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인생사용설명서’를 팝니다

신연강




하나뿐인 인생.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요? 잘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생사용설명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내용을 형식에 어떻게 잘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 또한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점에서 인생사용설명서는 정신(가치)을 육신이라는 형식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육신은 길어야 백년을 채우지 못하고, 정신은 광야를 수시로 방황하니 요긴하게 사용할 인생사용설명서가 절실합니다.

 

오래 전 친한 선배께서 나이 사십을 넘으면 삶의 한 고비를 넘는 것이니, 장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사람은 대개 자신의 육신을 80여년 사용하다가 반납하게 됩니다. 그러니 대략 반을 넘기는 시점부터는 자신의 몸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가 장수의 관건이 되는 셈입니다.

 

삶이란 다양한 것이어서, 엄밀히 말한다면 그 어떤 삶도 같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의 삶은 매우 개별적이고 유일무이 한 것 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각 개인의 삶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무한정 자유분방하다면 사회질서는 유지될 수 없겠지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우리의 사회적 가치가 물질과 자본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념상 가치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마을공동체 의식, 생태계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식, 세계시민연대 등의 가치, 특히 공공성의 가치는 개인의 일상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소시민의 일상은 그저 재산증식, 절세, 쇼핑과 건강, 웰빙 등의 울타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생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관련 노하우를 알려주는 인생사용설명서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 후반기에 이런 지침서를 만난다면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질 수 있고,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 이러한 사용법을 일찍 접한다면 정말 득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인생사용설명서를 시판한다면 정말 불티나게 팔릴 것 같습니다.

 

한번 사보시겠습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인생사용설명서를 실제로 팔고 있었습니다. 저는……. 잠시 빌렸습니다. 평소 독서를 즐기는 지인을 방문했는데 그의 책상위에 있던 김홍신 작가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생사용설명서라는 말이 재미있어서 책을 손에 집어 들고 읽다가 결국 빌리게 되었습니다.

 

책은 삶을 위한 일곱 가지 물음에 작가가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사십니까’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등 일곱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인간의 향기라는 글을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김홍신 작가는 무엇보다 영혼의 향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향수 말고, 장미꽃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향, 즉 인간이 만들어내는 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향은 오직 영혼의 향을 간직한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에서 악취가 나면 다른 향을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혼이 깨끗하지 않으면 다른 영혼의 향기를 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사용설명서를 한번 사용해보시겠습니까? 자신 있는 분이라면 자신의 인생사용설명서를 한번 권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삶을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으로 구분할 때, 우리 대부분이 먹고 사는 것과, 동산, 부동산, 명예, 권력 등 가시적인 것을 추구하는데 삶을 집중하고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삶에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이 인생사용설명서를 한번 사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양한 삶의 양상에 절대적으로 적용할 인생사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보편적이지만 보편적이지 않아야 할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참 까다롭습니다. 삶의 한 축에서 보편성을 띠고, 다른 한 축에서 자신만의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삶을 살수 있다면 참 바람직할 것입니다. ‘인생사용설명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밤이 깊어가고 있네요. 꿈속에서 사용설명서에 대한 답을 마저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24 11:35 수정 2020.04.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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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