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휘 기자 칼럼] 선생님, 학교가 즐거워요

선생님, 시험 문제 좀 쉽게 내 주시면 안 되나요

입력시간 : 2019-09-17 09:01:24 , 최종수정 : 2019-09-17 09:02:09, 편집부 기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을 앞두면, 수업 때 공통적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이번 시험은 쉬워요, 어려워요?”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 중 하나다. 하도 많이 들어서 어느 선배 교사는 공부하면 쉽게 낼 거예요라고 대답한다고 귀띔한다.

 

말은 쉽게 하지만 교사들에게 시험 문제 출제는 엄청난 두뇌노동(?)을 요하는 작업 중 하나다.

 

아니, 시험 문제를 어떻게 출제하길래 그렇게 복잡하지?” 지금부터 그 비밀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보통 한 교과는 교사 한 명이 단독으로 담당하기도 하지만, 학급 수가 많을 경우 수업 시수상 두 명 이상의 교사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각 과목별 담당교사들은 사전에 어떤 기준으로 지필평가 문항을 출제할지에 대해 논의를 한다.

 

논의가 끝나면 출제 기준을 가지고 문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바로 이원목적분류표라는 것이다. 바로 이 이원목적분류표에 문항 출제의 비밀이 숨어있다.

 

각 교과별로 성취수준이 존재하는데, 각 교과별 담당교사들은 교육과정에 제시된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문항을 개발하게 된다.

 

너무 쉬워도 어려워도 안 되기 때문에 난이도 조절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중에 나온 참고서의 문제와 중복되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교무실에 가면 문제집이 가득 차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사들은 그 문제집에 있는 문항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중복되는 문항을 제외하고 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된다. 심지어 시험문항을 출제하지 못하면 퇴근은 저 멀리 가고 주말까지도 반납해야 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게 된다.

 

시험 문항의 출제가 끝나도 교사들은 안심할 수 없다. 시험 문항이 담긴 출제원안을 교무부장-교감-교장 순으로 결재 받아야 하고, 행정실의 협조 하에 봉인해야 한다. 또 인쇄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선배 교사는 문항 하나하나 개발하는 것은 정말 조마조마하다, 또 맞춤법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자료를 그림으로 제시하면 그림의 상태까지 확인해야 해서 신경이 곤두선다고 귀띔한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내신 성적에 대한 불신도 교사들을 괴롭히는 것 중에 하나이다. 실제로 고등학교 3학년 영어의 경우, 수능연계교재에서 내신시험이 출제되는데, 수능연계교재를 변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일반사회를 담당하는 선배 교사는 기자에게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사회 교과서의 수준이 매우 쉬워져서 교과서를 가지고 시험문항을 출제하기가 참 어렵게 되었다고 하소연한다.

 

따라서 고등학교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궁여지책으로 모의고사 문항을 변형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 모의고사 문항을 변형하는 작업도 쉽지 않지만 교과서로만 출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게다가 서술형 문항에 대한 채점기준도 명확하게 마련해놓지 않으면 문항에 대한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교사들을 더 긴장하게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자도 걱정이 되었다. 기자도 과학, 생명과학 과목을 담당하며 지필고사 문항을 출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학생들에게 시험문제 좀 쉽게 내 주시면 안 될까요?”란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인석들아, 선생님도 시험 문제 내는 것도 참 어렵고 힘든 일이야, 배운 데까지 복습을 잘 하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게 낼 거야

 

시험 점수가 전부는 아닌데, 왜 이렇게 씁쓸한 기분이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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