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무지개배 타고 코스모스바다로 항해하는 것이리

이태상



 



사랑은 동사(動詞), 네가 어떤 대상을 가리켜 지칭(指稱)하는 것이 아니고, 네가 하는 짓이다. (Love is a verb, not something you point at; it’s something you do.)”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나의 운석(隕石) 별똥별 혹은, 무작위성(無作爲性)이 없다면 새로운 것이 있을 수 없다(MY METEORITE Or, Without the Random There Can Be No New Thing)’의 저자로 미국의 조각가, 공연자, 비디오아티스트, 작가로 활약하는 해리 닷지(Harry Dodge, 1966 - )의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이것저것 뒤섞어 범벅으로 만들어 놓고 이것이 내 삶이라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가 경험하는 사소한 모든 일들이 그가 그 한 부분일 뿐인 거대한 우주적 패턴에 연결되어 있어 이런저런 우연의 일치 같은 일들을 통해 신적(神的)인 섭리(攝理)를 엿볼 수 있다고 본다.

 

충돌이 모든 걸 설명한다(collisions explains everything)”며 그 어떤 우주의 목적이랄까 의미를 입증할 수 있는 패턴을 그는 찾는단다. (pines for “pattern, which I understand to be evidentiary of cosmological purposiveness (meaning itself).” 한 마디로, 그 어떤 것에서 튕겨짐이 없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Without “something to bounce off of, we never take shape,)”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별 중에 그것도 아주 작은 별인 이 지구에 우리는 태어나 살고 있다. 은하수는 1,000억 개나 되는 무수한 별무리, 그런 은하수(銀河水)가 또 1,000억 개 있다는 우주, 그런 우주(宇宙)도 하나가 아니고 수없이 많다는 복()우주(multiverse)가 존재한다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뿐이어라.

 

빛의 속도로 가도 수천, 수만 년 걸린다는 별들이 부지기수(不知基數)라니 우리가 밤하늘에 보는 별들도 실은 오래전 이미 사라져 없어진 것들인지 모른다고 하지 않나.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太陽系)50억 년 전에 생성(生成)되었으며 50억 년 후에는 사라져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무인 우주 탐사선 뉴호라이즌(The New Horizons)호가 2006118일 발사된 후 2015714일 태양계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명왕성(Pluto) 최근접점을 통과했고, 인류가 처음 보는 신비로운 모습들을 찍어 보내오고 있으며, 2021430일 확장 탐사를 종료. 만약 작동이 계속된다면 태양권 바깥을 탐사, 2029년엔 태양계를 벗어나고, 203812월 탐사선이 100AU를 지나, 그때까지도 작동이 가능하다면 태양권 바깥을 탐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인류 최대의 수수께끼인 외계(外界)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탐사하기 위해 영국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이 주도한 사상 최대 규모의 외계 생명체 탐사가 시작되었고 2015720일 영국 런던 왕립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제 지구 너머 생명체를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어디 과학자들만의 일인가. 옛날 옛적부터 사람들은 별을 보며 살아왔다. 별 하나, 나 하나 하면서 꿈을 꾸어 오지 않았나.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를 생각했던 시인 윤동주(1917-1945)처럼 누구나 별을 바라보노라면 시인이 되고 철인이 되고 다 동심(童心)으로 돌아가게 된다.

 

2015722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 페이지에 실린 사진 한 장과 왕태석 멀티미디어부 차장의 사진 설명 캡션 하늘의 미소 채운(彩雲)’은 세런디피티적으로(serendipitously)으로 퍽이나 시사적이었다. 여름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變化無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늘빛이 유난히 요동쳤던 717, 남산 서울N타워 인근에 채운이 찾아왔었다. 변종 구름 중 하나로 태양광이 구름을 직선으로 통과하지 못해 돌아 들어가며 관측되는 현상이라고 했다.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현상으로 세상에 큰 경사가 있을 징조(徵兆)’라고 알려진 이 채운은 어쩌면 별구름 성운(星雲)에서 수많은 우주 생명체들이 보내는 별빛의 손짓이었으리라. 이상이 거시적(巨視的)으로 눈을 돌린 대우주(大宇宙) 탐사라면 이에 상응하는 미지적(微視的)인 소우주(小宇宙) 탐사(探査)도 있어야 하리라.

 

2015년 출간된 한 과학 서적에서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생화학자 닉 레인(Nick Lane, 1977 - )은 묻고 있다. 어떻게 돌과 공기와 물이 융합돼 지구상 최초의 생물로 응집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동물이나 식물처럼 복합적인 생명체가 이 지구 역사상 단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생겨났을까. 왜 셋, 넷 또는 12가지 다른 성()이 아니고 남녀 두 가지 성별(性別)만 존재하는가. 왜 우리는 죽는가.

 

그의 저서 긴요한 질문: 에너지, 진화, 및 복합적인 생명체의 기원(The Vital Question: Energy, Evolution, and the Origins of Complex Life)’에서 레인 박사는 이런 긴요하고 핵심적인 질문에 해답을 찾고 있다. 지구상의 다양한 생화학적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이 단 하나의 세포 조직 이상으로 진화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서 다양한 생물들이 생겼는가라는 의문에 부닥친다. 뿐만아니라 세포조차 생기기 전 생명의 기원은 어떤가.

 

생물학 교과서에서는 생명의 기원이 챨스 다윈(Charles Darwin1809-1882)의 추리대로 작고 따뜻한 웅덩이 물에서 벼락 치는 번개의 충격으로 무기물(無機物)이 유기물(有機物)로 활성화되었거나 지구 내면으로부터 뿜어 나오는 용암(鎔巖)으로 해저(海底)에 형성된 암석에서 에너지와 적절한 온도의 배합으로 생명이 생성되었으리라고 본다. 레인 박사의 생명의 기원과 섹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생물학적인 이론과 추측들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연구 탐사해야 할 만한 내용들이다.

 

스코틀랜드 작가 겸 의사 아서 코난 도일 경(Sir Arthur Conan Doyle 1859-1930)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모험(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1892)에 등장하는 주인공 셜록 홈즈가 그의 의견을 개진했듯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나둘 제거하다 보면 남는 것이 아무리 그렇지 않을 것 같아도 진실일 수밖에 없다. (When you have eliminated the impossible, then whatever remains, however impossible, must be the truth.)’라고 해야 하리라.

 

이처럼 밖을 내다봐도 무궁무진(無窮無盡)

우리 안을 들여다봐도 무궁무진(無窮無盡)

 

가도 가도 끝 간 데 몰라라.

와도 와도 와닿는 데 없어라.

 

물 한 방울이 대양(大洋)이고

모래 한 알이 별()이어라.

 

모든 것이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떠도는

일엽편주(一葉片舟) 같다면

우리 모두 무지개배 타고

코스모스바다로 항해(航海)하는 것이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19 10:48 수정 2020.04.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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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