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흐르노라면 다 아름다울 뿐이어라

 


원제(原題)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1886)’이지만 한국에는 줄인 제목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만 알려진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894)의 단편소설이 있다.

 

그 내용은 변호사인 찰스 어터슨이 그의 오랜 친구인 헨리 지킬 박사와 사람을 혐오하는 사람인 에드워드 하이드의 괴상한 관계를 통해 인간의 선과 악의 내면적 모순을 다루면서 겉으로는 체면을 차리면서도 속으로는 욕정으로 가득한 위선을 파헤친다. 이 줄거리는 수많은 연극과 영화 작품으로도 각색되었다.

 

몇 년 전 한국 사회에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보육원 아동학대 사건들이 있지만 그중 더욱 경악스런 한 실례가 신문에 보도 되었었다. 믿기지 않는 애들의 친엄마에 의한 학대사건이었다.

 

교사 김영미(당시 39세 가명)씨는 누가 봐도 착하고 능력 있는 엄마였다. 공무원인 남편과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다니는 예쁜 두 딸을 두었다. 겉으로 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었다. 대인관계나 사교성이 좋다는 지인들의 평이었지만 김 씨의 또 다른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집에만 오면 돌변한다. 초등학생인 딸을 화장실에 가두고 자주 뺨을 때렸다.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딸을 위협하고, 밤에 잠을 깨운다는 이유로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일삼았다. 한 번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딸의 머리채를 잡고 추운 날씨에 맨발로 집 밖으로 쫓아냈다. 때론 분을 이기지 못해 딸을 계단 밑으로 밀치기까지 했다. 이러다간 애가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에 김 씨는 스스로 아동보호기관에 도움을 요청, 1년간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사회의 가치관이나 윤리 또는 이성이 이면의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이중성을 부추기는 요인은 유전과 성장기 경험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데 기인하지 않을까. 특히 어려서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2015314일자 미주판 한국일보에 UC 버클리대 재학생 송지연은 다음과 같은 짤막한 글을 기고했다.

 

얼마 전 오스카상 시상식이 있었다. 레드 카펫을 걷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화려한 옷과 멋진 장식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나 봐, 나 너무 멋지지 않니?’라고 표출하는 자신감에서 그들의 매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 매력 있는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잘했고 외모도 좋았으며 남부러울 것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았다. 만날 때 마다 자기비하를 했다. 처음에는 그를 위로해주다가 결국 듣고 있는 내가 행복해지지 않아 그의 곁을 떠났다.

 

제일 중요한 건 나와 나와의 관계이다. 나는 나와 절대적으로 친해져야 한다. 세상 모두가 나를 싫어하고 버리는 것 같아도 나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실력과 외모와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한다고 인정하자. 그러면 나만이라도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마이클 스트라핸(Michael Strahan 1971 - ) 하면 많은 사람들은 특히 스포츠 그중에서도 미식축구 풋볼 팬들은 뉴욕 자이언츠풋볼 선수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다 그가 선수 생활을 접은 후 그의 다음 행보가 경이롭다.

 

미국 TV 토크쇼의 일인자인 ABC ‘리지스와 켈리(Regis & Kelly)’가 자기 이름의 토그쇼에서 은퇴할 때 그의 자리를 대신할 방송과 연예계의 쟁쟁한 인물들이 물망에 올랐었다. 그중에 마이클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리지스의 자리는 마이클 차지가 되었다.

 

그가 2012년 토크쇼의 새 주인공 호스트로 등장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의 눈에 그의 텅 빈 앞니가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아니 저게 뭐야. 앞니를 교정하고 나올 일이지. 돈도 많을 텐데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거침없이 그 텅 빈 치아를 활짝 드러내며 파안대소 웃을 때는 천진난만한 소년으로 쇼를 이끌어 가는 것이었다. 그의 표정, 몸짓 하나하나 모두가 인위적인 구석이 전혀 없고 아주 자연스러울 뿐이었다. 게다가 위트와 유머가 철철 넘치면서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니 그의 볼썽사납던 텅 빈 앞니가 어느새 그의 매력 포인트가 되고 말았다. 그의 순수함과 자연미로 시청자를 매혹했다.

 

그뿐인가. 그는 토크쇼 게스트로 나온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최고의 장점을 끌어내 시청자들에게 인상 깊게 보여 주었다. 하나만 그 예로 들자면 2014530일 방영된 오바마와의 대화에서 미국 아니 세계 지도자의 자질로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첫째는 비전, 둘째는 판단력, 셋째는 불요불굴의 집요함이라는 오바마의 답변을 이끌어 냈다.

 

이렇게 빛을 발하는 그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첫째는 그가 느끼는 행복감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행복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어쩜 자신감에서 오지 않을까. 그럼 이 자신감은 또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언제 어디서나 가슴 뛰는 대로 행동하는 삶 그 자체에서 생기는 게 아닐까.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연구 조사한 여러 서베이(survey)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보다 현실에 더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최근 과학 저널 과학(Science)’에 발표된 글 내용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당신은 행복한가?’란 설문에 보수주의자들이나 진보주의자들이나 똑같이 그렇다고대답해도 보수주의자들은 말만 그렇게 하는가 하면 진보주의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고 사는 것으로 여러 연구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일반적으로 풍속, 습관적 전통을 중요시해 그대로 지키려는 보수-복고주의는 말하자면 뒤를 돌아보는 경우이고, 그 반대로 진보주의는 앞을 보고 나아가는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보수주의자가 안정과 현상유지에 급급하다면 진보주의자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현재보다 더 좋은 미래를 꿈꾸며 개척해 나가기 때문이리라. 본전만 생각하는 사람은 손해 보게 될까 봐 전전긍긍 불안해 하지만 투기와 탐혐,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에겐 그가 겪는 모든 일이 언제나 신나고 큰 보람 있을 뿐이리.

 

물은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게 자연의 이치요, 흐르노라면 나쁜 것 없고 다 아름다울 뿐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15 11:16 수정 2020.09.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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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