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해산 [기자에게 문의하기] /
저녁 어스름은 평화로운 일상의 상징이다. 밝음과 어둠 사이에 놓인 어스름에 산책을 즐기는 것은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하늘의 별이 하나둘 나와 자기들의 세상을 열고 있고 가로등도 하나둘 깨어나고 있는 시각이 어스름이다.
박목월 시인의 ‘가을 어스름’이라는 시를 가만히 읊조리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자연이라는 갤러리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서늘한 그늘 한나절
저물을 무렵에
머언산 오리목 산길로
살살살 날리는 늦가을 어스름
숱한 콩밭머리 마다
가을 바람은 타고
청석 돌담 가에로
구구구 저녁 비둘기
김장을 뽑는 날은
저녁 밥이 늦었다
가느른 가느른 들길에
머언 흰 치맛자락
사라질듯 질듯 다시 뵈이고
구구구 구구구 저녁 비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