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가슴으로 철학하기

이태상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격리된 상태에서 당면한 실존적인 문제를 풀어보려고 애쓰는 가운데 혹자는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신학자 쇠렌 오뷔에 키르케고르(So/ren Aabye Kierkegaard Kierkegaard 1813-1855)의 두 가지 사상 개체성신앙의 도약을 떠올리게 되리라.

 

지난해 출간된 평전의 제목이 이채롭다. ‘가슴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불안한 삶(Philosopher of the Heart: The Restless Life of So/ren Kierkegaard 2019)의 저자 클레어 카라일(Clare Carlisle, 1977 - )은 그의 철학을 이렇게 요약한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 앞날이 미지인데, 이 삶 자체 속에서 우리가 어찌 살아야 할지를 알아내야 한다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내릴 수 없듯이 그 의미를 생각해 보려고 삶에서 뛰어내릴 수 없는 노릇이다.”

 

“We must work out who we are, and how to live, right in the middle of life itself, with an open future ahead of us,Just as we cannot step off the train while it is moving, so we cannot step away from life to reflect on its meaning.”

 

개체성이 진리고 진리가 개체성이며, ‘개체성이 종교적인 문제로 의심이 신앙의 요소이고 신의 존재나 구세주의 종교적인 교리에 대해 그 어떠한 객관적인 확실성도 얻지 못하게 한다고 본 그의 죽음에 이르는 병(덴마크어로 Sygdommend til Do/den, 영어로는 The Sickness Unto Death, originally published in 1849)’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지만 절망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과 신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고통이기 때문에 축복이라고 주장했다.

 

2019613일자 코스미안뉴스 항간세설 칼럼 사랑의 원형질(原形質) 상사병(相思病)’을 나는 이렇게 끝맺었다.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은 병이며,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뿐이다. 인간은 동물 이상이기 때문에 절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병으로부터 치유되는 것이 기독교인의 행복이다라고 주장했다지만 어쩜 그가 몰라도 한 참 모르는 소리를 한 게 아니었을까. 그가 상사병을 앓아보지 못한 까닭 아니었을까.

 

이 상사병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고 영생에 이르는 약이 될 수 있어서이다. 그리고 이 쓰도록 달콤한 약()을 통해 너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며 우리 모두 다 행복할 수 있어서다. 한없이 끝없이 서로 상(), 생각할 사(), 앓을 병()을 앓다 보면 이 상사병(相思病)’이 어느 틈에 상사약(相思藥)’이 되어 영세무궁토록 행복한 영생불멸(永生不滅)에 이르게 되리라.

 

어떻든 키르케고르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앓는 우울증의 성()스러운 환자였었다면 현대인들의 세속적인 우울증 예방 치료 처방전을 하나 소개해보리라.

 

특히 남녀 부부 사이에서 특효가 있을 법해서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말을 어떻게 새겨듣고 반응하는가가 가장 중요할 테니까. 남자는 여자가 복합적인 두뇌와 신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할 테고, 여자는 남자가 아메바처럼 단세포 동물이란 사실을 항상 명심한다면 가정폭력 같은 일 없이 만사형통하고 만세동락할 수 있을 테니까.

 

몇 년 전 프랑스 파리 시내 바타클랑 극장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 직후 독일 베를린시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정문 앞 촛불과 꽃들 사이에 피아노를 한 대 갖다 놓고 한 피아니스트가 존 레논(John Lennon 1940-1980)의 노래 상상해보게(Imagine)’를 연주했다.

 

상상해보게

 

하늘에 천국도 없고

땅속에 지옥도 없다고

상상 좀 해보게

어렵지 않다네.

 

하늘 아래 우리 모두

오늘을 산다고.

 

목숨을 뺏고 바쳐

죽이고 죽을

국가나 종교 또한 없다고

상상 좀 해보게

아주 쉽다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것을

 

할 수만 있다면

아무도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고

상상 좀 해보게

욕심부릴 것도

굶주릴 것도 없이

세상 모든 것을

우리 모두 다 같이

나눠 쓰는 것을

 

공상 몽상한다고

그대는 내게 말할지 몰라도

나 혼자만이 아니라네.

언젠가 그대도

우리와 함께 손잡으면

우리 모두 한 가족

하나가 될 것이네.

 

Imagine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 for today

Ah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ou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특히 종교 또한 없다고(And no religion, too) 가 더할 수 없이 절실할 뿐이다. 석가와 예수 등 모든 성인, 성자들이 사랑과 자비의 박애주의(博愛主義)를 몸소 친히 실천궁행(實踐躬行)으로 보여주었건만 어찌 이들의 이름으로 조직된 종교의 이름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천하의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인류역사 이래 모든 경전에 기록된 성인, 성자들의 가르침이 존 레논의 상상해보게(Imagine)’ 이 노래 한 곡에 너무도 단순명쾌하게 요약되어 있지 않은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있을 수 없으리라.

