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음(陰)과 양(陽), 둘 다 좋고 아름답지

이태상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 유행한, 70년대 가는 세월을 부른 통기타 가수 서유석의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저는 한 번 늙어 보고 싶어요라는 말과 오버랩된다.

 

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는 어느 30대 여성의 글에서 따온 말로 늙었다는 건 슬픈 일이 아니라 큰 축복임을 상기시킨다.

 

중년의 복부비만이요? 늘어나는 허리둘레 그거 한 번 가져 봤으면 좋겠네요. 희어지는 머리카락이요? 그거 한 번 뽑아 봤으면 좋겠네요. 그만큼 살아남았다는 거잖아요. 저는 한 번 늙어 보고 싶네요. 부디 삶을 즐기면서 사세요.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흔히 사랑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을 가슴에 품고 모든 걸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한 젊은이요. 사랑을 모르는 젊은이는 늙은이 아니 이미 꺼진 목숨 아닐까. 그러니 하루를 백 년 같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백 년을 하루 같이 사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럼 우리가 하루를 살든 백 년을 살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랑하고 사는 일이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면 누구를 또 무엇을 사랑해야 할까? 자식 사랑도 있겠고, 이성 사랑도 있으며, 자연사랑도 있으리라. 이 중에서도 자식 사랑은 모든 동물의 본능이 아닌가. 그리고 사랑이란 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게 아니고 그 대상을 위하는 게 아니랴. 욕망에서 발동된 사랑이면 욕구가 충족되면 사랑도 소진되겠지만 그 대상을 위하는 경우에는 그 아무리 사랑해도 부족하고 끝도 한도 없으리라.

 

2015320일자 미주판 한국일보에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란 제목의 칼럼에서 김갑헌 미국 커네티컷 맨체스터대 철학 교수는 우리는 자신을 자녀들의 관점에서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부모들의 일반적인 공통점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들의 성공을 통해서 만족하려는 보상심리라고 한다. 자녀들의 관심이나 재능보다는 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 강요하다 보니, 소위 성공한 아시안 2세들은 모두 의사와 변호사가 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그런 부모들을 인격적으로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왜 자녀들은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묻고 있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잘사는 삶이란 부모들의 생각과는 크게 다른 것이고 인생은 여행과 같은 것이다. 여행의 한 순간순간이 즐겁고 복된 것이며 자녀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이 잘사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한 자녀교육임을 잊지 말자고 강조한다.

 

우리말에 농사 중에 자식농사 이상 없다고 하지만 정말 자식농사 잘 지으려면 나 자신 농사부터 잘 지으라는 말이리라. 우선 내가 행복할 때 자식도 이웃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서 온 우주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내가 바로 우주이니까. 진정코 삶을 사랑하는 것이 참으로 잘 사는 길이리라. 이 삶이 얼마나 짧든 길든 상관없이 말이어라. 미국의 과학자 애슈토쉬 조가레카(Ashutosh Jogalekar)는 이런 말을 했다.

 

과학자들은 무질서하고 목적 없는 우주에서 질서와 목적을 계속 찾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무한히 아름다운 구조를 드러낸다. (Scientists continue to find order and purpose in an orderless and purposeless universe, which can nonetheless produce structures of great beauty.)”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과 소설가 최인호가 생전에 나눴던 대화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2015년 출간되었는데 20034월 길상사 요사체에서 가진 법정과 최인호의 네 시간에 걸친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대담에서 두 사람은 행복과 사랑, 삶과 죽음, 시대정신과 고독 등 11가지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사색과 시적 은유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대화 끝에 최인호가 묻는다.

 

스님, 죽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몸이란 그저 내가 잠시 걸친 옷일 뿐인걸요

 

나도 감명 깊게 읽었던 최인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불교 소설 길 없는 길이 법정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사연이라고 한다.

 

어려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라는 성철 스님의 말씀을 이해인 수녀님은 좋아한다고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성철 스님의 말씀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산과 물이 하나라는 것 같다. 땅이 있어야 하늘이 있는 것이고, 바다가 있어야 땅이 있는 게 아닌가. 마찬가지로 생과 사가 그렇고, 빛과 그늘 명()과 암()이 그러하며, 기쁨과 슬픔이, 사랑과 고독이, 그리고 심지어 음식물과 배설물이 불가분의 같은 하나 아니랴. 눈과 어름, 물과 안개가 그 형체만 다를 뿐, 같은 화학원소 H2O이듯 우리 몸과 마음 그리고 혼도 그렇지 않으랴.

 

그러니 우주도 카오스(Chaos)로 보이기도 하고 코스모스(Cosmos)로 보이기도 하지만 같은 하나로 둘 다 좋고 아름다울 뿐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20 11:58 수정 2020.09.1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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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