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서양육갑 어서 졸업할 일이어라

이태상

 


여러 해 전에 돌아가셨지만 언젠가 나보다 열 살 위의 도() 닦던 형님이 서울에 있는 조계사에 들러 청담 스님과 더불어 여러 가지 토론을 하셨다고 한다.

 

한참 열띤 토론 끝에 더 이상 말로 이야기가 될 수 없자 형님이 한 스님보고 수고스럽지만 뒷간에 가서 똥물 한 바가지만 퍼갖다 달라 하시고는 바가지에 담긴 똥물을 천천히 쭈욱 다 들이키셨단다. 모르긴 해도 그 자리에 있던 스님들은 하나같이 옛날에 원효대사께서 해골바가지에 고인 빗물을 마시고 크게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일화를 생각하게 되었으리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선도 악도 없다. 사람의 생각이 선도 악도 만든다. (There is nothing either good or bad but thinking makes it so.)’라고 했다는 것처럼 형님도 세상에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없다는 것을 말 대신 행동으로 역설하신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절대적인 선도 악도 없는데 사람이 제 멋대로, 편리한 대로, 형편 따라 선이니 악이니 하며 아전인수식으로 억지 부리고 우겨온 것 같다. 특히 서양의 기독교에서 악마니 천사니, 흑이니 백이니, 선민이니 이방인이니, 기독교 신자가 아니면 죄다 구원받지 못하고 영원히 저주받을 이교도로 낙인찍는가 하면 하나님이 인간을 위한 제물로 다른 동식물 자연 만물을 창조하셨다느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천하의 얌체 같은 소리를 벌써 몇 천 년째 해오고 있지 않은가?

 

기독교인들이 식탁에 앉아 일용할 양식을 주셨다고 하나님이나 주님께 감사 기도할 때 식탁에 오른 제물들 입장에서 보면 이 얼마나 가증스러울까. 이는 마치 해적이나 강도, 강간범들이 실컷 노략질, 강도질, 계집질 해 놓고, 저희들 운수 좋았다고 저희들이 섬기는 귀신한테 고사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어디 그뿐이랴. 서양 사람들이 예수의 상징이라는 양고기를 즐겨 먹으면서 동양 사람들이 개고기 먹는다고 야만이니 동물학대니 떠들어 대는 것이나, 저희들이 믿는 것은 종교요 신앙이고,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은 사교(邪敎)나 미신(迷信)이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 같이 배고파 빵 한 쪽 훔쳐 먹어도 평생토록 벌 받는 세상에 전 세계 땅덩이를 거의 다 훔치고 약탈하며 천하의 못된 짓은 다 해온 자들이 대속(代贖)한다는 예수의 피로 속죄 받아 지옥에 안 가고 천당 가겠다는 발상부터가 너무 너무 뻔뻔하고 가소로운 서양사람 기독교인들의 육갑아닌가?

 

그보다는 우리 동양의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의 이치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어두운 밤은 밤이고, 밝은 낮은 낮이지, 어떻게 어둠은 악이고 빛은 선이라 할 수 있으며, 산은 좋고 계곡은 나쁘다 할 수 있나? 그래서 하늘 천() , 천국이니, 땅 지() 자 지옥이란 말이 생겼는지 몰라도, 남자는 선이고 여자는 악이란 말인가? 세상에 어둠이 없으면 빛도 있을 수 없고, 여자가 없으면 남자도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둘이 서로 보완하고 서로에게 절대불가결인 동전의 양면 격인데 어쩌자고 이쪽 아니면 저쪽, 나 아니면 남, 백이 아니면 흑이라 하는가? 이런 유치한 억지놀음인 서양육갑골빈당처럼 맞장구치지 말고 우리 동양고유의 음양육갑떠는 것이 천만 배 낫지 않을까? 그리고 고양이가 쥐 사랑하듯 이웃 사랑하는 대신 이웃을 존중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이 창조되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인간 특히 서양의 백인, 그 중에도 유태인들이 저희들 형상대로 저희들 하나님 여호와를 만든 것임이 분명하다. 저희들의 단군신화를....

 

어디 또 그뿐이랴. 우리 가운데 가장 천대받는 사람으로 창녀가 있다. 하지만 그런 창녀조차 예수의 처(?)가 아니면 벗이 아니었나. 신약성서 누가복음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 말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저지른 이루 필설로 다 형언할 수 없는 잔악무도하고 천인공노할 남성들의 만행이 정복이니, 승리니 하는 영광된 훈장으로 장식돼 왔다. 창녀는 몸을 판다기보다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녀의 서비스는 다른 많은 직업적인 서비스보다 솔직하다. 눈 가리고 야옹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선적이고 자비롭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직업적인 날강도, 날도둑, 날사기꾼이라 할 수 있는 일부 정치인, 실업인, 종교인이 부리는 농간에 비하면....

 

파는 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창녀나 장사꾼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좋든 싫든 뭔가를 팔아먹고 산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감정노동이든 노동을 파는 것이 노동자라면 예술을 파는 것이 예술인이고, 법률지식이나 의료기술을 파는 것이 변호사나 의사라면 하느님이나 귀신 또는 성인, 성자, 예수, 석가모니 등의 이름을 파는 기도 장사꾼이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독교와 천주교에서 성찬식으로 예수의 살과 피를 상징한다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지 않는가? 그렇다면 예수야말로 인류의 대속(代贖)을 위해서이건 아니면 그의 과대망상증에서였건, 또는 예수 자신의 꿈보다는 기독교인들의 이기적인 해몽 까닭이든 간에 어떻든 제 몸을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오래도록 팔아 온 남창 중에 남창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단군할아버지와 곰할머니의 후손이든 아니면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든 또는 닭의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라태조 박혁거세의 후예이든 숫처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예수의 제자들이든, 그 어떻든 간에, 우리 모두 따져보면 다 일종의 창녀나 남창들이 아닐까?

 

다만 보통 사람들은 그 속살과 피(붉은 피든 흰 피든 간에) 만 즐기는데 성인(聖人 아닌 性人)들은 그 껍데기 털까지 좋아하는가 보다. 예수는 눈물로 그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에 입마추고 향유를 부은 막달라 마리아의 죄를 사하여 주었다 했고, 한 때 우리 사회에 물의를 빚었던 용화교 교주 서백일(본명 한춘)은 수많은 여신도들을 농락 겁탈하고 그들로부터 뽑은 음모(陰毛)로 만든 음모방석을 즐겨 깔고 앉았었다 하지 않는가?

 

우리 모두 어서 서양육갑졸업할 일이어라.

[이태상 /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1.21 11:40 수정 2020.09.1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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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