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모두 다 같은 것이리라 : 본말전도와 부메랑 효과

이태상

 



본말전도(本末顚倒)를 영어로는 ‘cart before the horse(to put the cart before the horse)라고 할 수 있겠다. 마차를 말 뒤가 아닌 말 앞에 놓듯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구별되지 않거나 일의 순서가 잘못 바뀐 상태를 가리킨다. 그리고 부메랑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및 중앙부의 원주민이 사용하던 무기의 한 가지로 자로 구부러진 나무 막대기인데 목표물을 향해 던지면 회전하면서 날아가며 목표물에 맞지 않을 경우는 던진 사람에게로 되돌아온다고 해서,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는 넓게는 어떤 계획 또는 행위가 원래 의도한 목적을 벗어나 계획 입안자나 행위자 측에 불리한 결과를 미치는 것을 지칭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내가 직접 겪은 실례를 한두 개 들어보리라.

 

1955년 내가 대학에 진학했을 때 일이다. 같은 학과에 들어온 한 급우가 있었다. 장남인 그의 아버님께서 그 당시 교육연감인가를 출판하셨다가 실패하여 가세가 기울자 장학금 제도나 학자금 은행 융자도 없던 시절이라 그는 1학년 2학기부터 등록금을 낼 수 없었다. 비록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고학하는 신세와 처지였지만 나는 힘 자라는 대로 그를 도왔다. 등록금뿐만 아니라 그의 책값과 옷값 그리고 그의 데이트 자금까지.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그는 나보고 그의 어머님께서 하시는 계가 있으니 들어 졸업할 때 목돈을 타라고 했다. 그 당시로써는 엄청나게 큰 금액에다 여러 해 (4) 동안 48개월 곗돈을 매달 붓는 것이었다. 그런데 종국에 가서는 그 계가 빵꾸가 났다고 했다. 그 진위와 사실 여부를 규명해보지도 않고 나는 그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네가 나보다 또 세상 그 누구보다 더 똑똑하고 머리 좋은 줄 알았는데 어떻게 그토록 미련하고 헛똑똑이일 수가 있니? 네가 좀 더 약은 사람이었더라면 겨우 3, 4년 나를 이용해 먹고 떨어지는 대신 내 평생토록 수십 배, 수백 배로 날 이용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안 됐다. 너야말로 값으로 칠 수 없는 그 어떤 보배보다 값진 신용자산을 내버리고 헌 딱지 몇 장 챙기는 격이다.”

 

세상 사람 그 어느 누구도 자기가 좋아하지 않거나 믿지 못하는 물건을 그 아무에게도 팔 수 없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제 인격과 진심, 성실과 근면, 성심과 성의, 신뢰성과 신빙성을 담보로 제공할 수 없을 때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 아무에게도 팔 수 없으리라.

 

젊은 날 한때 신문 기자를 하다 그만두고 해심(海心)’이란 주점 이색 대폿집을 시작할 때 일이다. 어려서부터 돈 벌기 무섭게 쓰기 바빠서 저축이라곤 한 푼도 없어 내가 다니던 신문사 편집국장님을 비롯해 나를 잘 아는 지인 몇 분께 사업자금 좀 대달라고 요청했다. 그것도 무기한, 무이자, 무조건, 아무런 서면의 약속어음 차용증서 없이 빌린 돈을 (운이 좋아서였는지) 일 년 안에 열 배로 갚을 수 있었다.

 

언젠가 조선일보 일사일언(一事一言)’ 필자 한 분이 지적한 대로 자기은행 구좌에 돈이 없는데 수표를 끊으면 부도가 나듯이, 자기가 체험하거나, 느끼고 생각하며 믿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사일언(一事一言)’의 다른 필자 한 분이 예로 든 이야기에서, 낚시꾼 노인의 어깨, , 손등에도 앉던 새들이 그 노인이 새를 잡겠다고 기심(機心)’을 품고 나간 날에는 한 마리의 새도 그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더라는 것 같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도 한가지일 것이다. ‘기심(機心)’ 또는 기심(欺心)’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좋은 교훈인 것 같다.

 

애들이 아주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이 영국에 가 살면서 어찌나 영국 사람들이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게 또 그러면서도 정중하게 말들을 잘하는지 나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하루는 TV 아동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같이 보았다. 대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들이 나와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어린아이들이 너무도 거침없이 어른들 뺨치게 말들을 잘하지 않겠는가. 말 잘하는 부모들 영향과 훈련을 잘 받아 그런가 보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한 어린아이가 정신적인 설사(mental diarrhea)’란 문자를 썼다. 그 아이가 그 당시 그 말의 뜻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 단어를 썼는지 몰라도 나는 그 말을 듣기가 좀 거북했었다. 하기는 자기 자신 스스로도 잘 이해하거나 몸소 실천하지 못하는 소리를 늘 하고 사는 어른들도 너무 많지만 말이다. 이런 사람들의 그 어떠한 말이나 행동도 결코 아무런 설득력이 있을 수 없으리라.

 

그러니 우리가 그 누구의 잘못을 고쳐 주고 다른 사람들을 돕고 인도하며 가르치려 하기 전에, 또 남에게 그 어떤 도움을 청하고 이해와 동정을 구하며 호의와 선의, 친절과 후의, 우정과 애정을 기대하기 전에 나 스스로 내가 먼저 많이 수양을 하고, 덕을 쌓고, 정을 쏟고 볼 일이다. 이것이 앞에 언급한 일사일언(一事一言)’ 필자의 은행 구좌에 잔고를 넉넉히 두어 어떠한 경우에도 부도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리라.

 

사족을 하나 달자면 세상엔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  그 한 예로 내가 80여 년을 살아오면서 아주 어릴때부터 경험해 온 바로는 마치 샘물이나 우물물은 퍼 쓰면 쓸수록 고갈되지 않고 더 많이 샘솟듯이 돈이나 정도 쓰면 쓸수록 쏟으면 쏟을수록 돈도 생기고 정도 넘쳐나더란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대양(大洋)의 물도 더 줄지도 늘지도 않는다고 하나 보다. 모든 냇물과 강물이 바다로 계속 흘러들기만 한다면 온 천지가 물바다가 될 테고, 물이 계속 증발해버리기만 한다면 바닷물이 다 말라버리겠지만, 그 증발한 물이 구름이 되었다가 비로 쏟아져 모든 샘과 우물을 계속 물로 채워주는 자연의 섭리와 이치이리라.

 

브라만교의 성전인 베다서(Vedas, 산스크리트어로 알다라는 뜻)에 이런 말이 있다.

 

As is the atom, so is the universe;

as is the microcosm. so is the macrocosm;

as is the human body, so is the cosmic body;

as is the human mind, so is the cosmic mind.

 

티끌이 그렇듯이, 우주 또한 그렇고;

소우주가 그렇듯이, 대우주 또한 그렇고;

사람 몸이 그렇듯이, 하늘 몸 또한 그렇고;

사람 마음 그렇듯이, 하늘 마음 또한 그렇다.

 

이를 또 이렇게 풀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그렇듯이, 너 또한 그렇고;

내 몸 그렇듯이, 네 몸 또한 그러하며;

내 맘 그렇듯이, 네 맘 또한 그러하리라.

 

내 즐거움 그렇듯이, 네 아픔도 그렇고;

내 기쁨 그렇듯이, 네 슬픔도 그러하며;

내 죽음 그렇듯이, 네 삶도 그러하리라.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15 11:26 수정 2020.04.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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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