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반쪽이 아닌 온쪽이다

이태상

 


다음은 1990126일지 뉴욕타임스지에 중국 우한(Wuhan)이란 곳에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란 기자가 보낸 기사를 내가 좀 간추려 본 것이다.

 

키안 리쿤(Quian Likun)은 모범적인 대학생으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에게 한눈을 팔거나 하는 일 없이 열심히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 경주에도 나간다. 다만 키안 씨는 다른 일반 대학생들보다 다섯 배나 나이가 많은 백 하고도 두 살이다.

 

키안 씨가 다니는 노인대학교는 중국 양자강을 끼고 있는 주요 도시 우한에 있는데 학생 수가 8천이다. 5년 전에 설립된 이 학교는 지난 8년 동안에 중국에서 생긴 8백여 노인대학 중에 하나이다.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경로사상이 있어서인지 아직은 후진국인데도 노인들을 위한 국가적인 배려와 시책이 놀랍고 인상적이다. 의지할 자녀가 없는 노인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살 노인의 집이 마련되어 있고 부락이나 도시마다 은퇴한 시민들의 건강과 오락 및 교육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

 

노인들이 스스로를 도와 가족이나 사회에 덜 의존하도록 돕고 나아가서는 그들이 더욱 사회에 공헌하며 노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우한대학교 부총장인 루 지안예(Lu Jianye)씨는 말한다. 이 대학교에서는 미술, 디스코 춤, 서예, 브리지 카드놀이, 요리, 영어, 문학, 노인의 건강 등 123과목을 가르치는데 한 학기 학비가 미화로 5달러도 안 된다. 이 우한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학교를 못 다녀 문맹인 할머니들을 위해 글 가르쳐 주는 곳이 곳곳에 있다.

 

11억이 되는 중국 인구 가운데 은퇴 나이인 남자의 경우 60세 여자는 5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115백만 명에 달하고, 베이비붐 세대가 장성하고 가족계획으로 신생아의 수가 줄어듦에 따라 전체 인구 가운데 노인 인구 비율이 앞으로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중국 노인들은 자식들과 같이 살면서 손자 손녀들을 보살펴 주어야 하므로 애들 부모가 일 나가고 애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에 노인대학교 수업을 받는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시내 각 주택가에 13개의 분교가 있다. 그리고 학교 운영은 주로 시정부 예산으로 하며 교수진은 근처 정규대학 교수들이 적은 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교과 수준은 물론 정규대학보다 낮고 또 깊이 들어가지도 않으나 노인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이 있고 학구열이 높은 까닭에 정규대학생들 가르치기보다 더 흥미롭다고 한 노인대학교 분교에서 중국문학을 가르치는 주우(Zhou Wu)씨는 말한다. 그의 학생들 가운데 가장 근면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바로 102세의 키안 씨다. 은퇴한 영농연구원인 키안 씨는 매 수업시간을 위해 미리 예습도 잘해오고 수업시간 중에는 그의 날카로운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단다. “()나라 시대 수준으로는 이 시가 별로이지만 오늘날 볼 수 있는 어떤 현대시보다 우수하다고 얼마 전 한 수업시간에 선생님 주 씨가 칠판에 써놓고 강의하는 시 한 수에 대해 키안 씨가 평하더란다. 키안 씨는 혼자서 학교에 걸어 다니고 선생님의 강의를 따라갈 정도로 잘 듣고 본다. 그가 노인대학교에서 처음 들은 강의과목은 노인건강관리였는데 몇 달 전에 백 살로 세상 떠난 그의 부인과 건강이 안 좋은 그의 81세의 딸을 보살피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키안 씨는 말한다.

 

지난봄에 이 노인대학 체육대회 때 3백여 명의 노인 학생들이 2.3 마일 코스를 뛰는 경주에 키안 씨도 끼어 절뚝거리면서도 중도에 탈락하지 않고 끝까지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단다. 전통적인 한시(漢詩)를 좋아한다는 키안 씨에게 그의 애송시를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옛 한시를 그는 암송했다.

 

오늘 아침 구름은

한 모숨 안에 들 것 같고

바람은 살랑살랑 가볍기만 한데

연못가를 거닐자니

꽃과 버들이 날 반겨주네.

지나는 사람들은

내 가슴 속에 샘솟는

이 기쁨을 모르리.

난 장난치는

어린아이 같으니.

 

이 기사를 쓴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씨는 현재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데 오늘 아침(2019128일자) 그의 칼럼에서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은 성공의 네 가지 비결(The Four Secrets Of Success)’을 밝혔다.

 

첫째로 학문 중에 경제와 통계수업을 받는다.(Take a class in economics and in statistics.)

둘째로 자신보다 큰 대의(大義)를 추구한다.(Connect to a cause larger than yourself.)

셋째로 배우자를 잘 선택한다.(Make out.)

넷째로 안일함을 피한다.(Escape your comfort zone.)

 

이제 인생 80대 고개에 올라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은 나의 깨달음이 있다면 한 마디로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라.(I learned to be self-sufficient.)’일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애당초 난 반쪽이 아닌 온쪽이라는 말이다. 남녀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그렇다는 말이다.

 

청소년 시절 한 송이 코스모스 같은 소우주를 짝사랑하다 실연당하고 잃어버린 나의 다른 반쪽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매 결혼도 세 번이나 해보면서 다 늦게서야 나 자신이 대우주의 축소판임을 알게 되었다. 반쪽이 아닌 온쪽으로써 자족할 수 있음을.

 

어쩜 이것이 바로 석가모니가 태어나자마자 7보를 걷더니, 한 손을 하늘로 쳐들고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외친 말이었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 唯我獨尊)’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중자애하는 것이 곧 우주만물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게 아닐까.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2.20 10:45 수정 2019.12.20 11:22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