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짙은 초록색 빗장을 열고 용문산 상원 계곡에 들어서다

한여름 열기 식혀주는 비밀스런 숲속의 양평 상원 계곡

 



가만히 있어도 땀을 줄줄 흐르게 만드는 8월초 폭염을 피하기 가장 좋은 곳은 단연 계곡이다. 계곡도 접근성이 좋은 산 아래 보다 사람들 손을 덜 탄 자연미가 넘치는 상류 쪽을 찾는 것이 좋다.

 

기자가 지금까지 감춰두고 혼자 자주 찾는 양평 용문산 자락 상원 계곡을 소개한다. 양평 용문산은 서울 근교 산행지 이자 유명한 관광지다. 산이 워낙 커서 수량이 풍부한 탓으로 여름에는 사나사 계곡, 중원 계곡, 용문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늘 북적인다.

그러나 상원사 아래에 있는 상원 계곡은 이들 계곡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아직까지는 한적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다. 근처의 상원사까지 간단하게 트레킹을 할 수 있고, 발품을 더 팔면 상원사와 용문사를 잇는 옛길도 둘러볼 수 있어 숨겨진 알짜배기 힐링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상원 계곡 가는 길은 상원사 가는 길에 있다. 양평 연수리 보릿고개 체험마을을 지나서 계속 상원사 쪽으로 올라가면 예스터데이 식당이 나오고 곧 이어서 상원사 등산로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 주차한 후 상원사 도로 차단봉 옆길로 들어서면 도로 오른쪽이 바로 상원 계곡이다. 계곡은 상원사 올라가는 길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데 수량이 풍부하고 깊지 않으며 원시림으로 드리워져 있어 물놀이를 즐기며 무더위를 피하기에 최적인 곳이다.





주차장에서 상원사까지는 약 1.5km 거리인데 왕복 1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다녀올 수 있다. 상원사 가는 길은 포장된 도로이기는 하지만 숲과 바람과 햇살에 온전히 숲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산사로 가는 숲길로 들어서니 한여름 짙고 짙은 초록색 빗장으로 걸어 잠구고 속내를 보이지 않던 비밀스러운 숲이 나타난다. 인적 없는 숲길을 걷다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절 가까이에 있는 얕은 오르막을 오르면서 잠시 거칠어진 호흡은 고즈넉한 절에 부는 바람이 안겨주는 풍경 소리에 평안을 되찾는다. 대웅전 뒤로 용문산 정상이 보이고 왼쪽으로 장군봉과 백운봉의 거친 산세가 이어진다.




상원사는 고려시대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제 강점기에 이 절을 중심으로 의병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바람에 일본군에 의해 사찰 대부분이 소실되는 아픈 생채기도 안고 있다.


진짜 강한 사람은 생채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이를 잘 극복한 사람이다. 우리 민족은 일본 때문에 생채기투성인 채로 살고 있지만 현재의 불편하고 어려운 이 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우리 마음을 할퀸 생채기는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절을 다녀온 뒤 계곡으로 내려선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있는 숲속은 시원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인지 계곡 물은 순수하고 맑다. 푸르고 고요한 계곡 숲은 비록 어마어마한 위용의 거목들은 아니지만 건강한 소나무들과 느티나무, 전나무가 치솟아있고, 버드나무, 벚나무, 박쥐나무 등 온갖 널찍한 이파리를 가진 나무들이 여름의 치열함을 가리고 초록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1시간여 짧은 트레킹이었지만 만만찮은 한낮의 치열함을 식히기 위해 맑디 맑은 계곡 물속으로 뛰어든다. 달아오른 몸과 마음이 순간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다. 고개를 드니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청정해지고 잡념이 사라진다.


열락(悅樂)의 경지에 든 것인가.


 


 

숲의 생명들은 철저하게 자연의 지배를 받고 있다. 여름은 숲에게 필요한 것들이 풍성한 계절이다. 숲이 마르는 일이란 없다.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여름 숲은 늘 축축하다. 열을 빼앗긴 숲은 항상 서늘하기 때문이다.

 

이 무더운 여름, 조용하게 더위를 피하고 싶은 가족들에게 평화가 숨어 있는 용문산 상원 계곡을 휴가지로 추천한다.

 




 

여계봉 선임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8.08 13:34 수정 2019.08.0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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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