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프로젝트] 적어도 가해자의 삶은 살지 말아야하지 않을까

10년 혹은 20년 전의 과거가 현재 삶의 발목을 잡는다

권영아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학교폭력과 관련된 기사들을 접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관계설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서로의 사회적 위치는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상처를 받은 피해자가 있으니 어딘가에는 상처를 준 가해자도 있는 것이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든 상관없이 피해자는 잊어버릴 수가 없고,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가해자는 잊어버린 체 살아간다.


그러고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일방적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어떻게 일방적이기만 할까 싶지만 지금까지의 사실들만 보면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너무나 잘 살아가고 있고, 그에 반해 피해자들은 많이도 아프고, 힘들고, 괴롭다하니 일방적이지 않다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피해자들의 호소를 시작으로 가해자가 드러나고 사실이 밝혀지며 비난여론이 형성되는 일련의 동일한 과정들. 결국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내어놓지 않는 한 피해자만 존재할 뿐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다. 가해자들이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수순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또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결국에는 드러나 버린 진실 앞에서 시간을 핑계 삼아 변명을 하고, 장난 혹은 오해라고 발뺌한다 한들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이 사라지지 않는 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선은 명백하게 그어진다. 그렇게 가해자가 된 사람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탄을 받게 되고, 그리하여 자신의 과거가 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발목을 잡는 참담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억울함, 자기연민, 자괴감 등과 같은 감정들로 피폐해지는 피해자들의 삶은 겪어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일정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공감이 피해자에게는 위로와 응원으로, 가해자에게 지탄으로 표출되어지는 것이다. 가해자는 이러한 지탄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보여주기 식의 사과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조용히, 자신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피해자에게 사과는 반드시 해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스스로가 정확하게 알아야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생략된 사과라면 언제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은 평생 가해자의 삶을 살 수 밖에는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관계설정은 비단 유명 연예인들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사건들이 크게 부각되는 것일 뿐,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보통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일 것이다. 나부터도 그런 면에서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가해자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가해자이기 보다는 피해자이길 원하고, 그러다보면 피해의식이라는 게 생겨나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여기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내가 가해자인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은 본인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그 판단은 피해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26 10:57 수정 2020.02.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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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