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코스미안이 된다는 것은 영원한 젊음이어라

이태상



 



오우가(五友歌)는 고산 윤선도가 자연의 다섯 가지를 벗으로 상정해 쓴 여섯 수의 연시조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 시조를 절묘한 경지로 이끈 작품으로 꼽힌다. 다섯 가지란, (), (), 소나무(), 대나무(), ()을 말한다.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는 보길도의 부용동에서 지은 작품으로, 어부의 사계절을 각각 10수씩 노래한 40수의 연시조이다. 여기서 어부란 생업으로서 고기를 잡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세상과 떨어져 강호에 은거하는 선비 즉 윤선도 자신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동풍이 건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스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앞산은 지나가고 뒷산은 나아온다.

 

요즘 한낱 미생물에 정복당해 만물의 영장이란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실업자와 자택 근무에, 휴교령의 재택학습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집콕 신세가 되다 보니 코로나바이러스를 달래느라 혼술 홀찍 홀짝하면서 가정폭력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우울증, 분노, 절망감, 공포심, 공황장애 등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이럴 때 자발적(自發的)인 자가격리(自家隔離)의 선구자(先驅者) 두 사람이 떠오른다. 위에 일부 인용한 오우가어부사시사의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와 미국의 철학자 시인 수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917-1862) 말이다.

 

소로의 저작 중 월든(Walden: the Life in the Wood, 1854)’시민의 불복종(Resistance to Civil Government, 1849)’은 한글 번역본도 나와 있고 그는 잘 알려진 대로 대표적인 환경론자(environmentalist), 사형제도 폐지론자, 노예 해방론자 (abolitionist), 민속인류학자 (ethnologist), ()제국주의자 (anti-imperialist), 지구주의자(globalist)로 레오 톨스토이 (Leo Tolstoy, 1828-1910),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 그리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자연(Nature)에 전적으로 몰입(沒入)함으로써, 그것도 식물과 계절과 별들과 네 발이나 날개 또는 지느러미 달린 모든 피조물에게 교육을 받아 배워야 한다고 확신한 소로는 이런 말을 했다.

 

우주 속으로 인간과 인간의 기구나 조직이 떼로 몰려드는 그 어떤 가치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I do not value any view of the universe into which man and institutions of man enter very largely.)”

 

혁명은 한 번에 한 사람씩 나 자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Revolution began at home, one person at a time)이라며 소로는 이렇게 역설한다.

 

우리 모두의 성공을 다 함께 누리려면 우선 우리 각자 한 사람씩 개별적으로 성공해야 한다. (We must first succeed alone that we may enjoy our success together.)”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명상(/暝想)에 침잠(沈潜)한 요가 수행자는 제 나름의 창조에 동참하는 것으로, ()의 향기(香氣)를 들이마시고 경이(驚異)로운 우주의 음악 소리를 듣게 된다. 어느 정도까지는, 드문 일이지만 때때로 나 또한 그런 요가의 수행자가 된다. (The yogi, absorbed in contemplation, contributes in his degree in creation; he breathes a divine perfume, he hears wonderful things. To some extent, even I am a yogi.)”

 

, 정녕코, 고산 윤선도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우리보다 이 지구별에 먼저 왔다 간 코스미안들이었음에 틀림 없어라.

 

미국 예술가 작가 주나 반스(Djuna Barnes 1892-1982)죽음을 알게 허락받은 것이 삶(Life, the permission to know death)’이라고 했다.

 

이 말은 언제일지는 미정(未定)이지만 조만간(早晩間) 우리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의식함으로써 우리 삶을 더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리라.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일 게다. 삶이 유한(有限)하기에 소중(所重)하지 않은가. 소풍(逍風)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고 하면 더 이상 소풍이 될 수 없지 않겠는가.

 

로마의 서정시인 호레이스(Quintus Horatium Falccus, known as Horace 65BC-8BC)한밤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One night awaits us all)’이라고 읊지 않았나. 그래서 티베트의 사자(死者)의 서() 바르도 퇴돌(The BVardo Thodol, commonly known as The Tibetan Book of the Dead)’ 같은 죽음의 여정을 인도하는 지침서인 죽음에 대한 안내서가 있겠지만, 알 수 없는 미지(未知)의 세계, 죽음에 대한 것보다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건 삶에 대한 것 아닐까. 미국 시인 새뮤엘 울만(Samuel Ullman 1840-1924)의 다음과 같은 말들은 아직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지표(指標)가 되리라.

 

사람이 사람다워진다는 것은 고귀한 위엄 있게 생각과 느낌을 말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이런 품위를 가늠하는 것은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얼마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갖느냐다. Maturity is the ability to think, speak and act your feelings within the bounds of dignity. The measure of your maturity is how spiritual you become during the midst of your frustrations.

 

청춘(靑春)은 인생의 한 시기(時期)가 아니고 정신상태(精神狀態)이다. 앵두 빛 뺨이나 붉은 입술 또는 유연한 무릎이 아니고 의지(意志)의 발로(發露)이고 상상의 날개이며 감정의 열정(熱情)이다. 생명의 깊은 샘으로부터 치솟는 싱그러움이다.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

 

아무도 나이를 먹는다고 늙지 않고 이상(理想)을 저버릴 때 늙기 시작한다. 나이는 피부에 주름살을 만들지만 삶의 열정을 잃으면 영혼(靈魂)이 시든다. Nobody grows old merely by living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

 

너는 네가 갖는 자신감만큼 젊고 네가 갖는 공포심만큼 늙는다. 네가 갖는 희망만큼 젊어지고 네가 갖는 절망만큼 늙는다. You are as young as your self-confidence, as old as your fears; as young as your hope, as old as your despair.

 

모든 사람 가슴 속에는 녹음실이 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희망과 용기의 환호성(歡呼聲)이 전달되는 한 너는 젊다. In the central place of every heart, there is a recording chamber; so long as it receives messages of beauty, hope, cheer and courage, you are young.

 

삶의 의욕(意欲)을 다 잃고 네 가슴이 비관(悲觀)의 눈더미와 냉소(冷笑)의 얼음덩이로 뒤덮이는 날, 그때 비로소 너는 늙어버린 것이다. When the wires are all down and your heart is covered with the snows of pessimism and the ice of cynicism, then, only then, have you grown old.

 

, 그러니 코스미안이 된다는 것은 영원한 젊음이어라.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17 10:05 수정 2020.04.1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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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