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문화를 論하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느와르 명작 ‘영웅본색’의 귀환



1986년 중국 반환이 결정된 불안한 홍콩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느와르 영화의 대명사 영웅본색은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작 영화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최근의 홍콩 상황을 보면서 당시 그 시절을 기억하는 40, 50대들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지난 해 1217일 막을 올린 뮤지컬 영웅본색은 장국영, 주윤발 주연의 영웅본색’ 1편과 2편을 각색한 작품으로, 홍콩의 범죄 조직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진정한 의리와 우정, 사랑, 그리고 형제애와 같은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를 그려낸 작품이다.

 

탄탄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텔링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뮤지컬 영웅본색100% 한국산이다. 이 작품을 만든 왕용범 연출은 그동안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려 실력을 인정받았고, 작곡과 음악은 이성준 감독이 맡았는데 공연계에서는 이들 두 사람을 황금듀오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호 역을 맡은 유준상과 연출가 왕용범은 뮤지컬계 대표적 콤비로 잘 알려져 있다.

 

네온사인이 화려한 홍콩 밤거리에 암흑가를 주름잡는 송자호와 마크가 등장하면서 뮤지컬이 시작된다. 런닝타임이 150분으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어서 공연자, 관객 모두 위험 부담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작품에 완전 몰입될 정도로 흥미진전하게 전개된다.

 

초호화 라인업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이 열연한 이 작품은 2020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다.

 


 

출연진의 면면을 살펴보면 가히 호화 캐스팅이다. 오늘 출연한 유준상은 작품에서 홍콩 암흑가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송자호 역을 맡았는데 트렌치 코트에 선글라스 끼고 홍콩 뒷골목을 걸어가는 모습은 영화보다 더 멋지다. 명성 그대로 뛰어난 가창력과 명품 연기는 단연 백미다. 자호 역은 민우혁, 임태경 배우도 같이 맡고 있는데 나머지 두 사람 실력도 유준상에 필적한다.

 

강력계 형사반 호반장 역의 이정수는 묵직한 성량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이번 뮤지컬을 통해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호평을 받을 정도다.

 

영화에서 주윤발이 맡은 마크 역의 최대철은 무용수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는 데, 수많은 연극과 영화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실력파 배우다. 극중에서 절름발이가 된 마크가 겪게 되는 분노, 좌절, 우정을 선 굵은 연기로 잘 재현하여 많은 찬사를 받는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배우는 홍콩 경찰로 형을 경멸하는 동생 자걸 역을 맡은 이장우다. 드라마에 많이 출연한 실력 있는 연기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노래 실력이 발군이다. 발성이 또렷하고 음도 정확한데다 성량마저 엄청나다. 이번 작품이 첫 뮤지컬이라는데 앞으로 태풍의 핵이 될 대형 신인으로 기대된다.


이장우의 열연을 보면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배우 장국영을 떠 올린다. <당년정>, <분향미래일자> 등 장국영이 영화에서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노래들이 뮤지컬에 그대로 삽입되어 영화에서 느꼈던 깊은 감동과 진한 여운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음은 무대 시설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처럼 LED 패널 천 여 장을 이용한 입체 무대를 통해 홍콩의 다양한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줘 그야말로 '영화 같은 뮤지컬'을 구현한다. 특히 홍콩의 번잡한 시내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의 야경 풍경을 무대 전체에 표현하여 배우들이 정말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야말로 영상의 예술적, 기술적 수준과 영상이 지닌 표현력에 관객들은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홍콩은 빛의 도시다‘라는 컨셉을 LED 화면으로 재현한 압도적 영상미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사진=빅픽쳐프러덕션 제공).



198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의 감성이 요즘 관객들에게 통한 것은 단지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만은 아니다. 첨단의 영상 중심 무대를 통해 영화 같은 템포의 작품을 재현하는 새로운 시도가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어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커튼콜에서는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재연해 주는데,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서 함께 즐기며 공연을 마무리 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은, 영화 1, 2편을 합친데다 너무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영화를 본 40~50대 세대는 스토리를 잘 이해하겠지만 영화를 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화와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는지 너무 많은 디지털 화면을 사용하다보니 공연장을 나올 때 영화를 본 것인지 공연을 본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는데, 디지털 화면의 사용 빈도를 다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최근 미국, 일본, 홍콩, 중국의 공연 관계자들이 공연 의뢰를 타진해 올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많이 알려지게 되어 우리나라도 뮤지컬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그 위상이 바뀔 날도 멀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프로모션 행사가 진행 중인 뮤지컬 영웅본색은 앱스토리몰에서 122일부터 38일까지 특별 할인된 금액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3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여계봉 선임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03 10:23 수정 2020.02.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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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