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정 칼럼] 블록체인과 포스트자본주의

 

 

 <종교개혁과 암호화폐>, <블록체인과 민주주의>, 2018년과 2019년 매해 첫 글로 블록체인에 관한 글을 써 올해 첫 글도 블록체인을 골랐다. 202016일 자 미주 한국일보 커뮤니티 섹션에 유튜버로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유튜브 아카데미 강좌기사를 읽고 바야흐로 정보 자본주의 Info Capitalism 시대구나생각했다. 18세기에 시작된 산업자본주의는 20세기 들어 금융자본주의로, 이제 21세기에 패권을 장악한 지식정보산업을 넘어 정보자본주의는 지식 정보와 소셜네트웤을 통해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인류는 근대 산업자본주의 이후 끊임없이 그 대안을 찾아왔다. 역사는 칼 마르크스가 제시한 공산주의 시도와 실패를 목격했고, 20세기 들어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로 세계 대공황을 맞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도입한 수정자본주의와 이에 대항한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1980년대 이후 정부의 개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신고전 자본주의 여파로 여러 차례 & 버스트위기를 거쳐오다 2008년 대위기 후 본격적인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로 불리는 정보 자본주의는 환경파괴 및 극심한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의 실패를 극복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

 

독일의 정치 경제학자였던 막스 베버(1864 -1920)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이 복식 Double-entry 부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베버는 근대 자본주의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생산수단의 변화보다 자본주의적 시장과 교환으로 보았고 이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신, 특히 개신교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정당한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시장과 교환을 위해 진실에 기반한 복식부기가 필수적임을 이해한 것이다.

 

복식부기는 1211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은행에서 처음 사용되어 1494년 베네치아의 수학자 루카 파치올리가 체계화한 것으로 거래의 기록 시 차변과 대변의 기록을 통해 재무 상태와 오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원전 32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점토판 위에 가로, 세로 행으로 나뉜 표에 농부들이 남긴 단식부기 이후 5천 년 만에 인류가 완성시킨 복식부기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내려왔다. 파치올리가 복식부기를 처음 소개한 <대수, 기하, 비 및 비례총람>이라는 책 첫머리에는 "신의 이름으로 기록한다"라고 표시했는데, 회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진실성이라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 책임감이라는 단어 ‘Accountability’는 바로 회계 Accounting’에서 근원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실패가 드러날 때마다 복식부기의 여러 단점이 드러났다. 분식회계를 통한 회계 부정은 대규모 경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급된다. 복식부기는 두 거래당사자가 각각 기록하여 독립적인 감사인이 기록의 사실성과 정확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경제 활동이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감사인이 감사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고 감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블록체인기술로 이러한 복식부기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1980년대 중반부터 제안되어온 삼중 Triple-entry부기를 실현하게 되었다. 거래와 관련된 모든 이의 복식부기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그 위에 지난 수백 년간 제3자의 인증으로 확인했던 절차를 스마트컨트랙트와 크립토그래피를 이용한 블록체인으로 인증을 거침으로써 각 거래당사자의 회계 수요뿐만 아니라 검증의 기록은 외부 감사 및 규제보고 등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부정 회계의 길을 차단할 뿐 아니라 효율성을 높여 사회적 비용을 제거할 수 있다.

 

정보기술의 확장으로 도래한 정보 자본주의가 또 다른 자본가 계층 형성에 머물지 않고 그간의 자본주의 폐해를 줄여나가는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를 열기를 기대해본다.

 



[송윤정]

세계은행(워싱턴 D.C.) 금융전문가

삼정회계법인 / 삼일회계법인

서울대학교경영대학원 국제금융 석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1.08 10:49 수정 2020.01.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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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