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최저임금 인상 금액을 모든 직원에게

 






최저임금 인상을 조율하기 위한 움직임이 벌써 부산하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쪽에서는 만원까지 밀어붙이려 하고, 사용자 측에선 작년과 변함없이 동결하거나 오히려 지금도 많으니 깎자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처럼 내년에도 올라봤자 9천 원은 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언제쯤 노동자 대표가 이 정도면 됐으니 제발 동결하자 그러고, 고용주 측에서 고생하는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이 올리는 게 옳다고 말할 날이 올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직은 최저임금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가 줘야 하는 건 맞다. 그래야 사회적 약자가 최소한의 대우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동료로서 해마다 최저임금만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현실을 곱지 않게 바라보기도 한다. 모두 최저임금에만 신경 쓰고 있을 때 바로 위, 그다음 단계 직급을 유지하며 조금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던 수십만 노동자에겐 지난 수년 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질 않았다. 노동자를 고용한 회사가 매년 실적이 좋지 않다면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경영실적이 양호한 편인데도 임금 인상엔 몹시 인색한 경영주가 생각보다 많다. 한 직장에서 몇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처음 들어갔을 때와 별 차이가 없는 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결국 그들도 해마다 급여가 오르지 않으면 큰 폭으로 치고 올라온 최저임금 수준으로 되고 마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최저임금이 곧 그들의 월급이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자신과는 관련이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해 왔는데도 막상 그런 일이 현실로 다가왔을 땐 실망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는 사회라면 최저임금만큼 다른 노동자의 임금도 매년 인상돼야 마땅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결국 우리나라 노동자 절반이 최저임금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청소년이나 힘없고 나약한 노약자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고용주들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임금을 올려주지 않았다. 다만 신규 채용을 할 땐 최저임금은 적용한다. 일부 고용주 맘속엔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것조차도 불만이다. 그러나 나라에서 법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지킬 뿐이다. 이런 고용주가 그 위 단계 노동자에게 평소 어떤 대우를 해줄지는 안 봐도 훤하다. 직원을 고용할 때 나이와 근무 환경 그리고 기술 숙련도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는 최저임금을 높게 인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간 단계 임금의 노동자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10년을 근무한 사람이나 신입 직원이 비슷한 임금을 받는 것이 과연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노동자가 살맛 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이 앞장서 바꿔야 한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1.28 09:40 수정 2020.01.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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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