 

그리스의 수학, 천문학, 철학자 탈레스(Thales of Miletus c. 624/623-c. 548/545 BC)가 하루는 하늘을 너무 열심히 쳐다보며 길을 걷다가 시궁창에 빠지는 것을 본 하녀가 웃음을 터뜨렸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철학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철학자들이란 그 해답은 모르지만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라고 하는가 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철학자일 수밖에 없다면 나 또한 한두 가지 의심을 해보리라. 결코 그 정답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수수께끼 중에서 내가 어려서부터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사랑과 섹스, ()의 진실에 대해서 말이어라.

 

몇 년 전 보도된 한 미혼모의 증언이 있다. “12살이던 2004년 맥시코시()에서 납치당한 후 성매매를 강요당해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30명씩 4년간 43,200번이나 강간당했다라고 칼라 하신토(당시 24)CNN에 털어놓았다.

 

목표를 채우지 못하거나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싶다고 하면 구타가 잇따랐고, 1년쯤 지나 13살이던 때 한 호텔에서 손님을 받고 있는데 경찰이 호텔을 급습해 손님을 쫓아낸 일이 있었다. 하신토는 자신이 지옥을 탈출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녀에게 음란한 포즈를 취하게 하며 이를 비디오로 촬영했다. 미성년자인 그녀가 구해달라며 울고불고 매달려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15살이던 2007년에는 뚜쟁이와의 사이에서 딸도 한 명 낳았으나 뚜쟁이는 딸마저도 그녀를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하신토는 2008년 멕시코 경찰의 인신매매 일소 작전으로 4년에 걸친 성매매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후로 성매매 일소를 위한 싸움에 앞장서고 있다. 그녀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세계인권소위원회에서 인신매매의 피해에 대해 증언했고, 그녀의 증언은 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하원 결의안 통과에 도움이 됐다.

 

이것이 한 소녀의 수난기라면 중세 유럽의 성가대 소년들은 소프라노 음성을 유지하기 위해 변성기 전에 거세를 당했고, 노래를 잘 할 수 없게 되면 남창 노릇 밖에 다른 생활수단이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12세기 십자군전쟁 당시 한번 출전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십자군 기사들은 나 이외 모든 놈이 내 여자에게 접근을 못 하도록 하겠다는 지극히 단순 무식한 욕망에서 내가 죽으면 너도 죽어야 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아내나 여인에게 정조대를 채우는 것이 대유행이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아프카니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지역에서는 딸이든 누이든 아내든 엄마든 여자가 자유연애를 하거나 강간을 당하면 그 피해자에 대해 남자 가족들이 명예살인을 자행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는 어린 아동들까지 지하드(Jihad)라 불리는 성전이나 부족 간 전투에 동원해 전사나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로 희생시키고 있다.

 

이처럼 여호와니 알라니 신()의 이름을 빙자(憑藉)한 살육지변(殺戮之變)과 사랑이란 미명(美名)하에 성차별과 성폭력이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저질러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공산주의다, 자본주의다, 사회주의다, 하는 인위적인 이념에 세뇌되고 중독되어 진정한 사랑과 인성(人性)을 상실해가고 있지 않나.

 

이모지(emoji)’란 알파벳이 아닌 그림 문자를 처음으로 ‘2015년의 옥스퍼드 단어로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했다. 이모지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face with tears of joy)’ 이미지로 노란 원 안에 다양한 표정을 넣은 이모지의 종류는 1,000개가 넘지만 옥스퍼드 사전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만 등재됐다. 옥스퍼드 사전은 매년 영어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거나 트렌드가 된 단어를 선정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루시아(본명 심규선)의 정규 2라이트 & 셰이드(Light & Shade) 챕터 2’는 아픔을 다스리는 음악 위로의 절정을 선사한다는 평이다. 특히 아플래는 수많은 짝사랑의 노래로 모든 실연녀(失戀女)의 여신(女神)’으로 거듭난 그녀의 장기인 웅장하면서 서정적인 선율이 일품이란다. 타이틀곡 너의 존재 위에는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행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깨달음으로 스스로 완성된 노래라고 한다.

 

울다가 웃다가 아니면 웃다가 울다가 하는 게 인생이라면 웃음과 눈물이야말로 삶의 빛과 그림자라 할 수 있지 않나. 태어나는 것이 낮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밤이 아니겠는가. 산다는 게 사랑하는 거라면 사랑하면 할수록 슬퍼지지 않던가. 너무너무 기쁘다 못해 눈물이, 너무너무 슬프다 못해 웃음이 나지 않는가. 해도 해도 더할 수 없어 가슴이 아리고 저리도록 아프기만 할 뿐이다. 태어나서, 사랑할 수 있어, 한없이 기쁘지만, 동시에 또한 한없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만간 언젠가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너무도 냉엄(冷嚴)한 자연의 이치(理致)가 말이어라.

 

그러니 아프니까 사랑이고, 슬프니까 사랑이리라.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5.05 11:14 수정 2020.05.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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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