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코스미안으로 복락원(復樂園)하리

이태상

 


두 개의 진실이 서로에게 접근한다.

하나는 안으로부터

또 하나는 밖으로부터

둘이 만나는 곳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Two truths approach each other.

One comes from inside,

the other comes from outside,

and where we have a chance

to catch sight of ourselves.

 

(From “Preludes”)

 

스웨덴의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Tomas Transtro”mer 1931-2015)의 시구이다.

 

우리의 자아란 실존인가 아니면 환상인가. 다시 말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발견되는 것일까. 나라는 사람이 내가 하는 일, 직업을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내 직업이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자의식은 찾을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겠지만 만들어지는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긍정적인 느낌은 긍정적인 자의식을 갖게 해주고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자의식을 갖게 해준다는 게 정설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감성(Emotion)’ 저널에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긍정적인 느낌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느낌은 자연과 사물에 대해 놀라워하는 경외심이라고 한다. 이 경외심은 하는 일 직업이나 다른 사람의 나에 대한 생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어린아이의 동심으로 매사에 임하는 것이란다.

 

음악을 듣는다든가, 일출이나 일몰을 바라본다든가, 독서삼매경 또는 사랑에 빠진다든가, 모든 것 모든 일에 경이로워하는 마음이야말로 참된 자의식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진정한 자의식이란 실존도 환상도 아닌 우리 모두의 원초적인 본성이요 본래면목(本來面目) 본래성불(本來成佛)이리라.

 

청소년 시절 나는 함석헌 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너무도 감명 깊게 읽고 분통이 터졌었다. 한국역사의 흐름이 크게 잘못되기 시작한 것이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威化島 回軍) 이라 본 것이다.

 

고려 말기 1388(우왕 14) 명나라 홍무제 주원장(朱元璋)이 철령(鐵領) 이북의 영토는 원나라 영토였다는 이유로 반환하라는 요구에 맞서 최영 장군은 팔도 도통사, 조민수를 좌군 도통사, 이성계를 우군 도통사로 삼은 요동정벌군이 압록강 하류의 위화도까지 이르렀을 때 이성계가 개경(開京)으로 회군한 사건 말이다.

 

2015글씨에서 찾은 한국인의 DNA’란 책의 부제가 붙은 어린아이 한국인이 나왔다. 2009년 출간된 항일운동가와 친일파의 필적을 비교 분석한 책 필적은 말한다를 펴냈던 저자 구본진이 비석과 목간-방패-사리함 등 유물에 남아 있는 글씨체에서 우리 민족성의 본질을 찾아내는 어린아이 한국인을 출간한 것이다.

 

지금 한국인의 발목에는 지식과 체면과 겉치레라는 쇠사슬이 잘가당거리지만, 이는 오랜 중국화의 역사적 산물일 뿐, 원래 한민족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유아기의 특징이 성년까지 남아 있는 현상을 말하는 네오테닉(neotenic)’한 민족이었다며 우리 민족은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치면서 장난기가 가득한 어린이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민족의 이런 어린이스러움은 고려시대 이후 중국의 영향으로 경직되었으나 19세기 이후 중국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부드럽고 자유로운 한민족 고유의 품성과 글씨체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향후 연구 과제도 제시한다. 중국 만리장성 외곽에서 발견된 홍산문화가 우리 민족과 관련된 문화일지 모른다는 주장인데, 그 근거 역시 글씨체다. 황하문명보다 1,000년 이상 앞선 홍산문화 유물에 남아 있는 글씨체가 고대 한민족의 글씨체와 유사하다면, 이야말로 세계역사를 바꿔놓을 단서임에 틀림없으리라.

 

어떻든 이 아이스러움이란 우리 한민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세계 인류 모든 인종과 민족에게 공통된 특성이 아닐까. 우주 나그네인 우리 모든 코스미안의 타고난 본성이리라. 이 순수하고 경이롭고 신비로운 코스미안의 마음동심을 갖고 우리 모두 태어나지만 타락한 어른들의 잘못된 세뇌교육과 악습으로 아동낙원(兒童樂園)’을 잃는 실락원(失樂園)’의 비극이 시작되었어라.

 

, 그래서 나의 선친 이원규(李源圭 1890-1942)도 일제 강점기 초기에 손수 지으신 동요, 동시, 아동극본을 엮어 아동낙원 (兒童樂園)’이란 책을 500부 자비로 출판하셨는데 집에 남아 있던 단 한 권마저 6.25동란 때 분실되고 말았다. (코스미안뉴스 독자 가운데 이 책을 소장하고 계신 분이 있으면 즉시 연락을 요망한다.)

 

, 또 그래서 나도 딸 셋의 이름을 해아海兒(첫 아이로 쌍둥이를 보고, 한 아이는 태양 해아그리고 한 아이는 바다 해아海兒로 작명했으나 조산아들이라 한 아이는 난 지 하루 만에 세상 떠나 해아海兒를 지켜주는 별이 되었고), 수아(秀兒), 성아(星兒)라는 이름을 지었다. 평생토록 젊음과 동심을 갖고 살아주길 빌고 바라는 뜻에서다. 간절히 빌고 바라건대 바다의 낭만과 하늘의 슬기와 별들의 꿈을 먹고 살라고. 이와 같은 기원(祈願)과 염원(念願)에서 아이 ()’ () 돌림으로 한 것이다.

 

정녕코 복()이야 명()이야, 우리 모든 어른들도 어서 잃어버린 동심(童心)을 되찾아 코스미안으로 복락원(復樂園)하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지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23 11:38 수정 2020.09.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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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