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비합리적 신념으로부터의 탈피가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과 조선조정의 차이를 통한 “비합리적 신념 탈피”의 필요성 촉구

양동규 기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코로나19에 관한 어이없는 루머들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5G 통신망을 통해 퍼진다는 소문이 돌아 기지국에 대한 방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벨라루스의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사우나를 가고 보드카를 마셔야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과관계가 없는 비합리적인 신념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혼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아보면, 비합리적 신념을 맹신한 결과 한 조직이 존망의 기로에 처해있었던 경험이 꽤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진왜란 시기의 조선이다. 임진왜란 시기 조선은 내적으로와 외적으로 비합리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내적으로는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에 당파싸움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외적으로는 전국시대를 통일한 왜를 단순한 해적 정도로만 생각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내부의 적을 외부의 적보다 더 증오하는 당파싸움의 신념과 왜를 과소평가하는 신념이 모여, 일본의 동향을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전쟁을 대비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비합리적 신념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 대신 자신의 관점으로 일본군의 동향을 분석해 전쟁을 대비했던 이순신이 없었더라면, 조선은 초반에 수군에서 일본군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쟁이 진행된 후에도 조선조정의 비합리적 신념은 멈추지 않았다. 이순신의 승리가 있기 전 조선 조정은 일본군이 노략질을 주로 했기 때문에 해전을 포기하고 육지에서 전쟁을 하면 전쟁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경상 우도 수군절도사 원균은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을 기반으로 자신 소속의 배 최소 70여 척을 자침시켰다. 당시 이순신의 전라좌수영이 24척을 보유했던 것을 고려하면, 조선 수군의 대부분을 비합리적 신념 때문에 스스로 약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순신의 수군승리 이후에도 조선조정은 지속적으로 비합리적 신념을 버리지 못했다. 조선 수군의 승리가 비합리적 신념을 믿지 않은 이순신의 공이 아닌 수군 자체가 강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조선조정은 사소한 이유로 이순신을 파직하고 원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세운 후에도 조선 수군이 여전히 강할 것이라 오판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원균은 무리한 명령을 내렸고 총 160여 척의 함선 중 배설이 홀로 후퇴한 12척의 판옥선을 제외한 나머지의 함선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비합리적 신념이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조선 수군의 흐름을 꺾어버렸다.

 

비합리적 신념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 모이며 형성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원하는 대로만 판단하는 경향들이 모여 비합리적 신념이 된다. 비합리적 신념은 나머지 현상에 대해 비합리적 신념의 관점으로만 판단하게 만들어 객관적 분석을 방해한다. 이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임진왜란에서의 조선이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던 까닭은 조선정부의 비합리적 신념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조선의 사례를 들기는 했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도 다양한 비합리적 신념이 존재한다. 흔히들 사이비종교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이비종교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비합리적 신념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유튜브만 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튜브에 흔히 떠도는 강아지 구충제가 암에 대한 치료제라는 생활에서의 이야기부터, “투표의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이야기”(이 이야기는 보수와 진보에 상관없이 한쪽이 선거에 질 때마다 등장하는 이슈이다.) 등 현대사회에 살고있는 우리는 다양한 비합리적 신념들과 만나고 있다.


비합리적 신념이 사회 전반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이를 믿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 공동체는 임진왜란 시기의 조선처럼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비합리적 신념은 단기적으로는 힘든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게 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게 되면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트려 처해있는 현실을 더욱 망가트릴 뿐이다. “비합리적 신념에 사로잡힌 조선조정이 될지 이성적 판단을 한 이순신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현대사회 조금씩 퍼지고 있는 비합리적 신념들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는 것뿐이다.

 

 

양동규 기자 yangsam_edu@kakao.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27 11:20 수정 2020.04.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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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