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붕어빵이 될 순 없지

이태상

 


수학논리에 역진(逆眞)이라는 말이 있다. ()공식이 통한다는 말이다. 몇 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강남스타일'의 싸이에 이어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가 큰 인기다. 기존 아이돌과 달리 특색 있는 개성을 살린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개성을 찾아 유일무이한 스타일을 개발해야 해야 한다. 몰개성이야말로 자신을 망각한 자기부정이고 자기포기며 자아배신이며 자아상실이다. 세상사는 방식은 모두가 다른 천차만별이다. 모두 획일적인 붕어빵이 될 수는 없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유의 삶을 살 때 기적이 일어난다.

 

아인슈타인은 네 삶을 사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을 뿐이다. 하나는 세상에 기적이란 없다. 또 하나는 세상만사 다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아주 먼 옛날 옛적에 동물들이 그들이 직면한 신세계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키 위해 대응책을 강구했다. 그 결과 학교를 하나 세웠다. 교과 과목으로는 달리기, 오르기, 헤엄치기, 날기가 채택되었다. 이 교과과정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모든 동물들이 전 과목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수토록 했다.

 

오리는 헤엄치기에 있어서는 우등생으로 선생님보다 잘했으나 날기는 겨우 낙제점수를 면했고 달리기에서는 낙제 수준이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좀 더 잘해보려고 헤엄치기 시간을 빼먹으면서까지 방과 후에도 계속 달리기만 연습하다 보니 발바닥이 다 닳아 그 잘하던 헤엄치기가 보통 수준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보통 수준이면 되는 까닭에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토끼는 달리기를 반에서 일등을 하지만 헤엄치기 보충수업을 받느라고 다리 근육에 신경성 경련증이 생겼다. 다람쥐는 오르기를 기차도록 잘했지만 날기에는 언제나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날기를 나무 꼭대기로부터 아래로 시키지 않고 꼭 땅에서부터 위로 날아보라고 하는 바람에 그렇게 너무 애쓰다 보니 그의 팔다리 근육이 고통스럽게 오무라드는 비수의(非隨意) 발작성 수축증에 걸렸다.

 

그런가 하면 독수리는 문제아였다. 다른 학생들과 동조하지 않고 선생님 말씀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 그의 타고난 반골기질과 독자적인 주체성과 창의성 때문에 동급생들로부터 왕따는 물론 선생님의 심한 벌과 고문까지 당했다. 그래도 그는 언제나 끝까지 굽히지 않고 제 방식과 제 뜻을 고집하여, 날기 시간마다 다른 학생들을 다 제치고 나무 꼭대기 위로 제일 먼저 날아올랐다.

 

이상은 내가 세 딸들 어렸을 때 읽어주던 동화책 내용 일부를 좀 수정 요약해본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떤 출발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결정해준 것은 제 선택이나 멋대로 된 것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 또는 사주팔자 소관이거나 아니면 우연인지 필연인지 간에 그의 출생과 사회적 환경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리라.

 

독수리가 저는 독수리로 태어났다고 달팽이로 태어난 달팽이 보고 너도 나처럼 하늘 높이 날아보지 못하고 어찌 그리도 느리게 기어 다니냐고 비웃을 수 없다. 나의 삶이 너의 삶보다 못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다. 우리의 삶이 붕어빵이 될 수 없는 까닭이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9.08 09:51 수정 2019.09.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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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