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교육철학과 교육현상



 

사회에는 대립하는 다양한 교육적 이슈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학교개혁’, ‘외고와 자사고’, ‘자유학기제’, ‘학생인권조례’, ‘대학입시제도’, ‘교과서’, ‘민주시민교육등과 같이 논란이 되는 교육적 현상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상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현대교육의 토대가 되는 철학과 그 흐름들에 대한 이해는 교육 현상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근대의 교육은 산업화 사회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한 성격이 강했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습자들은, 사회에 나와서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옳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주입식으로 배웠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며 주입보다는 창의성이 강조되었으나, 학교는 여전히 근대적 모습에 가까웠다. 이 즈음에 실존주의분석철학이 등장했다.

 

실존주의는 획일적 방향의 수업이 아닌 학습자와 교수자,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소통을 강조하는 교육철학이다. 학습자 개개인이 지닌 자아는 각기 다르며 이를 발현시켜 주어야 한다는 관점 아래 실존주의는 학습자의 개별성과 지속적 상호 소통을 강조했다. 분석철학은 관습적으로 이해했던 교육적 단어, 즉 언어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찾는 것을 추구한다. ‘공정성’, ‘보편성과 같이 교육에서 추상적으로 활용되는 개념들을 논리학적으로 분석해 교육적 상황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이어 학교교육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비판이론이 있다. 비판이론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본질과 내포된 이데올로기를 통찰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을 강조한다. 비판이론은 실존주의와 분석철학을 수용하면서 절차적 보완이 이뤄졌다. 분석철학이 강조하는 합리적 근거와 실존주의가 추구하는 상호 소통을 기반으로, 민주시민의식을 지닌 지식인을 양성하는 것이 비판이론의 목표다.

 

학교교육 방향의 대안을 제시하는 현대교육철학으로 포스트모더니즘홀리스틱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진리는 단일한 것이 아니며 다원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학교가 이전과 같이 학습자를 보편, 획일, 사회화 시키는 것이 아닌 그들의 개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관점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홀리스틱은 전체는 부분의 합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조화와 상호 관계를 강조한다. 즉 가정, 학교, 수업, 평가, 생활지도, 사회화, 사회가 따로 떨어져 있는 개념이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결과 기존 학교 위주의 단절적 교육을 비판하며 입학 전의 가정교육과 입학 후의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홀리스틱이 거시적 차원에서 학교교육의 변화를 추구했다면 현상학해석학은 학교교육의 획일적 주입 방식에서 벗어난 학습자의 지식 형성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현상학은 학습자가 체험을 통해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강조한다. 해석학은 현상학과 같이 경험을 강조하나 지식 형성 과정에서 선입견과 편견의 역할 또한 중시한다. 해석학에서 선입견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될 수 있고, 지금 가지고 있는 지식 또한 미래에 획득할 지식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현상학과 해석학 모두 학습자가 주관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의미를 형성하는 것을 강조한다. 비록 현상학의 경우는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의미를 찾는 것을 강조하고 해석학은 상황에 대한 해석을 강조한다는 차이점은 존재하지만, 두 철학 모두 학습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교수자 간의 소통을 강조한다.

 

위에서 살펴본 7가지의 철학 사조는 공통적으로 지식의 다원성 및 지속적인 소통을 통한 연결을 강조한다. ‘지식의 다원성소통 및 연결은 현대의 다양한 교육철학의 키워드이다. 이 키워드를 종합하면 현대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을 유추할 수 있다. 근대교육과 달리 현대교육은 기존 지식에 순응하고 암기하는 학습자보다는 다양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스스로 지식을 만들고 창조할 수 있는 창의력을 지닌 학습자를 선호한다.

 

‘학교 개혁’,’, ‘외고와 자사고’, ‘자유학기제’, ‘학생인권조례’, ‘대학입시제도’, ‘교과서’, ‘민주시민교육등의 논의 역시 소통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현대교육철학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각각의 교육정책과 교육현상들은 그 바탕이 되는 철학이 존재한다. 이는 현상에 대하여 주장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대립되는 주장이라 할지라도 각각의 철학이 존재한다.

 

현대교육은 기존 근대의 단일한 진리가 아닌 다원성소통을 강조한다. ‘다원성과 소통의 방향’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개혁’, ‘민주시민교육’, ‘보편성’, ‘다양성’, ‘합리성등 개별 개념에 대해서도 다양한 주장이 가능하다. 교육현상에 있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기반이 되는 사고를 지니기에 대립되는 주장에 대해서 옳고 그름의 여부가 아닌 소통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교육의 갈등은 철학이 기반이 되지 않고 감정적,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감정적, 정치적으로 교육을 접근하면 교육의 본질보다는 타인에 대한 감정 및 집단의 이해관계가 주축이 된다. 그 결과 교육보다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중시되는 주객전도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 속 자기모순 및 감정싸움이 발생해 교육 논쟁에서 교육이 소외되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찬반 양측에 있어서 교육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본질적인 해결은 교육 이슈와 논쟁에 내포되어 있는 철학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현대교육철학에 대한 이해는 교육정책의 방향과 본질을 파악하는데 필수적이며, 교육적 논쟁을 소모적인 대립이 아닌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기본 전제조건이다.

 

양동규 기자 dkei82.nara@gmail.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8.01 14:18 수정 2019.08.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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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