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문화를 論하다’] 죽음 앞에서 삶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6.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소재가 자살이라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 작품이다. 2008년 무대에 올린 후 12년째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대학로의 대표 스테디셀러 연극으로 누적 관객만 300만 명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 연극은 일본에 진출한 대학로 최초의 라이센스 공연이기도 하다.



이 연극은 사회에 대한 공포와 실망, 좌절 등으로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이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얻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에 대해 잔혹하거나 통렬한 풍자와 반어를 통해 희화한 블랙 코미디다.

 

화려한 언변과 자신만의 철학으로 고객들에게 확실한 죽음을 선사한다는 안락사, 그런 그에게 자살을 의뢰하러 온 정체불명의 여인, 마돈나.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온 그녀의 친구 바보레옹. 안락사의 사무실에서 그들의 사연이 드러나면서 서로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연극은 관객과 소통하는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연극 초반 안락사와 마돈나의 2인극으로 진행되는데, 다소의 지루함을 덜고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객석의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낸다. 관객 모두는 바짝 긴장하게 되고, 예측할 수 없는 관객의 반응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의 임기응변도 필요한 순간이다.

 

이 연극은 자살 사이트를 운영하는 안락사의 사무실에서 전개된다.

 


 

안락사는 마돈나에게 이런저런 자살 상품들을 소개해 준다. 그러던 중 마돈나는 자신의 친구 바보래용을 부르게 되는데, 관객들은 무언가 어설픈 바보래용을 보고 그가 이 곳에 왜 온 것일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사실 마돈나는 안락사와 함께 자살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쟁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보래용과 함께 자신의 사이트에서 회원들을 빼가는 안락사를 죽이러 온 것이다. 이런 이야기 구조로 본다면 안락사와 마돈나 간의 첨예한 갈등구조로 보이지만, 안락사 자신의 삶과 죽음의 심각한 내적갈등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연극은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호쾌하고도 참신하게 개척한 연극이라는 평을 받는다. 자살이라는 주제를 코믹하게 만들면서 반대로 삶의 소중함을 드러내고 있다. 자살을 마돈나에게 권하는 안락사가 자신의 삶을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려는 우울하고 충동적인 감정들과 정면으로 맞서서 그것을 극복하길 바라는 연출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이 연극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칫 낙오하고 상처받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자신 속에 삶에 대한 강렬한 희망이 내재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하여 오늘의 절망을 떨치고 내일은 다시 일어서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연극은 관객 참여 시스템을 도입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마돈나도 여자 마돈나와 남자 마돈나에 따라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내용이 다양하게 전개된다.

 

삶의 어둠을 걷어내는 블랙 코미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대학로 삼형제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1.31 10:27 수정 2020.01.31 10:2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