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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유리벽이 있을까
뒹굴뒹굴 분노의 저녁이 있을까
낮이 있을까 혹은 깨진 밤이 있을까
시금치 밭 사이 시금치 벌레가 있을까
등을 돌려야만 겨우 볼 수 있는
나이
[시작노트]
아직도 마음으로 넘지 못하는 유리벽, 한 송이 꽃처럼 맑은 저녁이 있을까 밤이 있을까 밤이 지나고 아침이면 머리카락은 흰 눈 점점 쌓이는데 머리카락이 야위어 가는 시금치밭이면 얼마나 좋을까. 등을 돌려야만 볼 수 있는 내 나이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