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나비별곡 ‘코스미안 아리아’

이태상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 했던가. 사람도 우리 인생의 한 지점에서 귀향의 여로에 오른다. 삶을 돌이켜보면서 무엇이 되려고 한 때 꿈을 꾸었는지 그리고 이제 무엇이 되었는지 생각할 시점이다. 이런 삶을 예술이란 거울에 비춰보자.

 

2002년 미국의 휴스톤 그랜드 오페라가 초연한 멕시코 작곡가 다니엘 카탄의 플로렌시아 엔 엘 아마조나스(FLOLENCIA EN EL AMAZONAS)’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오페라에서 사랑은 삶과 죽음에 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원천이요,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남미음악 리듬에 맞춰 춤추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오페라는 인간의 감성적 본능에 호소하면서 다른 예술작품들처럼 너무도 인간적인 곤경과 궁지를 천착하면서, 변덕스러운 것부터 경이로운 경지까지 종횡무애(縱橫無碍) 섭렵한다.

 

이국적인 이 오페라는 남미문학의 주된 테마를 다룬다. 신비와 위험을 안고 감행하는 자아발견의 매혹적인 여정이다.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오페라가수로서의 오랜 경력 끝에 프리마돈나 플로렌시아는 금의환향(錦衣還鄕)이 아닌 익명의 신분으로 남미에 돌아온다. 그리고 옛날 고향에 두고 떠나온 애인 크리스토발에게로 돌아간다.

 

삶이 그 자체와 협상하고 죽음을 극복하듯 플로렌시아가 그녀의 마지막 아리아를 부를 때 그녀의 목소리는 하늘로 떠오르고 그녀의 노래는 투명한 날개가 된다.

 

나의 젊은 날도 필연인지 우연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인생여정이 있었다. 내가 직접 겪은 실화는 내 인생의 자양분처럼 늘 나를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귀소본능을 일으킨다.

 

젊은 시절, 군복무를 할 때 편지를 주고받으며 펜팔을 하던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나를 모델로 푸른 제복의 사나이라는 글을 써서 문단에 데뷔를 했다. 문인이 된 그 소녀와 사귀다가 유명한 여류작가였던 소녀 어머니의 반대로 안타깝게 서로 헤어지게 되었다. 긴 시간 소녀를 그리워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유명한 소설가가 된 그녀를 25년 만에 뉴욕에서 기적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는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장년이 되어 비로소 이룰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나와 열렬한 사랑에 빠졌고 나를 모델로 꽃을 든 남자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그렇게 치명적인 사랑을 하면서 행복했던 우리는 얼마 못가 옛날처럼 다시 또 헤어지게 되고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인생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녀와 나는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두 번이나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명복을 빌면서 짧은 글을 지어 그녀에게 마음으로 보냈다.

우화(羽化),

 

, 코스모스 꽃잎 하나가 팔랑 한 마리 나비로 날아오르듯

우리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의 한 숨 한 숨이 아지랑이처럼

 

아롱아롱 숨차게 피어올라 코스모스 하늘 무지개 되리.

 

아리아리 코스모스 무지개 되리!

이것이 바로 나비별곡 코스미안의 노래,

우리 다 함께 부를 코스미안 아리아이리!

 

 

난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지만 혹시라도 내 묘비명이 하나 세워진다면 이런 말이 새겨지길 희망한다.

 

코스모스를 사랑했다.

잃어버리고 평생토록

세상천지를 해매이다

어디에서나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발견하고

미소지으며 잠드노라

영원무궁한 코스모스

하늘엄마의 품속으로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9.26 11:56 수정 2019.09.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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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