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건설업계 상생은 없었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1.26 10:14 수정 2019.11.26 10:15

 





타워크레인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첨단 장비다. 그런데도 타워크레인 조종사 급여를 포함한 월 임대료가 1200만 원밖에 안 된다. 1990년대 초반 30평 아파트 분양 가격이 7~ 1억 원 할 때도 타워크레인 월 임대료가 1200원대였다. 알고 보면 지난 30년 동안 타워크레인 임대료는 그대로 있었단 얘기가 된다. 반면 아파트 분양가는 네다섯 배나 껑충 뛰었다. 그런데 타워크레인 임대료만 그대로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좁은 시장에 너무 많은 임대 업체가 난립해서 생긴 문제라고만 치부해선 안 될 일이다. 건설회사는 아파트 분양가에 현재의 물가에 맞는 타워크레인 적정 임대료를 분명 계산해 뒀을 것이다.

 

그런데도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가 굶어 죽을 지경인데도 마냥 모른 채 해왔다. 바깥에선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 끼리 수주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최종 단계에선 임대 업체가 먹고 살아갈 만큼은 남겨 줘야 할 게 아닌가. 갑 중의 갑인 건설회사가 그동안 타워크레인 임대를 놓고 소규모 업자끼리 싸워서 이긴 자만 비집고 들어갈 수 있도록 경쟁을 더욱 부추긴 결과다. 최근 들어 국토부가 타워크레인 사용 연한을 20년으로 정해 놓았다. 장비의 상태에 따라선 몇 년 동안 수명 연장이 가능하단 말은 한다. 요즘은 건설경기가 좋질 않아 야적장에 생돈을 들여가며 장비를 보관하는 일이 태반이다. 이래저래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는 죽을 지경이다.

 

이런 수입으로 언제 돈을 모아 20년 뒤 새 장비를 구입한다는 말인가. 이래서야 요즘 누가 수억을 투자하여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을 하겠는가.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까마득히 높은 고공에서 종일 비바람에 맞서 위험을 감수해 가며 일한다. 생리현상 때문에 물 한 모금조차 마음대로 못 마시고 감방 같은 조종석을 종일 지키는 대가로 받는 월급은 4백만 원이 조금 넘는다. 사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기여도와 안전 근무환경 그리고 작업 난이도를 고려하면 월급이 지금의 두 세배는 돼야 옳다. 남들은 무서워 피하는 위험한 건설현장의 작업을 큰 사고 없이 마무리 짓는 사람에게 그 정도쯤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이 돈마저 그들이 지금껏 음지에서 외롭게 투쟁하여 얻은 몫이다. 노동자가 한 푼이라도 덜 받아가는 것을 안타까워해야지, 오히려 수입이 많다며 그들을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지난 6월 한국노총 전국연합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흘간 총파업을 하며 '소형 타워 철폐'를 외친 것도 단순히 줄어든 일자리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아파트 계약자에게는 적정 분양가를 받아 챙긴 건설회사가 만족할 수준의 타워크레인 임대료를 지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대 업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소형 타워 시장을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춥고 외로운 허공에서 배를 곯아 가며 이틀 밤을 꼬박 새워 파업에 동참한 이들도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며 우리 이웃이다. 도둑 심보도 아니고 타워크레인 임대료를 하루아침에 몇 배로 올려 달라는 것도 아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부풀린 분양가로 챙길 것은 다 챙긴 건설회사가 이제라도 임대료를 제대로 계산해 줘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뿐만 아니라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삶과 질도 분명 나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소형 타워는 절대로 안전하질 않다. 왜냐하면 자격 유무를 떠나 이 사람 저 사람 서로 돌아가며 무선으로 조종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만한 사람도 없다.

 

올해 들어 소형 타워의 전복, 부러짐, 줄 끊어짐 등 대형 사고만 13차례나 발생했다. 이미 두 현장에선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유인 타워크레인 현장에선 단 한 차례 사고가 일어나질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에선 소형 타워가 더 안전하다는 궤변을 자꾸 늘어놓고 있다. 국가기능사 자격증 취득자가 아닌, 몇 시간 형식적인 교육을 받고 얻은 수료증 소지자 여럿이 수시로 돌아가며 리모컨으로 게임을 하듯 조정하는 한 언제 또 대형 사고가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애초 건설회사가 타워크레인 적정 임대료만 제대로 지급했어도 이처럼 소형 타워는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지난 6월처럼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자들이 이틀 밤을 새워가며 파업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형 타워의 속도는 매우 느리다. 최대 인양 능력도 한계가 있다. 반면 사고 확률이 훨씬 높은 건 이미 증명이 되었다. 이 때문에 몇몇 건설회사에선 속이 터지고 불안해서 그냥 쓰라고 해도 안 쓴다. 정부는 건설회사의 횡포뿐만 아니라 현재의 타워크레인 임대료가 적정한 수준인지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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