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부모

김소월·서영은·유주용

 

 

 

 



돼지띠의 해 기해년(己亥年)이 저물고, 쥐띠의 해 경자년(庚子年)이 다가오는 깊은 겨울이다. 이 절기에 허허로운 가슴을 따사롭게 데워 줄 유행가 한 곡을 음유해보자. 1968년의 겨울, 대중들의 가슴을 후벼 판 노래, <부모>라는 제목의 곡조이다. 그 때는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의한 산업화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던 시기. 2년 뒤에는 우리나라 물류 산업 인프라 기반의 초석이 된 경부선 고속도로 건설이 시작된다. 그 시절 시골 토박이 젊은이들의 대처(大處)로의 이동물결도 넘실거린다. 이에 대하여 이농향도(離農向都)현상이란 말은 한참 뒤에 붙여진다. 그 당시 고향을 떠나 살던 젊은이들은 늘 향수병에 가슴앓이를 했다. 명절과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절기에는 더했다. 그래서 불리고 히트를 한 노래가 바로 유주용이 부른 <부모>이다. 김소월의 시에 서영은이 곡을 붙인 유행가.

 

소월 김정식의 시는 왜 대중가요로 환생(還生)했을까. 언제가 처음일까. 그 처음은 1958년 손석우가 곡을 엮은 <진달래꽃>이다. 박재란이 불렀다는 손석우의 증언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자료(작품코드-1000042639, 가수-박재란)만 남아있지 음반과 악보는 없다. 그 후 수많은 소월 시가 대중가요로 불려 졌는데, <부모>1969년 코미디언 서영춘(1928~1986)의 친형 서영은(1924~1989) 작곡으로 신세기레코드에서 출반했다. 그리고 후에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곡이기도 하다.

 

https://youtu.be/oRUqYX08zEI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가사 전문)

 

<부모>는 독일계 혼혈가수 유주용에 의해 발표된다. 당시 30세이던 유주용은 1939년 강릉에서 출생하였으며, 공학박사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는 이국적인 용모로 미 8군 무대에서 함께 노래했던 위키리·최희준·박형준 등과 1963년 포클로버스(Four Clovers)를 결성해 활동했었다.

 

소월은 왜 <부모> 시를 썼을까. 소월은 3세경부터 14세에 홍단실과 결혼을 할 때(이때 소월이 사랑하던 여인은 3세 연상, 오순이란 아가씨였음)까지 조부 슬하에서 작은어머니의 보살핌아래 성장했다. 고향 근처 철도공사에 동원된 일본인에게 구타를 당하여 정신병자가 된 아버지로 인한 온당하지 않은 가정형편이 이유였다. 월의 본관은 공주(公州),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했다. 그는 불운의 묵객(墨客)이었다. 결혼 후에 일본 유학을 가지만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중간에 귀국한다. 고향에서 동아일보지국을 경영하지만 이 사업도 실패하고, 정신질환 등 피폐한 삶을 이어오다가 1934년 음독(飮毒)으로 32세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이 노랫말 속의 어머니는 직설적으로는 숙모일 것이고, 은유적으로는 소월이 마음속에 사무친 어머니가 아닐까 싶다. 이런 면에 관점을 두고 이 노래를 음유하거나, 시를 읊조려 본다면 독자들은 또 다른 감흥에 젖을 수 있으리라. 대중가요로 작곡되어 불린 소월 시는 모두 50여 편, 소월 시로 노래한 가수는 원곡·리메이크 가수를 포함해 320여명이란다. 박재란·최희준·정미조·문주란 등이 대표적이다.

 

김소월의 시는 한국 서정시의 정수(正首). 그의 시, 영혼을 울리는 시어(詩語)에 멜로디의 옷을 입힌 곡은 <개여울>, <진달래꽃>, <산유화>, <>, <님의 노래>, <님에게>, <맘속의 사람>, <눈물이 쉬루르 흘러납니다>, <하얀 달의 노래>, <그 사람에게>, <초혼>, <풀따기>, <자전차>, <님의 말씀>, <기억, 깊고 깊은 언약>, <부모> 등 대중가요와 가곡이 있다. 이 중에서 다른 가수가 가장 많이 리메이커 한 곡 중의 하나가 <부모>. 윤항기·김세환·홍민·양희은·홍세아·박일남·이택림·심연희·박인희·이수미·이은하·김준이·유지성·문주란·남궁옥분·이청하·서영우·백승태·박현빈·이병기·조영남 등이다.

 

유주용의 누나 모니카유도 가수였으며, 매형은 클라리넷 연주자 엄토미로 영화배우 엄앵란의 친척이다. 유주용은 당시 서울대 화학과와 연세대대학원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에리트 이학도(理學徒)였다. 그는 첫 부인 윤복희와 이혼의 아픔을 겪었으며, 이후 나니김(Nannie Kim)과 재혼을 하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유주용과 윤복희의 만남과 이별 사연도 대중가요계가 품고 있는 잘 찾아낼 수 있는 숨은 그림이다. 윤복희의 인생은 1960년대 초반 세계적인 재즈뮤지션 루이 암스트롱(1901~1971)을 만나면서부터 개벽(開闢)을 한다. 그녀는 1963년 우리나라에 온 암스트롱 앞에서 그의 노래를 흉내 냈고, 이를 계기로 워커힐극장 개관공연에서 그와 같이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어서 1963년 필리핀 마닐라 공연도 가고, 1964년에는 코리안 키튼스라는 이름으로 영국 BBC 투나잇쇼에 출연했다. 1965년에는 미국, 1966년엔 베트남전 미군 위문공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생활을 하다가 19671, 일시 귀국을 했을 때 유주용으로부터 약혼반지를 건네받게 되어, 1968년 유주용과 결혼을 한다. 그들은 결혼생활을 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파경에 이르렀다.

 

<부모> 노래에 곡을 붙인 서영은 집안은 대를 이어가는 연예가문이다. 그는 4형제, 장남 서영은은 작곡가·둘째 서영춘은 1960년대 흑백TV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웃음을 제작한 코미디언·3~4남 서영수와 서영환은 무궁화악극단 단원이었다. 서영은의 장녀 서지숙도 1971년 밴드 조커스와 <경부선고속도로>를 부르며 가수로 데뷔하였다. 한 해가 저물고 새 해가 다가오는 12, 코스미안 가족들의 만복을 기원 드리며 만사형통을 빈다.



 [유차영]

문화예술교육사 / 시인

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2.04 12:13 수정 2019.12.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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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