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편집부 [기자에게 문의하기] /
분홍 들판
있다와 없다 사이
분홍 들판이 모두 저기압이다
뭐가 뭔지 모르는
하늘이 찻잔 속에 빠져 있다
언제 그곳을 나올까
굳게 닫힌 지퍼
하늘이 모두
분홍을 흘리고 간다
[시작노트]
발상의 전환이란 말이 있습니다. 현대시에서 반전에 반전을 기해 새로운 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분홍 들판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일 수 있고 가장 모태적인 유기농 입니다.
요즘 한국시에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준호 시인의 무중력 시 입니다.무중력 시란 중력이라는 무거운 관념을 벗어나서 시적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양준호 시인의 대표작인 『바다여관』을 보겠습니다.
『바다여관에는 이제 바다라는 존재는 없습니다/ 바다여관에는 이제 꽃이라는 존재는 없습니다 /중략ⵈ./ 바다여관에는/ 바다여관에는/ 눈동자를 잃어버리고 온 소녀만 덜컹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시는 그림처럼 느낌으로 보면 됩니다. 소녀는 시의 장치일 뿐입니다.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