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여름휴가] 가보고 싶은 섬 10선

걸망 하나 메고 외딴 섬으로 떠나자

여름휴가 가보고 싶은 섬 10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걸망 하나 메고 대자유가 넘실대는 섬으로 떠나자. 오지여행은 길을 잃고부터 시작된다. 먹고 마시고 놀다 지쳐서 돌아오는 여행은 싫다. 의미 있는 휴가와 나만의 테마기행을 위한 외딴 섬 10개를 추천한다.


1. 연화도


연화도는 바다에 핀 한 송이 연꽃이다. 경남 통영항에서 연화도 본촌마을까지는 여객선으로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배 위에서 한려수도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일대는 비진도, 오곡도, 부지도 등 그림 같은 섬들이 펼쳐지는 해상국립공원이다. 배에서 내리면 민박집들이 많고, 10분 정도 걸어가면 고즈넉한 언덕배기에 연화사라는 절이 길손을 반긴다.


연화도 용머리

 

산꼭대기로 올라가면 일시에 망망대해가 나타나고 통영팔경의 하나인 연화도 용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깎아지른 절벽에는 보덕암이라는 암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이 섬에는 임진왜란 때 활약한 사명대사와 자운선사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민박집이나 텐트에서 자는 것도 좋지만, 보덕암에서 화두 하나 붙잡고 밤을 새우는 것도 의미 있는 휴가가 될 것이다.


연화도 동두 마을

 

어촌 마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본촌리에서 산 고개를 넘어 가면 작은 어촌 동두 마을이 있다. 연화도는 생각보다 외지인의 발길이 많이 닿은 곳이지만 이곳 동두 마을은 예외이다. 여기서 민박을 하면 여행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연화도는 또한 잘 알려진 통영권의 대표적인 낚시터이다. 네바위 근처에서 촛대바위에 이르는 낚시 포인트에는 여름철 참돔, 돌돔, 농어가 많이 잡힌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통영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이 하루 7-8회 운항한다. 통영 연안여객선터미널 : 1666-0960

 

2. 사량도


사량도는 경남 통영시 사량면에 속하는 유인도로 상도와 하도 두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세가 험준하고 수많은 전설과 역사를 간직한 섬이다. 고려 말에 최영 장군이 사량도에 진을 두고 왜구를 물리친 것을 기리기 위해 진촌 마을에는 최영 장군 사당이 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이순신 함대가 전라좌수영인 여수를 출발하여 경상도 해역으로 출동할 때 반드시 사량도를 거쳐 갔었다.


사량도 가는 길


금평리 진촌 마을! 예전엔 한적한 섬마을이었으나 옥녀봉과 지리망산(智異望山, 일명 사량도 지리산)을 등반하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노래방과 여관까지 생겨 부산한 포구로 변해버린 곳이다. 사량도는 전체 섬의 모습이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아주 옛날에는 용태도(龍胎島)라 불렀다. 그런데 타 지역 사람들이 여기서 큰 인물이 많이 날 것을 시기하여 용을 뱀으로 바꿔 섬 이름을 사량도(蛇梁島)라 고쳤다고 한다.


사량도 진촌리


사량도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바다 가운데 이토록 험준한 산세가 있는 것이 기이하다. 가련한 옥녀의 전설이 있는 옥녀봉, 시집갈 때 타고 가는 가마처럼 보이는 가마봉, 용이 살았다는 용굴이 있는 불모산(佛母山), 그 아래 옥련암이 있다. 옥련암에서 저녁노을에 반사되어 빛나는 기암괴석들을 올려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모두가 살아있는 듯한 자연불이다. 찬찬히 바위들을 바라보면 그 속에 미륵불,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약사여래불의 형상이 다 보인다. 이 산의 이름이 왜 불모산인지 늘어선 바위들이 말없이 알려준다.


옥동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 벼랑을 오르내리며 사다리와 줄에 의존하여 험준한 가마봉을 넘어면 옥녀봉이 나온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동냥젖을 얻어먹으며 자란 옥녀가 예쁜 처녀로 성장하자 천륜을 저버린 아버지가 옥녀를 범하려 하자 옥녀는 여기 아슬아슬한 봉우리에 올라 몸을 날렸다는 슬픈 전설이 있는 곳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약 네 시간 동안 험준한 사량도 지리산을 등산할 수 있고, 해수욕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항 해수욕장에 텐트를 치거나 민박을 하면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통영여객선터미널 : 1666-0960 / 가오치 카페리 터미날 : 055-647-0147 (사량수협)

