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사랑으로 숨쉴 때마다 영육일치(靈肉一致)되는 것이리

이태상

 


요즘 박테리아보다 10~100배 작고, 생물이라고도 무생물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인 거리 두기로 모든 사회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사람마다 집에 칩거(蟄居) 고립되다 보니 마치 무인고도에 표류된 것 같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느라 물질적으로,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쌓여온 잡동사니를 몽땅 다 털어 버리고 정리해 삶에 있어 정말 뭣이 중헌디를 깨닫게 될 전무후무의 절호의 찬스가 아니랴.

 

그렇지 않아도 벌써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젊은 세대를 삼포시대 또는 오포시대라고, 연애포기, 결혼포기, 자녀포기, 직업포기, 주택포기 등등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포함해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인류가 조로증(早老症)에 걸려 삶을 살아보기도 전에 포기한다는 말인가. 김광규 시인의 뺄셈이 떠오른다.

 

덧셈은 끝났다

밥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묻은 문패와 해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돋보기안경을 코에 걸치고

아직도 옛날 서류를 뒤적거리고

낡은 사진을 들추어 보는 것은 품위 없는 짓

 

이제는 정물처럼 창가에 앉아

바깥의 저녁을 바라보면서

뺄셈을 한다.

혹시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자. 바다나 하늘을 응시하는 것보다 좋고, ()을 앙망하기보다 낫다. (Let me look into a human eye; it is better than to gaze into sea or sky; better than to gaze upon God.)”

 

미국 작가 허만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의 말이다.

 

1994년 데뷔한 탤런트 안재욱을 톱스타 반열에 올린 1997MBC TV ‘별은 내 가슴에에 삽입된 그대 떠나가도2000중독된 사랑러브등을 히트시켰던 가수 조장혁이 작사, 작곡과 함께 프로듀싱까지 한 앨범 숨 쉴 때마다2015년 나왔다.

 

또 세계 최첨단 뇌영상 연구의 일인자로 꼽힌다는 다카 야스유키가 건강은 몸이 아니라 뇌가 만든다는 뇌건강법을 제안한 책 숨 쉴 때마다 건강해지는 뇌’ (김민정 역)2018년 출간되었다. 이 책을 나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나라면 건강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만든다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 시인 박형준의 눈썹을 함께 음미해보리라.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

너는 울 때 추운 눈썹을 가지는군

한기가 느껴지는 가난한 광선

내가 울 때 두고 온 눈썹

내가 울 때 젖을까 심장 속에

두고 온 가난한 눈썹

 

이런 눈썹을 장석주 시인은 이렇게 풀어 쓴다.

 

최고의 예술은 살아간다는 것. 더 나은 것은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 사랑은 무미한 나날을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바꾼다. 사랑할 때 삶은 빛나고, 사물들은 새로운 가치를 띤다. 사랑하면 장미는 더욱 붉고, 음악들은 더욱 강렬해지는 법이다. 한편으로 사랑은 또 얼마나 쓸쓸한가. 사랑하는 이들은 운다. 가슴 벅차 울기도 하겠지만, 쓸쓸함으로 가슴이 미어져서 울기도 한다. 이 구절을 보라.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네가 울 때 네 눈썹도 운다. 네 눈썹이 울 때 내 눈썹도 운다. 차마 그 눈썹 들키고 싶지 않아 심장 속에 넣고 운다.”

 

, 그래서 프랑스 시인 장 드 라 퐁탠느(Jean de La Fontaine 1621-1695)도 강조했으리라.

 

우린 서로 도와야지; 아무렴 그렇지. 정말로, 자연의 법칙이고 말고. (We must help one another; yea, it Verily is a law of nature.)”

 

시인 이근화는 그의 소울 메이트란 시에서 이런 자연의 법칙을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는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서 비를 맞는다.

젖을 줄 알면서

옷을 다 챙겨 입고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비의 기억을 되돌려주기 위해

흠뻑 젖을 때까지

흰 장르가 될 때까지

비의 감정을 배운다.

 

우리는 우리가 좋은 세계에서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골목에서 비의 냄새를 훔친다.

 

소울 메이트를 장석주 시인은 또 이렇게 풀이한다.

 

이 세계가 좋다니! 이 눈부신 긍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비참한 가난이나 평범한 악들은 물론이거니와 짓누르는 권태조차 도무지 모른 채 빗속에서 즐거워하는 소울 메이트라니! 비의 기억을 만들고, 비의 냄새를 훔치려고 옷이 젖을 줄 알면서 비를 맞는 것은 소녀들이리라. 소녀들은 비를 흠뻑 맞으면서 까르르 웃는다. 이들을 철없다고 야단치지 마라. 이 경이로운 존재들은 빗속에서 기쁨과 감사를 느끼고 제 밝은 기운을 세상과 나눈다. 이 세상을 위해 소녀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이것이 소녀뿐이랴. 소년은 물론이고 모든 어린이도 그러하리라. 그래서 일찍이 영국의 자연파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1770-1850) 도 독백하듯 읊었으리.

 

내 가슴 뛰노나니/무지개

 

하늘에 무지개 볼 때

내 가슴 뛰노나니

어려서 그랬고

어른 된 지금 그렇고

늙어서도 그러리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버리리라.

어린애는 어른의 아버지

내 삶의 하루하루가

이 가슴 설렘으로 이어지리.

 

My Heart Leaps Up (also known as The Rainbow)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I was a Child

So is it now when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 참으로 우리가 숨 쉴 때마다, 그것도 사랑으로 숨 쉴 때마다 영육일치(靈肉一致)되는 것이리. 우리가 땅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도록.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소월의 시 못 잊어의 한 구절 빌려) 소년 시절 나는 위에 인용한 시 무지개를 읽으면서 하늘에 무지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고 성에 안 차, 영어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하나 만들었다. 올라탄다는 뜻으로 접두사 (A)’무지개(RAINBOW)’ 앞에 붙여 어레인보우 (ARAINBOW)’, 그리고 이어서 우주나그네란 뜻으로 코스미안(COSMIAN)’이란 또 하나의 새로운 말을 지어냈어라.

 

따라서 2011년 출간된 우생의 동화(童話) 형식의 졸저 책 제목이 어레인보우: 무지개를 탄 코스미안 (ARAINBOW)이고, 2013년과 2014년에 나온 에세이집 제목이 코스미안 어레인보우무지코: 무지개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 코스미안이 되었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24 10:51 수정 2020.09.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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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