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어린애가 종교가 필요한가

이태상

 


어린애가 종교가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책이 1994년 미국에서 나왔다. 현재 미국 가정에서는 일반적으로 관심사가 아닌 그야말로 하릴없는 문제를 당시 47세의 전 카톨릭 신자 마타 페이( Martha Fay)가 열 살짜리 딸 안나를 위해 다루어 본 것이다. 이 저자의 진지한 연구, 조사, 추궁에도 불구하고 사림들로부터 별 반응이 없었다면 어쩌면 어떤 어린 아이의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우리 모두를 대변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엄마, 어떤 사람들은 생각을 너무 해 (Mom, some people think.too.much.)’

 

언젠가 미국 TV에서 시청자들이 찍어 보내오는 가족 비디오를 선정해 보여주는 몇 몇 장면을 나도 배꼽을 움켜잡고 본 적이.있다. 그 중 한 장면이 크리스마스 때.찍은 것으로 보기 좋게 산타클로스로 분장한 어른이 한 어린애를 무릎에 앉혀 얼굴에 바싹 대고 작은 소리로 뭔지 물어 보자 그 어린애가 큰 소리로 동문서답 하는 게 아닌가? ‘아이고, 입에서 나쁜 냄새 나!’ 하면서 고개를 바짝 돌리는 것이었다. 그 어린애가 맡은 것이 담배 냄새였는지 술 냄새였는지 아니면 그 어른이 이를 잘 안 닦았었는지, 그도 그럴 것이 젖 냄새 밖에 모르는 애들이, 아니 풀꽃 향기밖에 모르는, 지상에 태어난 천사들인데, 다른 고약한 냄새는 못 견딜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늘에 하늘님이 계시다면, 땅속에 땅님이 계시다면, 하늘에서 내려오신 하늘님, 땅속에서 솟아오르신 땅님, 그게 바로 어린애들인데, 애들 있는 곳이 천국인데, 공중에 그 무슨 천국이며 지하에 그 무슨 지옥이랴. 어른이 어린애 같이 되려고 필요로 하는 게 종교인데, 어린애가 종교의 조상인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가 누구에게 전도를 하며 누가 누구에게 설교를 하겠다는 것인가.

 

어린애 눈엔 모두 다 꽃

어린애 눈엔 모두 다 별

세상 모든 게 다 무지개

우주 만물 모든 게 다 나

우주 만물 모든 게 다 너

땅도 하늘도 바다도 하나

풀도 나무도 새 모두 하나

봄 여름 가을 겨울도 하나

어제 오늘 내일이 다 하나

잠도 숨도 꿈도 같은 하나

먹는 것 싸는 것 같은 하나

받는 것 주는 것 같은 하나

크는 것 늙는 것이 다 하나

사는 것 죽는 것이 다 하나

있는 것 없는 것이 다 하나

오는 것 가는 것이 다 하나

왕자와 거지가 같은 하나

공주와 갈보가 같은 하나

성자와 죄인이 같은 하나

천사와 마귀가 같은 하나

신부와 무당이 같은 하나

십자가 목탁이 같은 하나

남자와 여자가 같은 하나

주인과 머슴이 같은 하나

스승과 제자가 같은 하나

부모와 자식이 같은 하나

웃음과 눈물이 같은 하나

빛과 그림자가 같은 하나

이슬 눈안개가 같은 하나

동물식물 광물 같은 하나

글과 그림과 그리움이 하나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하나

사는 것 사랑하는 것이 하나

둘 셋 넷이 아니고 하나인데

모든 것 모두 다 하나님인데

그 무슨 종교 왜 필요하리요.

 

9.11 사태 직후 뉴욕타임스에 희한한 전면광고가 하나 실렸다. 페이지 한 가운데 고인의 사진 밑에 그의 출생과 사망연도가 적히고 짤막하게 그가 남긴 말이 인용된 것이었다.

 

놀이를 즐겨라 (Enjoy the Game.)’

 

1955년에 출간된 크로켓 존슨(Crockett Johnson)'해롤드와 자줏빛 크레용(Harold and Purple Crayon)'이란 어린이 그림책이 있다. 한 소년이 상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인데 그가 그리는 것은 뭣이든 다 현실이 된다. , 그래서 불교에서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극락정토(極樂淨土)는 일심(一心)의 현현(顯現)으로서, 마음 밖의 실재가 아니라는, 유심정토(唯心淨土)란 말이 있는가 보다.

 

1977년부터 인기 절찬리에 전 세계적으로 상영된 이태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Life Is Beautiful)'가 있지만, 정말 참으로 인생은 너무나도 신비롭고 경이로우며 한없이 슬프도록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 모두 하나같이 어린애로 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서는 자식 낳아 어린애와 같이 놀다가 나이 들어서는 아이의 아이들 손주들 돌보며 다시 어린애로 돌아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우주자연의 섭리가 말이다. [이태상 / 미국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1.28 12:14 수정 2020.09.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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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