 

3. 매물도


푸른 초원 위에 하얀 등대가 있는 이국적인 섬 매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의 하나로 꼽힌다. 통영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한산도와 비진도를 지나 넓은 바다로 나서면 멀리 소지도, 국도, 좌사리도 등이 보이고 거제도 남단에 있는 장사도, 가왕도, 병대도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소매물도 등대섬

 

 

매물도는 대항 마을이 있는 대매물도도 있지만,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등대섬이 있는 소매물도를 관광하는 것이 좋다. 선착장에 내리면 현지에서 잡은 해삼, 멍게 등이 좌판 위에서 길손을 붙잡는다. 오솔길을 따라 산꼭대기로 오르면 폐교된 초등학교 분교터가 나온다.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 터엔 간간히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본섬과 등대섬은 썰물 때 하루에 두 번 연결되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물이 차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언덕배기에는 염소들이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이 섬에는 남매바위와 글씽이굴 등 전설이 깃든 곳이 많다. 섬을 일주하는 배를 타고 한 바퀴 돌면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서불이라는 사람이 동남동녀 3,000 명을 데리고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동굴 암벽에 글씨를 남기고 갔다는 글씽이굴도 볼 수 있다. 촛대처럼 생긴 촛대바위는 2003년에 닥친 태풍 매미 때 촛대가 부러져 날아 가버렸다.


소매물도에는 민가를 개조하여 민박집으로 만든 곳이 제법 있어 당일치기 여행이 아니라면 민박을 할 수도 있다. 차를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에 통영 연안여객선터미널에 주차해 두고 아침 일찍 들어갔다가 오후에 나오는 것도 괜찮다. 통영 연안여객선터미널(1666-0960 )에서 매물도 가는 배가 있다.

 

4. 마라도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사람들은 육지라는 새장에서 막 탈출한 한 마리 새가 되고 만다. 풀꽃들이 그리움처럼 바람에 날리고 코발트색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선 하얀 등대가 육지에서 온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라도의 행정구역은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도다.


마라도 성당

 

제주도의 송악산 선착장에서 마라도 까지는 배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가는 길에 가파도가 있다. 예전에 마라도와 가파도 사람들이 제주도에 장을 보러 나왔다가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간 후 그 다음 장날에 파도가 높아 못나오면 '갚아도 좋고 말아도 좋다'고 한 데서 섬의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제주도를 출발한 배가 형제도와 산방산을 뒤로하고 가파도 쪽으로 나서면 망망대해다. 마라도 선착장에 내려 계단을 타고 오르면 국토의 최남단에 있는 이국적인 섬에는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통일기원비'가 세워져 있다. 섬을 천천히 걸어서 한 바퀴 도는데 3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마라도는 작고 아담한 섬이다. 해안 절벽이 많아 목책을 치고 그 안쪽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군데군데 야생화와 선인장들이 이국적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손잡고 거니는 연인들의 풋풋한 웃음소리가 억새꽃 사이마다 해맑게 부서지는 곳에서 동쪽 해안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눈부시도록 하얀 등대가 나온다. 무공해 발전을 하는 태양열판이 등대 주변에 온통 깔려 남국의 햇볕을 모으며 빛나는 모습이 장관이다. 섬마을에는 먹거리가 풍부하지만 마라도에도 현지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민박집들이 있다. 등대를 지나 섬의 남쪽 끝으로 가면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표석이 있는 곳에 좌판을 벌여 멍게와 소라를 팔고 있는데,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관광객들의 즐거운 탄성이 바람을 타고 바다 위로 흩어진다. 이 섬에서 산책을 하다가 배가 고프면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중국집에 자장면을 시키면 된다.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를 자장면집 주인이 이용하여 재미있게 돈을 벌고 있다.


선인장 종류인 백년초가 무성한 서쪽 해안을 돌아 서면 기원정사라는 절이 있다. 조심조심 절집으로 들어서면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에는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울려 퍼지며 먼 여정에 지친 나그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바닷가에 있는 절은 해수관음을 모신 곳이 많은데 여기 기원정사도 해수관음보살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다. 수많은 육지인들의 염원이 기와에 새겨져 깨알처럼 빛나고 있다.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여기 마라도에 눌러 앉아 한 일주일 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5. 선유도


신선이 놀다간 섬 선유도는 고군산열도 중 하나의 섬이다. 무녀도, 장자도, 선유도는 아름다운 고군산이다. 예전에는 군산항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선유도로 갔지만, 지금은 다리로 연결되어 차가 들어간다. 섬에 도착하면 민박집들이 즐비하다.


