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아파트 입주 청소 왜 내돈 들여서 할까

입력시간 : 2020-01-14 10:34:08 , 최종수정 : 2020-01-14 10:41:51, 편집부 기자

 




오래전 계약한 아파트 사전 점검을 위해 들뜬 마음으로 건설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건설회사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했다지만 입주자의 눈으로 바라본 아파트 내부는 부실한 마감에 온통 먼지 천국이었다. 아파트는 고가의 상품이므로 완성된 집은 고객이 이사를 와서 곧바로 짐을 수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크게 달랐다. 집안에 부착된 물건들은 새 제품이어서 반짝반짝 빛을 내곤 있었으나 보이는 겉만 그럴듯해 보였을 뿐 창문 틈과 유리는 그냥 닦았단 흔적만 있었다. 몇 주가 지난 뒤 싱크대 수납공간과 서랍 안쪽을 열어 보니 구석구석 하얀 가루가 그대로 남이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던 건설회사 직원은 이런 상태에서 입주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단 말까지 했다. 대단히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각 세대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주자 대부분 자비를 들여서라도 청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모두 성격이 예민하고 깔끔해서가 아니다. 그냥 대충 보더라도 다시 청소를 하지 않곤 아끼는 살림을 풀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런 수고는 잘못된 관행이므로 건설회사는 빨리 고쳐야 한다. 불과 2~3 천만 원하는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이 신차를 건네받을 때 자동차 안이 더럽다며 깨끗이 청소한 뒤에 올라앉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자동차보다 수십 배 더 비싼 아파트는 고객의 돈으로 청소를 하고 난 뒤에 짐을 풀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문제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회사는 땅 짚고 헤엄을 치듯 너무도 쉽게 아파트 장사를 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새 아파트는 입주한 사람이 적어도 반 백 년은 살아야 할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그런 아파트 구석마다 건강에 해로운 유해 가스가 품어져 나오고 미세 먼지가 잔뜩 쌓여 있다면 건설회사는 이유 불문하고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고객이 OK 할 때까지 완벽한 청소를 해줘야 한다.

 

이런 것조차 대충 해 놓고 고객에게 자비로 청소한 뒤에 들어가 살라는 건 상도를 떠나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건설회사의 횡포나 다름없다. 건설회사가 분양할 당시에 공개했던 아파트 모델 하우스를 바로 먹을 수 있는 빵이라고 치자. 그런데 왜 실제 고객이 입주할 아파트의 실내 환경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여물 수준 인가 묻고 싶다. 건설회사는 고객으로부터 이런 불만을 듣기 싫으면 입주민의 눈높이에 맞게 완벽한 마무리와 청소를 해놓으면 된다. 아파트는 매우 비싼 상품이다. 그런 아파트 내부에서 인간에게 해로운 유해 가스와 미세 먼지가 날아다니면 입주민의 건강을 오히려 크게 해치게 될 것이 뻔하다.

 

사실 계약자가 민간 용역 업체에 입주 청소를 의뢰한다 치더라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건 매한가지다. 그들도 이미 정해진 빠듯한 비용으로 최소한의 인원을 투입하여 짧은 시간에 대충 마무리하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입주자의 눈에 잘 보이는 곳과 주부의 관심이 많은 곳만 집중적으로 청소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건설회사에 있다. 이제라도 건설회사는 벽과 천장 좁은 틈 어느 곳 할 것 없이 공사 때 발생한 미세 먼지와 유해 가스가 품어져 나오지 않도록 완벽한 마무리를 해놔야 마땅하다. 그 정도 성의는 비싼 새 아파트를 구입한 고객에 대한 예의다.

 

그게 싫다면 대다수의 입주민이 청소 대행업체에 의뢰한 비용을 전액 돌려줘야 맞다. 새 아파트는 입주민에게 맛있는 빵과 같은 기분이 들어야 한다. 갓 구워낸 빵에 묻은 흙을 소비자가 직접 털어 내고 먹는 맛은 분명 다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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