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365와 36.5로부터 인문 360으로

신연강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03 12:32 수정 2020.04.03 12:35




흔히 사람을 소우주라고 합니다. 우주에는 천체인 대우주가 존재하고, 지상에는 각양각색의 소우주가 걸어 다니는 셈이죠. 그런데 지구가 일 년 동안 태양을 한번 도는데 필요한 365란 수치와,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온도 36.5는 같은 숫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우연의 일치치고는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같은 숫자로 구성되어 있는 36536.5 중 어느 것이 큰가요? 당연히 365이겠지요. 그러나 제게 두 개는 같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없는 우주는 내게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365365일을 뜻하며 천체 움직임에 따른 지구의 운동을 의미합니다. 36.5는 피가 몸속을 돌아 나오는 운동으로 인해 유지되는 인간의 신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 둘은 라는 존재를 유지하는 전제이자 필수적 요건입니다.

 

오래전 TV에서 한국인의 일 년 독서량을 조사했더니, 성인 절반이 한 권 또는 그 이하라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줬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라 수치가 정확치 않지만, 그 통계는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5년의 조사에서도 한국인들은 일 년 평균 약 9.1, 한 달 평균 0.74권을 읽는다고 합니다. 이는 평균이므로 수십 권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5% 정도의 사람은 전혀 안 읽거나 한, 두 권 읽는 것을 평균화한 것입니다. 요즘처럼 각 지역에 소규모 도서관이 들어서고, 많은 문화이벤트와 독서콘서트 등이 진행되는 때에는 더 많은 책이 읽히고 유통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책 관련 정서와 환경, 행사들은 우리의 지적양식으로서 삶을 지탱해주는 영양분이 되고, 이 사회를 풍성하게 가꾸어가는 튼실한 자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기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책읽기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만일 일주일에 1권씩 읽는다면 일 년(52) 동안 대략 50권을 읽고, 장기적으로 가독(可讀) 기간(20~80)60년으로 잡을 때, (50x60=3000)이란 수치가 나옵니다. 좀 더 욕심을 내서 주당 2권을 50년 동안 꾸준히 해간다면 (2x52x50=5200) 대략 5000권 이상을 목표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기란 계산처럼 쉽지가 않지요. 책을 늘 가까이하며 즐기는 마음과 변함없는 의지가 필요하니까요.

 

교양 그리고 지성을 논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책읽기를 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 했습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운송수단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의 다섯 대 수레 분량이 오늘날 기준으로는 얼마나 될지 궁금하지만, 상당한 분량일 것입니다. 청나라의 학자 고염무도 사람은 모름지기 독서만권(讀書萬卷) 행만리로(行萬里路)”를 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만권의 독서를 하고 만 리의 여행을 통해 보고, 느끼며,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서의 가치가 비할 바 없이 크기에 만권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을 것입니다. 그럼 그렇게 많은 양의 책을 읽으면 과연 이전과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요. 한번 생각해보지요.

 

기싸움

팔씨름: 팔을 잡는 순간 느껴지는 상대의 기운. 두터운 손마디와 팔목에서 전해지는 묵직함이 있다. 때론 가냘픈 손목이지만 탄탄하게 다져진 어깨로부터 전해져오는 전신의 힘. 여유 있는 미소와 냉기 어린 침묵으로부터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권투: 1회전은 탐색전. 상대의 펀치를 맞아보면 그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정면 승부를 할지, 상대를 지치게 한 후 공략을 할 것인지. 차돌처럼 날아오는 펀치엔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고단함과 강인함이 배어있다.

 

테니스: 게임 전 랠리를 통해 느끼는 상대의 기술과 파워, 그리고 순발력. 공을 감아오는 스핀은 지난 시간 다져온 훈련과 열정을 느끼게 한다. 둥근 공이 전하는 구력. 스피드와 기량과 정신의 견고함이다.

 

인문력: 말솜씨는 기량을, 말 습관은 인격을 전해준다. 차 한 잔의 담소가 전하는 달고 쓴 맛의 기억. 깊은 토론을 통해 전해지는 화자의 지식의 무게와 삶의 진중함.

 

 

책을 읽고, 쓰고, 가르치다 보니, 나름대로 인상과 말 습관을 통해 화자의 지력과 이력과 저력을 가늠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려져있는 상대의 마음과 삶의 동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또한 어렵게 느껴집니다. 말의 가벼움과 무거움, 여유와 방만함, 기상과 열정, 이런 것들이 스쳐 지나는 관계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 관계로 소통에는 항상 어려움이 따릅니다.

 

대지를 적시는 단비가 오지 않을 때에도, 산천초목은 저마다의 끈기와 저력으로 버티고 생존합니다. 이처럼 인간존재에게 있어서도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처럼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나는 샘물이 되는 것이 인문학 정신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우리가 평소 읽는 책은 정신을 살찌우고 영혼을 적시는 생명수가 될 것 입니다.

 

바쁜 생활 중에도 정신의 순환을 위해 50권 읽기를 실천하면 어떨까요. 일주일에 한 권씩, 늘 가까이 놓고 손에 닿는 대로 책을 넘기는 것입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의 취향대로 맘껏 읽는 것입니다. 한주 시작하는 월요일에 한 권의 책을 습관처럼 읽어가면서 말입니다. 그러한 시도와 열정을 통해 재미있는 놀이로서의 독서를 하다보면 자신만의 북지도를 그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북지도로부터 생각의 지도로 그리고 나아가 삶의 지도를 그리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에 만권을 섭렵한 사람이 약 500(0.0005%) 정도 된다고 합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노력을 해서 거둔 값진 성과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재물과 권력을 얻고자하는 시대에 아무리 큰 부와 지위를 성취하여도 책 만권의 가치를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권이 아니더라도 백 권, 천 권의 목표를 정하고 좋은 독서습관을 통해 인격을 도야하고 정신을 고양하는 독서는 다른 것에서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책을 통해 얻는 지혜가 서로를 행복하게 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구합니다.

 

무심코 지나던 벽면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인문 360’. 인문 360! 근사하지 않습니까. 정신이 살아 있는 진정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문 360’을 주문해봅니다. 신선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만난 날이었습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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