선유도

 

여름철이면 해변에 갑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이 정겹다. 선유도는 차를 가져갈 수 없는 곳이라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섬을 일주해야 한다. 선유2구의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나가면 해수욕하는 사람들과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사람들이 보인다.

 

선유도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망주봉이라는 바위산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맨손으로 오를 수도 있으나 초보자는 위험하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엄청난 돌산이 눌러앉아 있고 우주의 기가 뭉쳐진 곳에 온갖 야생화들이 핀다. 해당화 피는 명사십리에는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 그리고 그 속에 점점이 사람들이 노닌다. 선유도는 신선이 놀았던 섬임에 틀림없다.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걸어서도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으며 다리로 연결된 장자도와 무녀도를 함께 구경할 수 있다.

 

6. 청산도


청산도는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경치와 순한 인심이 있는 풍요의 섬이다. 영화 서편제에서 보여준 가장 향토적인 보리밭길은 청산도 당리마을에 있다. 청산도는 그만큼 한국적인 풍경이 남아있는 섬이다. 날씨가 맑으면 완도에서 빤히 보이는 이 섬은 여객선으로 50분이면 들어갈 수 있다. 섬의 관문인 도청리에 도착하면 시내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청산도

 

민박집이 있는 지리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바다에서 올라온 바람이 밭고랑을 휘젓고 다니다가 개망초꽃이 흐드러진 논두렁을 지나 산마루를 타고 넘는다. 순간 육지에서 따라온 찌든 스트레스가 함께 날아가 버린다. 해변에 소나무가 죽 늘어선 지리 해수욕장 근처에는 민박집이 몇 채 있다. 도요새가 종종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곳에 게들이 숨바꼭질을 한다.


민박집에 여장을 풀면 파도소리와 함께 바다가 먼저 방으로 들어선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복 양식을 한 사람이 여기 지리의 민박집 주인이다. 그물질을 해서 돌아오는 주인에게 자연산 잡어를 몇 마리 사서 회나 매운탕을 해 먹을 수 있다. 저무는 콩밭에는 석양이 반사되어 붉게 타오르고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낙의 모습은 일찍이 어릴 때 농촌에서 보았던 바로 그 풍경이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이 세월을 넘어 여기 청산도에서 잠시 멈춰 서 있다.

 

차를 타고 북쪽 해안을 따라 15분 정도 달려 진산리를 지나 산 고개를 넘어서면 신흥리 갯벌이 나온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조개를 잡는 할머니들이 바쁘게 손을 놀린다. 여기서 조개를 몇 마리 잡아 민박집으로 와서 된장찌게를 해먹는 맛도 일품이다.

 

마을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재미있다. 이 버스는 도무지 빨리 가는 차가 아니다. 이 마을 저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기사는 모르는 사람 없이 인사를 하고, 멀리서 달려오는 사람이 있으면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신흥리에서 산을 넘고 다시 바다를 끼고 돌아서면 길가에 지석묘가 있는 읍리 마을이 나온다. 바다와 가까운 논 가운데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지석묘가 있다는 것은 청동기시대에도 이 섬에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다.


읍리를 지나 조금 가면 영화 서편제에서 본 당리 마을인데 마을에서 유일한 초가집 한 채는 서편제의 주인공이 마루에 앉아 판소리를 배우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 관광객들을 위해 보존해 두었다. 이곳 당리 마을의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락리 풍경은 그대로가 한 폭의 동양화다.

 

청산도에는 백련사라는 절이 있다. 부흥리의 명물 구들장 논을 지나 산으로 오르면 바위 병풍아래 암자처럼 생긴 절이 보인다. 올라가는 길가에는 돌로 담을 쌓아 경계를 만들어 놓은 밭뙈기들이 여기저기 있다.

 

콩이나 마늘을 심는 밭이다. 일없는 나그네의 눈에는 목가적으로 보이는 저 밭에서 얼마나 많은 호미자루가 닳았을까. 긴 밭고랑마다 섬마을 아낙네들의 한숨과 애환이 숨어있는 듯하다. 청산도는 이렇게 일주여행을 해봐야 제 맛이 나는 섬이다.

 

청산도는 완도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카페리를 타고 들어간다.

