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편집부 [기자에게 문의하기] /
주홍날개꽃매미
꽃매미 꽃매미
이름도 예쁜 주홍날개꽃매미
우리 아버지 포도밭에 꽃매미
얼싸 좋다 꽃매미
꽃 매미
꽃 매미
이름도 예쁜 주홍날개꽃매미
매미의 달콤한 몸짓에
포도나무 야위어가네
밭이 많이 야위어가네
어라 어허라
포도밭이 죽어가고
포도밭은 나
눈물 뿌리며 저항했네
술잔 뿌리며 저항했네
꽃매미 물러가지 않네
허리까지 자란 달빛
나무들은 꽃도 먹지 않고 시름시름 앓네
내 마음도 앓네
꽃매미 꽃매미
이름도 예쁜 주홍날개꽃매미
[시작 노트]
이름도 예쁜 꽃매미가 포도밭에 출연했습니다. 우렁각시 인줄 알고 풀도 뽑고 맛있는 포도도 준비했습니다. 그뿐, 딱 우렁각시… 달이 뜹니다. 달이 뜹니다. 매미는 포도나무 즙액을 빨아먹습니다. 밭에는 매미의 검은 똥 쌓이고, 아버지 눈물 쌓이고, 술잔이 쌓이고… 그 누가 아침이슬로 매미가 산다고 했나요. 달이 허리까지 자란 풀밭에서 나무는 달콤한 매미의 몸짓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저항,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