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래도 될까


 


그래도 될까

 

 

 

1984년 사랑하는 두 남녀가 체포되었지 곧 비밀경찰이 들이닥칠 것이니 그러지 말라고 조지 오웰이 얼마나 얘기했던가 곳곳에 CCTV 있으니 그러지 말라고 바오밥 나무도 쓰러졌다 천년을 살아온 거목들 동서남북 네 그루나 벗겨지고 쪼개지고 넘어졌으니 나도 나무 한 그루 베어 넘겼지 거울 속 기린을 연신 쳐다보며 투명한 눈물이 배인 종이 타월로 흥건한 손을 쓱 쓱쓱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휴지통에 내던졌지 그레타 툰베리가 지구를 구하려 수업을 거부한다니 그래도 될까 트럼프씨 당신은 해도 너무해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찾아온 그 어린 애를 못 본 척 그렇게 지나치다니 그래도 될까 사실 1984년엔 아무 일도 없었다 핵전쟁도 기아도 홍수도 빙하도 열대도 다만 사랑을 할 수 없었을 뿐이다 조지 오웰 오직 당신만이 1948년부터 속 쓰리고 아파하고 정신없었다 그래도 될까 세상이 속상해해도 나는 4.5를 더해서 몇십 년 만에 생애 두 번째로 60이란 숫자를 발아래 두고 있으니 리틀 전지현 네 덕분에 어젯밤 꿈속엔 어머니 환하게 웃으며 마차를 타고 가셨다는데 그래도 될까 내 꿈엔 한 번도 안 보이시더니 뉴욕 브로드웨이에 배우처럼 서 있는 줄 알았더니 빅부라더 빨강 파랑 위잉위잉 요란한 경광등 켜고 아스팔트 위를 질주할 줄 알았더니 빅부라더 교회 첨탑에 까만 고양이 가만히 앉아 거리를 내려다보다니 그래도 될까 도로 한복판 신호등 아래 척척 몸 돌려가며 지켜보지 틀림없이 군침 나는 짜장면 탕수육 깐풍기 반값이라는데 그래도 될까 어쩌면 중세의 흑사병이 업그레이드해 박쥐 타고 나타난 거라면 그래도 될까 그래도 될까 모든 것이 통제 가능하다는 21세기에 공포의 흰 구름을 뭉게뭉게 피워내는데 빅부라더 여전히 점잖게 앉아있는데 빙긋 웃는데 한 편의 영화 끝나 가는데, 그래도 될까 그래도 될까

 

그래도 될까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10 10:45 수정 2020.02.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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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