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거긴안대(据緊安代)와 다다익선(多多益善)

 

 

사자성어로 거긴안대(据緊安代)란 말이 있다. 편안함 대신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을 택한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에선 20년 이상 같이 살아온 중, 장년층 부부의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영미법에서는 물론 한국 법에서도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로 부부간에 성행위를 거부했다는 점이 이혼 사유로 인정된 판례도 있는 것으로 또한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 미국인 남자와 결혼한 한국인 여자가 구강성교를 거부했다고 이혼 당한 경우도 있었다. 미 연방 수사국(FBI)강간에 대한 정의를 9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확대했다는 보도다. FBI가 마련한 새로운 정의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만 아니라 남성도 강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성폭력에 저항했을 때에만 강간 피해자로 인정된다는 단서 규정도 삭제했다.

 

이제까지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공격에 저항하지 않았을 경우 강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1929년 이후 여성의 의사에 반한 강제적인 성행위를 강간행위로 정의했었는데 개정된 정의에서는 성별 제한이 사라졌고, 약물이나 음주로 무기력해진 상대에 대한 성행위도 강간이란 범주에 포함했다. 이 개정된 정의에 따르면 강간은 피해자의 응낙 없이 신체 일부나 물건에 의해 질과 항문이 관통되는 것이고 상대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성기에 의한 구강의 침투, 혹은 관통도 강간에 해당한다.

 

타고난 천성이 소심한 탓이었을까, 나는 이성에 대해서만큼은 너무 소극적이다 보니 한창 사춘기 때 차라리 어떤 여성한테 강간이라도 당해봤으면 했던 기억이 있다. 젊은 날 내게는 바람둥이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가 젊어서 너무 바람을 많이 피워 일찌감치 바람에 물렸는지, 아니면 그의 바람 샘이 고갈되어 말라버렸기 때문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어도, 그는 언제부터인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 장로님으로 교회 일을 열심히 보고 있다고 들었다.

 

이 친구는 치마만 둘렀다 하면 물론이고 바지 입은 여자까지 얼굴이 박색이든 곰보이든, 몸집이 크든 작든, 상관 않고 다 좋아하는, 그야말로 한국의 돈환이었다. 아직도 많이 떫지만 더할 수 없이 새파랗게 설었을 때 나는 이 친구를 친구로서 경멸하고 경계하면서 되도록 멀리 했다. 그토록 밥 먹듯 수많은 여자를 농락하고 차 마시듯 차버리는 사람이니 언제고 친구도 족히 배신할 수 있으려니 하고. 그러면서도 이 친구의 엽색행각을 나는 내심 부러워하면서 찬탄을 금치 못하고 그의 무용담을 침을 꿀꺽꿀꺽 삼키면서 즐겨 듣곤 했다. 그의 결혼식 사회까지 보면서.

 

그런데 이 친구는 강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멋있고 도통한 경지, 입신지경에 일찍 이른 친구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 절대로 먼저 여자를 건드리지 않고, 여자가 몸과 마음이 달아올라 스스로를 바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있었다. 특히 얼굴이 못생겼다든가 몸맵시가 없어 남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추녀들, 아니면 여관 같은 곳에서 손님들 시중이나 들면서 밤낮으로 남녀가 끌어안고 사랑하는 장면을 듣고 보면서 군침이나 삼키는 굶주린 여인들 말이다.

 

이 친구는 총각 때는 물론이고 장가를 간 다음에도 여전했었다. 한번은 자기 고등학교 동창회 회보에 글을 하나 썼다고 했다. ‘애처가가 되는 길이란 제목으로. 그의 비결이란 외도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하나의 궤변으로 치부되고 말았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일리 정도가 아니라 십리 내지 십팔리 이상 있을 법도 하다. 외도를 하고 나면 미안해서라도 부인에게 더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물도 사주고 밖으로 불러내 영화관람이며 외식 식도락도 같이 즐기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인에게 속죄하고 보상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또 좀 생각해 보면 외도를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도 기회나 능력이 없거나 부인의 바가지가 무섭고 귀찮아서 못하는 남편은 쌓이고 쌓이는 욕구불만을 부인한테 뿐만 아니라 엉뚱망뚱하게도 죄 없는 자식들이나 직장의 동료와 부하 직원들에게까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신경질과 짜증 섞인 화풀이를 하게 되지 않겠는가. 성적인, 나아가서는 심리적, 정신적 변비증 환자가 되어 고약한 냄새만 피우게 될 테니까, 멀쩡한 인간이 스컹크로 전락하지 않도록 배려함이 외도라기보다 내도요 정도라 해야 할 것 같다. 모두를 위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부부간이건 부모형제 또는 친구 사이에서건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하고 기대하기 이전에 미리 알아서, 마음이 내켜서, 자발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위하는 길밖에 없으리라.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거짓 없이 억지 쓰지 말고, 절대로 강요도 구걸도 하지 않고, 주고 싶은 대로 먼저 무조건 몽땅 전부를 주어보리라. 이것이 바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18 11:37 수정 2020.02.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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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