완도항 터미날 061-552-0116

 

7. 덕적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덕적도까지는 75킬로미터다. 쾌속선을 타고 가면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덕적도 선착장에 내리면 '환상의 섬'덕적도라는 조각상이 반긴다. 덕적도는 해수욕장과 산책로가 잘 정비되고 다른 섬에 비해 비교적 붐비지 않아서 좋다. 민박도 할 수 있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도 있다. 야영을 하기에는 서포리 해변이 제격이다. 차를 가지고 가면 서포리 까지 갈 수 있고, 덕적도 선착장에서 서포리 가는 버스를 타고 가도 된다.


덕적도 서포리 해수욕장

 

서포리 해변의 송림이 우거진 곳에 해수욕장이 있다. 소나무 아래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많으며 해안 사구가 잘 발달되어 해당화가 곱게 핀다. 송림 사이로 낸 산림욕 산책로는 나무로 데크를 깔아 어린애들도 함께 산책하기에 좋다. 덕적도는 인천 연안여객선 터미널 국내선에서 카페리가 운항한다.

인천항터미널 032-888-0116

 

8. 울릉도


울릉도와 독도는 평소에 많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는 섬이다. 주변 해역은 기상의 변화가 심하고 파도가 높이 치는 곳이다. 무턱대고 울릉도에 들어갔다가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한 열흘 동안 발이 묶이기도 한다. 서울에서 가려면 묵호항으로 가서 배를 타는 것이 좋다. 남부지방에 사는 사람은 포항에서 카페리를 타도 된다. 성수기에는 사전예약이 필수다. 기상이 나빠지면 배편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출발 직전에 다시 점검하는 것이 좋다.


울릉도 도동항


묵호항에서 2시간 30분을 달리면 망망대해에 커다란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배가 고동을 울리며 포구에 접안하면 5일장이 선 곳처럼 도동항이 일시에 왁자지껄하게 붐비기 시작한다.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봉고차로 섬 일주 관광을 하는 것이 좋다. 섬을 돌면서 마지막에 화산 분화구인 나리분지에 올라가는 코스다. 주상절리 현상으로 바위가 국수 가락처럼 죽죽 뻗어 내린 '국수산'을 지나면 해변에 울릉도 호박엿 공장이 있다. '맛보기' 엿 하나 먹고 나서 바다를 들여다보면 동해는 완전 무공해 코발트색이다.


울릉도에는 뱀이 없고 도둑이 없다. 순박한 섬마을에 도둑은 있을리 없지만, 뱀이 없는 이유는 향나무가 많아서 그렇다. 산에는 자생하는 후박나무와 향나무가 지천으로 늘렸다. 예전에 울릉도 사람들이 땔나무로 향나무를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호박엿 공장을 지나 통구미 마을에 도착하면 선착장 앞에 우뚝 선 바위 옆구리에 거북이가 새끼를 낳는 형상으로 달라붙어 있다.


해안선 주변의 밭에는 울릉취, 더덕 같은 소득이 괜찮은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예전에 논농사를 한 흔적도 있지만 지금은 모두 밭으로 변해버렸다. 곰처럼 생긴 곰바위를 지나 몇 구비 더 돌면 천부라는 마을이 나온다. 하늘에서 부를 내려준 마을이라는데, 여기서는 천궁을 재배하여 많은 소득을 올려 마을전체가 예로부터 부자였다고 한다. 건너편에는 송곳봉이 우뚝 솟았고 그 아래 약사여래불을 모신 성불사가 있다. 여기서 약수를 한 잔 하고 나면 긴 여정에 지친 몸이 일시에 생기가 돈다.


천부에서 나리분지로 오르는 길가에는 많은 나리가 자란다. 화산분지인 나리분지는 엄청난 화산 폭발의 역사를 이야기하듯 그 규모가 압도적이다. 한 때 여기에 소규모 비행장 건설을 검토한 적이 있었으니 성인봉 아래에 어마어마한 평지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섬을 한 바퀴 돌고나면 다시 도동항으로 와서 휴식을 취한 후 독도 여행을 할 수 있다.


날씨가 허용하면 독도 관광을 하는 것도 추억에 남는다. 도동항에서 독도까지 가는 유람선이 있다. 독도에 접안할 수 있게 기상이 허락하는 날이 1년에 50일도 안된다는데 독도 선착장에 내려 해경들과 토종 삽살개를 만난다면 무지하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대한민국령이고 우리 경찰이 지키고 있는 섬 독도는 수많은 갈매기와 희귀동식물의 보고다.

울릉도는 묵호 여객선터미널(1577-8665)에서 가는 배가 있다.

