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별 하나 나 하나

이태상

 


우리말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 서양의학에서도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고 약성분이 전무한데도 약품이라고 믿으면 그 어떤 약 못지않게 약효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곧 믿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을 통해 어떤 신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반대로 신앙을 포기함으로써 좀 더 참다운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신앙이란 마음 문을 닫느냐 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독선과 아집으로 편애하는 신답지 못한 신을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몇 년 전 한국에서는 없다시리즈가 유행했었다. ‘예수는 없다’, ‘붓다는 없다를 비롯해서 한국은 없다’, ‘한국사는 없다가 있었는가 하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깨달음은 없다라는 책까지 나왔었다. 어떤 목사님이 쓰신 교회가 죽어야 예수가 산다는 역설적으로 예수는 없다가 되었다. 이쯤에서 스님이 절이 죽어야 부처가 산다는 책을 쓸 법도 하다.

 

하버드대 펠레그리노 석좌교수이며 미국 학술원 회원으로 20여 권의 과학 명저를 저술해 미국 국가과학메달과 국제생물학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저서들은 한마디로 생태계 없이는 인간도 없다로 요약될 수 있다.

 

인도의 과학, 기술, 생태계연구재단의 대표로서 개발과 세계화란 명목으로 자연을 약탈하고 있는 서구문명을 비판해 제3세계의 노벨상인 올바른 삶을 기리는 상(Right Livelihood Award)’ 수상자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의 저서들은 자연=여성, 과학=남성으로 해석, 이성과 합리성 맹신이 생태재난의 주범이라며 직관과 포용의 여성성 회복을 주장한다. 과학은 어머니인 대지를 죽였으며 과학(남성)이 죽어야 자연(여성)이 산다는 것이다. ‘자연 없이 인류문명도 없다는 결론이다.

 

이른바 사랑의 복음을 전파한다는 세계의 모든 종교인들이 교리를 초월해서 사랑으로 대동단결하기는커녕 수많은 교파로 갈라져 파쟁만 일삼아 왔으니 이교도와 이방인 정벌에 나선 십자군이 또한 분열하여 혼란을 일으킨 나머지 진정한 사랑의 개념을 타락시키고 말았다.

 

종차별주의, 곧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인종차별주의(racism)이며, 시대착오적인 사상이다. 잡아먹거나 실험대상으로 삼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것은 노예제도만큼이나 나쁜 짓이다.’ 이것은 20년 전(1999) 프린스턴대학에서 생물윤리학 강좌를 맡도록 선임되어 물의를 빚었던 피터 싱어(Peter Singer)교수가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이란 그의 저서에서 주장하는 말이다.

 

이제 서력기원 21세기를 맞은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자연환경은 물론 정치 사회 경제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동트기 직전이 가장 깜깜절벽이 아니던가. 결코 비관하고 절망만 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만시지탄을 금할 길 없으나 근년에 와서 소위 선진문명 사회의 동향이 180도로 급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서양 사람들이 동양으로 눈을 돌려 우리 동양 고유의 오래된 노장철학과 원효의 화쟁사상 그리고 단군의 홍익인간사상 등에서 인류의 구원과 진로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수백 년 동안 서구사회는 월등한 문명의 힘으로 전 세계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지구생태계를 파괴, 인류의 자멸을 재촉해 왔다. 아제 더 이상 기존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즉 정복의 대상으로서의 자연관, 착취대상으로서의 대인관, 아전인수식의 선악관이나 흑백이론으로는 그 해답이 없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종교, 사상, 철학, 과학, 의학, 문학, 예술 각 분야에서 서양의 선각자와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마치 종전의 주기도문 외우듯 몰아일체, 피아일체, 물심일여를 읊조리는 것을 종종 듣고 보노라면 우리는 절로 회심의 미소 완이일소하게 된다.

 

얼마 전 서양의 세계적인 과학자와 천문학자들이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생을 두고 과학과 천문학에 전념해온 결과로 얻게 된 결론이 동물, 식물, 광물 가릴 것 없이 생명은 하나라는 것과 또 하나는 본질적으로 별의 원소와 인간의 원소가 같은 물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만고의 진리를 우리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알았는데 말이다.

 

여름밤 시골 마당에 돗자리 깔고 누워 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보면서 별 하나 나 하나라고 노래하지 않았나.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믿어왔듯이 우리가 죽으면 별이 되는 것이리라.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9.28 11:26 수정 2019.09.28 21:2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