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숨 쉬듯 짓는 죄

 


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잘못된 생각의 바이러스가 벌써 몇천 년째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창궐해오고 있지 않은가.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 나는 잠자리를 잠자리채로만 잡지 않고 둘째 손가락으로도 잡을 수가 있었다. 책에서 읽었었는지 선생님께 들었었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잠자리는 수도 없이 많은 눈을 갖고 있다 했다. 머리와 얼굴이 거의 전부 다 눈이라는 것이었다. 울타리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보면 가만가만 접근해 근처까지 가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처음에는 커다랗게 잠자리 주위로 크게 원을 그리기 시작, 점점 작게 나사모양으로 빙빙 나선상(螺旋狀) 그물을 쳐나갔다. 그러면 그 많은 눈으로 내 손가락 끝을 따라 또한 빙빙 돌아가던 잠자리가 어지럼증을 타서인지 얼이 빠져 날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잡히곤 했다.

 

그 후 중학교에 들어가 생물 시간에 독사의 하나로 아프리카,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등지에 분포하며 개구리, , 새 등을 잡아먹는다는 코브라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이 생겼다. 개구리나 쥐는 몰라도 어떻게 새가 뱀한테 잡아먹힐까.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도 얼른 날아가면 될 텐데... 선생님이 설명해주셨는지 나 혼자 궁리해본 것인지 또한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코브라가 새를 쳐다보며 긴 혓바닥으로 날름거리면 이를 내려다보던 새가 홀리다 못해 혼이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날아갈 능력이 마비된 채 제풀에 떨어져 뱀의 밥이 되고 말리라는 풀이로 그 해답을 얻었었다.

 

또 그 후로 6.25 한국전쟁을 겪은 뒤 그 누구의 체험담인지 수기를 읽어보니 사람이 총살당할 때 총알을 맞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죽는 수가 있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미리 총소리에 놀라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얼마 후 정신이 들어 살아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말에 토끼가 제 방귀소리에 놀란다고 아마 내가 서너 살 때 일이었다. 나보다 두 살 위의 누이와 연필 한 자루를 갖고 내것이다 네것이다 하며 싸우다가 마지막에는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내가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너 죽고 나 죽자며 누이의 손등을 연필로 찔렀다. 그러자 연필심이 부러지면서 누이의 살 속에 박혀버렸다. 그런데도 누이가 어린 동생하고 다퉜다고 야단은 누이만 맞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연독이 몸에 퍼져 작은 누나가 죽게 되면 그 당시 일정시대 일본순사(경찰관)가 와서 날 잡아갈 것이라는 겁에 새파랗게 질린 나는 순사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나기 무섭게 미리 죽어버리리라. 그렇게 마음먹고 집에 있던 엽총 총알 만드는 납덩이를 하나 손안에 꼭 쥐고 있었다. 그때 만일 순사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하고 누가 대문 두드리는 소리만 듣고 그 납덩이를 꿀꺽 삼켰더라면 나의 삶이 아주 일찍 끝나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또 그 후로 내 몸에는 몇 군데 흉터가 생겼다. 젊은 날 첫사랑에 실연당해 동해바다에 투신 자살 시도를 했다가 척추 수술을 받고 허리에 남은 큰 수술 자리 말고도 바른쪽 손등과 왼쪽 눈 옆에 흉터가 남아 있다.

 

눈 옆에 난 흉터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가 한때 예수와 교회에 미쳤을 때 교회 목사님들의 설교로 사람은 다 죄인이고 매 순간 생각으로 숨 쉬듯 짓는 를 회개하라고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따라 길을 가면서도 수시로 눈을 감고 기도하며 회개하다가 길가에 있는 전봇대 전신주를 들이박고 이 전신주에 박혀있던 못에 눈 옆이 찢어져 생긴 것이다. 순간순간 그 즉시로 회개하지 않으면 당장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옥불에 떨어지는 줄로만 알고. 그때 눈 옆이 아니고 눈을 찔렸더라면 나는 애꾸눈 장님이 되고 말았으리라.

 

그리고 손등에 난 흉터는 네댓 살 때였다.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나보다 일곱 살 위의 큰 누나가 나를 혼내주려고 앞마당에 있는 장독대 밑 컴컴한 지하실에 가두자 그냥 있다가는 그 지하실에서 영영 나오지 못하고 죽는 줄 알고 다급하고 절박한 나머지 주먹으로 지하실 유리 창문을 깨는 바람에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이나 동물이나 너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상에만 집착, 현혹되다가는 얼마든지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궁지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그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어 가는 것 같다. 흔히 여자고 남자고 기왕에 버린 몸이라고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하는 수가 많지만 어쩌다 실수로 아니면 신수가 사나워 어떤 불행이 닥치더라도 이를 더 큰 불행을 막는, 하나의 예방주사를 맞는 액때움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좀 짓궂게 얘기해서 가령 너무 웃다가 또는 오래 참다가 오줌을 찔끔 쌌다고 하자. 그렇다고 똥까지 싸고 주저앉아 뭉갤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06 11:47 수정 2020.02.0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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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