 처분 시점 등의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 교차조사를 통해 대통령 손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여지를 남겼기에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주의, 경고는 징계도 아니고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처분이다. 대통령과 관계된 일이라 더 강한 처분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특수한 조치가 아닌 보편적인 과정일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의 말처럼 주의와 경고는 중징계에는 해당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고 조치의 경우 승진 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이번 조치로 인해 경고를 받은 교감은 이 사건 때문에 교장승진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면 학교는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 국회법 제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를 종합하면 국회의원은 국정조사에 필요한 서류를 받을 수 있고 군사 및 외교의 중대한 내용이 아니면 이유를 막론하고 자료제출에 응해야 한다.

 

문제는 교사가 한가하게 국정조사를 위한 자료제출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혹자들은 교사가 수업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학기운영계획 제출 등 수업과 수업준비 외에도 다양한 행정 작업을 교사는 수행해야 한다. 방학때에는 특히 다음 학기의 전체 계획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입장에서는 바쁜 시점이다.

 

이런 상황일지라도 자료제출을 요구받으면 법률상 의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때문에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중요한 사안일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교사들에게 자료제출 여부는 중요성이 덜한 부분이다. 교사의 주된 업무는 수업과 그를 위한 다양한 행정업무인데, 국회의원의 자료제출까지 요청받았으니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국회의원이 교차조사를 통해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것까지 고려하여, 행정처분을 내린 서울시교육청의 조치는 가혹한 처사이다. 교사는 신이 아니다. 상대방이 행동할 교차조사까지 예측할 능력을 지닐 교사는 거의 없다.

 

이번 조치는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 사이에서 힘 없는 학교와 교사가 고래싸움에 낀 새우처럼 학교 관계자들이 징계를 받은 사건이다. 이번 조치는 추후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같은 잣대로 접근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학교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료 제공에 눈치를 보게 될 수 있다. 이는 국정조사라는 국회의원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해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뿐만이 아니라, 기존 수업준비와 행정업무에도 정신이 없는 교사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의 말대로 혹시나 일어날 수 있었던 교차조사를 방지할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교사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을 보면 교사들은 이번 분쟁과 다툼의 주체가 아닌 희생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분쟁과 다툼을 기반으로, 억울한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정신으로 좋은 해결을 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이 글을 통해서 경고와 주의를 받은 교감과 교사에게 위로의 말을 보내고 싶다.

 

 

양동규 기자 dkei8282@naver.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6.20 11:36 수정 2019.06.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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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