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동백아가씨

이서구·김교성·진방남

 

남녘 바닷가의 동백꽃떨기가 뚝뚝~ 간간히 떨어진다. 꽃잎에 드는 멍도 서러운데, 하물며 꽃떨기까지. 해남·진도를 휘돌아 목포·군산·서천에 이르는 바닷가는 한창일까. 울릉도 도동·사동·태하 바닷가에는 몽우리가 한창일 터다. 한산섬 제승당으로 이어지는 갯가 너들에 흥건하게 핀 붉은 님이 그립다. 가을보다 봄을 타는 남정네들의 가슴도, 발갛게 멍이 드는 동백꽃잎처럼 가슴팍이 활활거린다. 봄 손님, <동백아가씨>

 

<동백아가씨>는 이미자 선생의 특허가 아니다. 1942년에 이미 진방남의 목청에 같은 제목의 노래가 실렸던 것. 하지만 1964년에 불린 이미자의 노래 속 아가씨와는 서로 다르다.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프랑스 파리 화류계의 아가씨, 마리뒤프레시스다. 알렉산더 뒤마피스(1824~1895)의 소설, <춘희>의 주인공. 그녀는 소설가 뒤마 피스의 애인이었다. 1942 태평레코드 음반 KC5034엘 실린 진방남의 <동백아가씨>는 우리나라 남해안 갯마을의 토종 아가씨다. 이 노래는 진방남의 <돈 풍년 쌀 풍년>과 같은 음반에 실렸다.

 

붉은 댕기 다홍치마 섬섬옥수로/ 동백 따는 저 아가씨 고운 아가씨/ 동백 따서 단장하고 시집가려나/ 택일단자 받아 놓고 동백을 따나/ 에헤요 아침나절에/ 열매 밭의 노래 소리 구성지구나// 꽃바구니 가득하게 동백 열매를/ 달빛 고운 풀밭에다 이슬 적시며/ 열매마다 고운 기름 맺혀 솟으니/ 달빛 경대 옥빛 홍안 단장 곱구나/ 에헤요 달빛 밝은 밤에/ 동백 따는 노래 소리 멋이로구나// 동백기름 고운 냄새 풍겨 헤치면/ 총각 낭군 그 냄새에 바람 난다오/ 이팔 처녀 옅은 사정 냄새 같으니/ 마음조차 동백꽃도 피고 지누나/ 에헤요 꽃무리 질 때/ 뒷동산에 동백 가지 에라 좋구나.(가사 전문)

 

노래는 동백꽃 피고 지는 남녘 해안 갯마을의 서정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노래, 노랫말이 바로 산수화 그림이다. 노래 속 화자는 혼사 날짜를 정한 낭자인 듯하다. 택일단자가 그 징표다. 단자(單子)는 타인에게 보낼 물품이나 어떠한 사실을 조목조목 적어 받을 사람에게 보내는 문서다. 대개는 매 조목을 별행(別行)으로 썼다. 명칭은 호구단자·진상단자·사은단자·문안단자·사주단자(四柱單子) 등이 있다. 이 노래 속의 택일단자는 사주단자이다. 사주단자는 혼인을 정하고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신랑이 출생한 연···시를 적어서 보내는 간지(簡紙).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사주단자가 가면 신부집에서는 혼약이 성립된 것으로 여기었고, 그 단자가 증표가 되었다. 사주단자를 받은 신부집에서는 신랑집의 사정을 고려하면서 알맞고 좋은 날, 곧 길일(吉日)을 가리어 혼인 날짜를 잡는데, 이것을 연길(涓吉) 또는 택일(擇日)이라 하며, 이 날짜를 신랑집에 통고하는 서신을 보낸다.

 

동백꽃 열매로 짠 기름은 식용과 미용용으로 사용됐었다. 여기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기름은 방치해 두어도 증발하는 일이 거의 없고, 비중은 물과 비슷하다. 주성분은 올레산()으로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황색의 맑은 기름으로 응고점은 최저 25로 낮고 주로 머리 기름, 정밀기계유, 의약계의 올리브유 대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또 정제한 것은 담백한 맛이 있어 요리에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특히 부녀자들이 미용용 머리 기름으로 많이 써 왔으나, 지금은 거의 쓰지 않고 공업용으로 다소 이용할 뿐이다. 주요 산지는 제주도와 남해안 등지이나, 많은 양이 생산되지는 않는다. 1960년대를 전후하여 우리나라 방방곡곡에는 동동구루무 장수들의 동동동~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을 등짐처럼 지고 두 발로 둥둥거리게 치면서 구루무(화장품)을 팔고 다녔다. 이들의 황아물품 보따리에는 동백기름이 들어 있었다. 그 시대를 풍미한 노래가 2006년 방어진이 부른 유행가 <동동구루무>이다. 이듬해 김성환이 리메이크를 하여 원곡가수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던 곡조.

 

동백꽃 나무에는 동박새가 깃든다. 참새목의 새로 남부 해안이나, 섬 등지에 서식하는 텃새이다. 배가 흰색이고, 나머지는 연두색을 띤다. , 흰 눈 테를 가지고 있다. 동백꽃과 공생관계로, 동백꽃의 꿀을 먹으며 수정을 해준다. 이 새는 동백꽃 꿀을 좋아해서 원래는 동백새라고 불렀다고 한다. 혀끝에 붓 모양의 돌기가 있어서 꿀을 빨 때 편리하다. 둥지는 나뭇가지 위에 소쿠리모양으로 만드는데, 천적을 막아주는 가시가 많은 가시오가피 나무가 동박새가 좋아하는 둥지 터이다. 둥지는 이끼와 식물의 뿌리, 깃털 등으로 만들며, 재료가 부족할 때는 인공재료로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07 11:59 수정 2020.09.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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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