 

 

9. 백령도


인천항 연안여객선부두에서 쾌속선을 타고 해군 함정의 호위를 받으며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 용기포항까지 가는 데는 약 4시간 반이 걸린다. 차를 싣고 가는 배는 일주일에 세 번 밖에 없고 비용도 엄청나게 비싸므로 몸만 가는 것이 좋다. 여객선이 닿는 용기포항 건너편 사곶 천연비행장, 콩돌해수욕장이나 두무진에서 민박을 하는 것이 좋다. 렌트카나 택시를 타고 사곶 천연비행장의 딱딱하게 다져진 모래사장으로 내달리는 기분은 가히 환상적이다.


백령도 선대암

 

들판을 가로질러 콩돌 해수욕장에 가면 연인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콩돌과 함께 파도에 씻겨 해변을 따라 굴러다닌다. 백령도는 섬이지만 논이 많아 쌀을 자급자족하고도 남아 육지로 내다 판다고 한다. 들판을 지나면 심청전에 나오는 공양미 삼백석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 섬의 지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심청전과 불교에 관계되는 곳이 많다. 연화리는 한 때 연꽃이 피는 연지라는 못이 있었던 곳이고 장촌 마을은 '뺑덕어멈'이 살았던 곳이다. 절골은 오랜 옛날에 절이 서너 개 있었다고 전해오는 계곡이다.


백령도 콩돌해수욕장


 

북향의 포구인 두무진 항에서 해안을 지나 호젓한 오솔길을 타고 오르면 멀리 장산곶과 인당수가 보이는 언덕에 '통일기원비'가 우뚝 서 있다. 형제바위와 선대암이 우뚝 선 여기를 서해의 해금강이라 한다. 자연은 그 어떤 인공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백령도는 바다사자, 가마우지 등 희귀동물과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분포하고 있는 생태의 보고다. 바다와 가까운 저지대에는 습지도 잘 발달하여 갈대를 비롯한 수생식물들이 무수히 자라고 있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아열대 작물인 키위를 재배하여 탐스럽게 익어가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청정한 섬 백령도에 연화정사라는 절이 있다. 평화를 갈구하는 해수관음상의 염원이 저 해변의 철조망 너머로 퍼져 북녘땅을 향한다. 연화정사는 불교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백령도에 효행수련원 연화도량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우리에게 '발우'의 의미를 잘 알려주신 지명스님이 주지로 계시면서 발우전시관도 함께 문을 열었다. 인천항 연안여객선부두(032-888-0116)에서 백령도 가는 배가 있다.

 

10. 보길도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생각하며 해남 땅끝마을에서 보길도 가는 배를 탄다. 땅끝전망대를 멀리하고 배가 도착하는 곳은 노화도라는 섬이다. 노화도와 보길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보길도는 차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차를 몰아 섬을 한 바퀴 돌아본 뒤, 후박나무 방풍림이 늘어선 해수욕장이 있는 예송리의 민박집에 머무는 것이 좋다.


보길도 노화대교

예송리 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아닌 검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 족히 1킬로미터가 넘는다. 해변에는 파라솔을 치고 해삼과 소주를 판다. 밤이 되면 여기서 낚시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캐미라이트라고 하는 야광찌가 낚싯줄에 매달려 춤을 추는 것이 영락없는 도깨비불처럼 보인다.


보길도 예송리 해변



보길도에 있는 윤선도원림은 고산 윤선도가 유배되었다가 풀려난 후 인조13년인 1637년부터 1671년 죽을 때까지 7차례에 걸쳐 드나들면서 13년 동안 살았던 곳이다. 여기를 둘러본 후 여유가 있으면 산꼭대기에 있는 남은사라는 절까지 등산을 하는 것도 있지 못할 추억이 된다. 절로 가려면 해변에 있는 정자리 마을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좁은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숲이 우거져 하늘을 뒤덮은 길가에는 군데군데 정성스럽게 돌탑을 쌓아 놓았다. 돌탑을 만나면 인사도 하고 한 시간 쯤을 걸어 올라가면 보랏빛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길손을 반긴다. 남은사는 거기 산 정상 아래 있다. 탑이 있는 곳에 맑은 샘이 솟는다. 저 아래 마을에서부터 절 입구까지 수없이 쌓아놓은 돌탑이 길손을 반긴다. 보길도는 해남 땅끝마을의 매표소에서 배를 타고 간다매표소 : 061-535-5786


이해산 기자


이해산 기자
작성 2018.07.12 14:41 수정 2018.07.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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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산님 (2018.07.20 10:52) 
섬여행
여행 중의 여행이 섬여행이죠 올 휴가엔 섬으로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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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