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보다 더 심각한 혐오의 확산을 경계한다

 

 

1230일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달도 되지 않아 아시아를 넘어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아프리카까지 전파되었으며 WHO에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역으로 혐오의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 속에서 우한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중국인들까지 혐오와 박해의 대상이 되고, 자신이 감염자인지 모르고 시내를 돌아다녔던 국내 3번 환자에게조차 왜 미리 알지 못했냐.”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댓글들이 많은 공감을 받아 베스트 댓글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은 혐오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교묘하게 스며들었는지 느끼게 해준다.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인터넷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식당은 중국인 출입금지를 간판에 붙이기도 하고 123일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청와대 청원은 현재 약 60만 명(131일 오전 6시 기준 597,058)의 서명을 받았다. 우한시와 관계없는 중국인들이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식당 출입을 거부하고 입국조차 불허하려는 여론이 조정되고 있다. 기존 표면 아래 감춰져 있던 조선족 및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분출된 느낌이 강하게 든다.

 

3번 환자의 경우도 중국인 혐오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3번 환자의 귀국 시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계가 적었기에, “의심 즉시 신고하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녔다.”라는 일부 여론은 결과론적인 과도한 비난일 뿐이다. 오히려 늦게라도 증상을 인식하고 자진 신고한 점은 칭찬받아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두려운 여론이, 확산의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을 찾는 과정에서 뒤늦게 상황을 인식하고 자진 신고했던 3번 환자를 천하의 악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중국인들을 혐오하고 3번 환자를 비난하는 행위는 혐오와 비난을 하는 사람들의 일시적 기분전환의 수단은 될 수 있어도 실질적으로 상황을 해소하는 방안은 아니다. 중국인 전반에 대한 혐오는 한국 사회의 중국인들이 위축되어 상황이 의심되어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3번 환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은 국내 환자들이 일부 악성 댓글을 의식해 음지로 숨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혐오의 분위기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한때 한국을 휩쓸었던 전염병 메르스가 이제는 흔적도 없이 종식되었던 것처럼, 전염병은 국가의 체계적 관리와 구성원들의 노력이 동반되면 종식될 수 있다. 하지만 혐오는 종식이 쉽지 않다. 한번 구성원들에게 뿌리 깊게 박힌 혐오는 피해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에 기반을 둔 혐오가 아닌, 이해의 자세로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양동규 기자 dkei82.nara@gmail.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1.31 10:12 수정 2020.01.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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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